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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1178834
· 쪽수 : 268쪽
· 출판일 : 2024-11-06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 결혼 못할 줄 알았던 남자
부산에서 태어난 한국 남자
재미있는 건 다 서울에 있다
미안하다, 머리 크다
하라는 영어는 안 하고
넌 커서 뭐가 될 거니?
사고는 잘 치는데 위기에 강하다
연애할 땐 다 바보 같은 거야
호주에 가서 일본어를 배운 남자
일본에 가고 싶어지다
이 나라에 왜 왔어요?
2 일본에서 인연을 만나다
도쿄에서 내 짝을 찾는 법
가볍디가벼운 첫 만남
다른 나라 사람과 연애한다는 것
같은 색 옷만 입는 여자
연애의 시작은 늘 서투르다
감정에는 온도 차가 있다
친해지는 게 무조건 좋은 걸까?
시한부 연애의 딜레마
누구에게나 부끄러운 시간은 있다
차이를 이해한다는 것
그녀를 기쁘게 해주는 일
원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다는 것
길어진 연애의 종착점
3 왜 나 같은 놈이랑 결혼했을까
결혼은 언제 하면 되는가
프러포즈 대작전
일본인 장인에게 허락받기
수납 전쟁의 대서막
함께 식사하는 사이
결혼식을 올리다
신혼여행 대참사
남자 인생의 갈림길
유튜브를 시작하다
아빠가 된다는 기적
맞벌이가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국적이 다른 엄마 아빠
4 삶은 걱정과는 다르게 흐른다
엄마가 하지 말란 짓
좋은 부모란 무엇일까
대부분의 걱정은 쓸데없었다
치카코의 가치관
인생이란 결국 운 아닐까
유튜브가 뭘까요
돈을 번다는 것
본인들만 아는 세계관
낯간지러운 단어
‘아리가토’라는 마법
5 솔직한 사람, 치카코
돌아본 지난 시간들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과거 나는 불확실한 미래에 떨었으나 지금은 그 불안을 많이 해소했다. 아내는 매우 단단한 사람이지만 나와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른 사람이었다. 우리는 사귀고 반년 동안 싸우기만 한 위태로운 관계였으나, 이제 그 다툼은 잦아들었다. 나 같은 놈은 아빠가 되기 힘들 거라 생각했지만 지금 나는 아빠로 살아가고 있다.
안 될 것 같은 일이 너무 많았는데, 지금은 어찌어찌 다 되어 있다. 인생은 내 걱정과는 다르게 흘러갔고, 그걸 알아 가는 과정에서 했던 삽질은 무수했다.
그래서 생각했다. 내가 보내온 시간을 활자화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생겼으니, 누구보다 솔직하게 이야기를 써내려가보자고.
흑백논리가 장악하던 내 어린 시절에는 모든 대상이 내 편인지 적인지가 중요했다. 훗날 세상의 모든 개념은 딱 잘라 말하기 어려우며, 이해관계가 복잡할수록 우리 편과 적을 나누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일본은 같은 편이라고 말하기 꺼려지는 나라다.
배울 점이 많은 나라라는 건 알겠는데 또 미워할 수밖에 없는 나라. 동경과 증오가 공존하는 양면성의 나라. 이래서는 판단이 쉽지 않았다. 그놈의 빵이라도 한번 먹어봐야 판단이 될 것 같았다.
그런 내가 일본인 여성과 결혼해서 일본에 살고 있으니 신기한 모순이다. 따라서 이 책에 적힐 이야기는 이런 모순에서 시작할 것이다. 여느 한국인과 다를 바 없이 일본이라는 두 글자에 동경과 증오를 느끼던 한 남자가 일본 여자를 사랑하게 되는 모순 말이다.
분명 부모님은 내게 이렇게 살라고 하신 적이 없다. 어른들 이 제시한 방향에 따라 착실하게 산 사람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크게 벗어나지도 않은 인생이었는데, 대학 졸업 후 해외에서 살기로 하면서 인생이 갑작스럽게 바뀌었다. 자고로 책의 저자란 엄마 말 잘 듣고 산 사람이 되는 것인 줄 알았는데, 이 책은 예외일 듯하다.
그럼에도 인생은 참 재미있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가장 중요한 시기에 해외로 나간 한국 남자가 1년간 진하게 놀고 돌아와서 직장인으로 살았더라면, 애초에 이 글을 쓸 일도 없었을 테니까. 좋든 나쁘든 이 일반적이지 않은 선택이 내 인생을 극적으로 만들었다.
1년만 놀다가 돌아가야지 했던 내가, 13년이 지난 지금도 일본에 있다. 일본에서 직장을 잡고, 몇 번의 이직을 하고, 지금의 아내를 만나 가족을 꾸려서 살고 있다. 딱히 거창한 목적 없이 한 선택이었지만, 이제 와서 보니 우리 부모님이 원한 결과를 가져온 것이다. 단지 놀기 위해 왔던 일본에서 결과적으로 삶의 안정을 누리게 되었다. 이제야 엄마는 내게 이런 말씀을 하신다.
“나는 네 걱정은 별로 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