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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70960782
· 쪽수 : 528쪽
· 출판일 : 2023-12-01
목차
1부
2부
3부
4부
리뷰
책속에서
언니는 내 말에 공감한다는 듯 대답했지만 나는 언니의 속마음을 알고 있었다. 시간이 지나면 나도 이성적인 판단을 하게 될 것이고, 바다에 추락한 딘이 살아남을 가능성은 없다는 것을 인지하게 될 것이며, 자극적인 이야기들은 타블로이드지의 돈벌이 수단에 불과하다는 사실 역시 깨닫게 되리라. 언니는 그렇게 여기고 있을 터였다.
“그만 끊어야겠어.”
내가 말했다. 나는 완벽한 정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그건 너무 이르다. 아직은 그를 보내줄 준비가 되지 않았다.
전화를 끊고 다시 창가로 돌아와 바다를 내다보았다. 요트는 이제 수평선 위의 작은 점처럼 보였다. 요트는 곧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릴 테지만,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낮 동안에는 그럭저럭 견딜만했다. 하지만 어둠에 자리를 내어준 밤이 오면 정적을 견디기 어려웠다. 책상 위 스탠드 아래서, 식탁 위 차갑게 느껴지는 형광등 아래서 딘을 사무치게 그리워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고는 했다.
이제 내 삶에 기쁨은 남아있지 않았다.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상실감과 가혹한 슬픔만이 남아있었다. 가끔은 마음의 아픔때문에 몸까지 아팠다. 그럴 때는 잠을 청할 수가 없어 밤새 추락 사고에 관한 조사 보고서들을 읽었다. 새벽까지 보고서를 뒤지며 단서가 될만한 것들을 찾아내려고 애썼다. 과거에 일어날 수 있었을 모든 상황을 머릿속으로 그려보았다. 딘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건지, 아직 어딘가에 살아있을 가능성도 있는지, 그 모든 것에 대한 통찰력이 생기기만을 간절히 바랐다. 그렇지만 매일 밤 제자리걸음이었다.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
아기가 다시 발차기를 했다. 나는 배꼽 바로 위를 둥글게 쓰다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