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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철학 일반 > 교양 철학
· ISBN : 9791171311064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악평
명예 없는 사회?
사회적 멸시
유령 이야기
우울
사회적 사실: 근친상간, 강간(외상성 수치심)
공화국의 성적 토대
아이도스
철학적 수치심 주기
전미래
교차적 수치심
계통적 수치심
혁명적 수치심
리뷰
책속에서
친구에게 수치심에 관해 짧은 책을 쓸 계획이라고 얘기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참 별난 생각이네. 죄의식이라면 도스토옙스키도 있고 카프카도 있지만… 수치심이라니….”
지금 생각해도 이 반응은 놀랍다. 내가 보기에 수치심은 도덕적·사회적·심리적·정치적 차원을 넘나들며 죄의식보다 훨씬 폭넓고 복잡하며 깊은 경험을 내포한다. 또 무엇보다 카프카와 도스토옙스키도 수치심의 작가로 보인다.
철학자들은 오래된 가족 집단의 도덕적 명령인 가문의 수치를 좋아하지 않았다. 고전 세기부터 그들은 깎아내릴 목적으로 그것을 심리화하고 개인화하면서 재구성하고 재형상화했다. 《르 시드》가 나오고 10년은 족히 흐른 뒤 데카르트는 이렇게 쓴다. “수치심은 자기애에 토대를 둔 슬
픔으로, 비난받으리라는 두려움이나 생각에서 온다.”(《정념론Traite des passions》 205항) 스피노자도 수 년 뒤 《소론Courttraite》에서 동일한 경향을 보인다. “수치심은 자기 행위가 타인에게 무시당하는 걸 보는 인간의 내면에서 생겨나는 일종의 슬픔이다. 〔…〕 명예와 수치심에 대해 말하자면, 이 정념들은 무용할 뿐만 아니라 〔…〕 해로운 것이므로 배척되어야 마땅하다.”(12장)
그렇지만 타인이 떠도는 유령의 형태로 내 안에 자리 잡는다면, 많은 개인적 면모들이 결국 타자의 주름들, 대역들에 지나지 않는다면, 우리가 고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대단히 상대적이다. 나는 결코 혼자가 아니며, 타자는 꼭 외부에 있는 것이 아니니 말이다. 누군가가 끔찍한 짓, 비열한 짓을 저지르고도 처벌받지 않고, 타락하고 비열하게 처신한다면 대개 사람들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대체 저 사람은 어떻게 수치심도 안 느끼고, 어떻게 자기 눈길을 견딜까?” 이 말은 자신의 의식을 마주한 수치심을 가리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