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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북유럽소설
· ISBN : 9791170402695
· 쪽수 : 552쪽
· 출판일 : 2024-06-28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밖으로 나가자 불어온 상쾌한 바람에 퍼트리샤는 숨을 깊이 들이쉬었다. 호텔에서 만난 여자들은 참 친절하구나. 유셰르를 처음 방문했을 때는 이 작은 마을 주민들이 지금보단 훨씬 더 내성적이었는데. 그래서 매들린에게는 어땠을지 그녀는 궁금해졌다. 그때 매들린은 이곳에서 환대를 받았을까? 아니면 자신이 처음 왔을 때처럼 서먹한 기분이었을까?
퍼트리샤는 눈을 감고서 동생을 떠올렸다. 그 애가 많이도 투덜댔던 제멋대로 뻗친 곱슬머리와 주변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만들 줄 알던 환한 미소. 때로 혼자일 때마다 퍼트리샤는 매들린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것만 같았다. 마치 동생이 한 걸음 옆에서 항상 동행하는 것처럼, 아주 가까이 있는 그런 느낌이랄까.
“가끔 나는 이런 생각을 해. 매들린이 머리를 다쳐서 기억상실증으로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지만 어딘가에서 멋지게 살고 있지는 않을까. 나는 그 애가 하얀 나무 기둥으로 지은 집에서 살면서 정원에서 장미꽃을 꺾으며 살고 있다고 생각해. 자신을 아껴주는 남편과 딸 둘 아들 하나를 키우면서 산다고. 많이 놀러다니기도 하고, 정원에서 흥겹게 놀면서 다 같이 소풍도 하는 그런 삶을 산다고.”
그녀가 계속 말하며 미소를 짓자, 도리스는 맞장구쳤다.
“멋진 삶인 것 같네.”
“참 바보 같긴 한데, 나는 상상 속에서 그 애 가족이 사는 자그마한 세상을 창조했어. 그 안에서 매들린은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모두 받아 누리며 살고 있지. 솔직히 그렇게 생각하면 나는 좀 위안이 돼.”
도리스는 깜짝 놀라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유명한 영화배우가 자그마한 동네 호텔에서 열리는 문학 퀴즈 때문에 긴장하다니, 도리스는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마리안네의 정신없는 눈빛을 보자, 어쩐지 마음이 아주 따스해졌다.
“다 잘될 거야.”
그녀는 격려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마리안네는 변명하는 어조로 중얼거렸다.
“나 무대에 안 선 지도 꽤 됐어.”
“긴장할 필요 없어. 내가 무대 바로 옆에 서 있다가 네게 도움이 필요할 때마다 도와줄게. 약속해.”
“내가 혹시 잊어버렸을 때를 대비해서 네가 그 신의 이름을 대신 기억해줄 수 있어?”
“당연하지. 어쩔저쩔 신 아니었나?”
도리스의 말에 마리안네는 웃었다.
“내가 발음한 것보다 훨씬 더 괴상한 이름인데.”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그러다 도리스는 이내 기지개를 켰다.
“여기선 우리가 같이 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