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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70610175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23-07-28
책 소개
목차
1부
2부
3부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새로운 세상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소년은 세상이 변화를 겪을 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저앉아 있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구세계가 멸망할 때 많은 이들이 그런 식으로 죽었다고 했다. 소년은 어릴 때 어머니의 손을 잡고 벙커에 들어오며 한 번의 변화를 겪었다. 이제 손을 잡아끌어줄 어머니는 없었다. 스스로 바뀌어야 했다. 그것이 비록 오래전 모래성처럼 무너진 문명의 폐허로 걸어 들어가는 일이라고 할지라도.
“저승사자라면, 사람이 죽은 후에 어떻게 되는지도 알아?”
“몰라. 안다고 해도 말해줄 수 없고.”
소년이 불만스러워 보이는 얼굴을 하자 검은 개는 한숨을 내쉬며 다시 설명했다.
“꼬마야, 난 개의 죽음이야. 나는 일종의 현상이지. 그것도 아주 작은 현상. 만약 세상에 개나 늑대가 남지 않게 된다면 나는 사라질 거야. 네가 물어본 질문은 내가 대답하기에는 너무 커다란 것이야. 난 인간에 대해선 잘 모르기도 하고.”
소년은 난생처음 보는 도시의 실물에 압도당했다. 하늘 높이 뻗어 있는 고층 건물은 소년에게 옛이야기 속 바벨탑을 연상시켰다. 한때 하얗게 빛났을 건물 외벽이 이제 물때와 이끼로 얼룩덜룩하게 물들었고, 곳곳에 콘크리트가 무게를 못 견디고 떨어져 나간 휑한 구멍이 있었다. 하지만 그런 것은 소년이 느끼는 경외감을 조금도 줄이지 못했다. 오히려 그런 것들 때문에 더더욱 신화에서 튀어나온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