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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0403227
· 쪽수 : 328쪽
· 출판일 : 2025-07-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보사노바의 계절
바닷가 마을
엄마를 키우는 방법
가을 여행
에필로그_가을에 보내는 안부 인사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뿌리 반쪽을 잃은 나무처럼 휘청거렸고 잎과 줄기가 빠르게 썩어갔다. 엄마 속에 있는 눅진하고 척척한 감정의 덩어리는 어렸던 나에게도 티가 났다. 많은 가구와 물건이 집에 들어찼지만 내가 느끼기에 집에서 가장 무거운 것은 엄마 같았다. 너무 많은 괴로움이 몸속에 쌓여 마른 엄마가 무거워 보일 정도였다.
나는 엄마가 딸의 머리를 묶어주는 행위에 대해 생각했다. 옛날에 할머니도 엄마의 머리를 매일 묶어줬을 것이다. 엄마가 나에게 그랬듯이. 인간과 인간을 연결하는 실에 대해 들어본 적 있었다. 모녀를 연결하는 건 아무래도…… 머리카락 같았다. (…) “머리를 묶어주는 건 엄마들이 딸에게 마음을 표현하는 특별한 방식이야. 나는 너를 내 몸처럼 신경 쓰고 아끼고 있다는 뜻이거든.” 엄마가 뒤를 돌아 나를 봤다. “꽤 맘에 드네.”
나는 이번에 딸이 엄마에게 머리를 묶어주는 행위에 대해 생각했다. 당시에는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었지만, 엄마가 딸에게 해주는 것과는 그 의미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아마도 ‘당신이 가엽고 안쓰러워요’ 정도이지 않았을까…….
내가 사는 곳은 집이 아니라 엄마의 가슴속 같았다. 그 집은 쇠락해 무너져 내린 엄마 그 자체였다. 집은 사는 사람을 그대로 투영해 보여주므로. 나는 그 집 벽에 묻은 수많은 거무튀튀한 얼룩 중 하나였다. 그 얼룩은 아무리 걸레로 닦아도 사라지지 않고 시간이 지날수록 면적을 키워나가다가 결국 집과 하나가 되었다. 나는 오직 딸이라는 이유만으로 엄마의 집에 함께 갇힌 것이다. 엄마가 나를 당신의 몸처럼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머리카락을 묶듯 모녀 사이를 단단하게 묶어버린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