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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1717248
· 쪽수 : 88쪽
· 출판일 : 2024-12-11
책 소개
목차
잡 인터뷰
작가의 말
박이강 작가 인터뷰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실 나야말로 자기소개를 해보라는 질문을 누구보다 싫어한다. 나는 대학 졸업 후부터 지금까지 지긋지긋할 정도로 많은 면접을 보았다. 첫 인터뷰는 엄마의 장례를 마치고 며칠 지나지 않아서였다. 대학 졸업식 바로 다음 날이기도 했다. 그날 난생처음 마주한 나이 든 면접관의 사무적인 태도와 건조한 말투는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다. 이제부터 굉장히 위압적인 낯선 세계와 대면해야 한다는 걸, 그리고 세상과 나 사이의 권력의 기울기는 동등하지 않다는 걸 처음으로 실감한 순간이었으니까.
나도 판에 박힌 잡 인터뷰가 싫다. 아니 잡 인터뷰 자체가 싫다. 고작 한 시간 남짓한 시간 동안 묻고 답하는 형식으로 한 사람을 파악하겠다는 게 싫다. 한쪽은 일방적인 심판자의 자격과 동시에 어떤 질문이라도 던질 수 있는 권리를 부여받고, 반면 다른 한쪽은 그런 상대의 마음을 얻고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애써야 하는 불공평한 게임이라는 게 싫다. 밥그릇을 쥔 상대와 벌이는 고도의 탐색전에 필요한 가면을 써야 하는 것도,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전략적으로 해야 하는 부담도 싫다.
여보세요, 아저씨. 도대체 뭘 알고 싶은 건데요? 나는 열의를 가지고 있다고요. 간절하게 이 잘나가는 회사에서 월급을 받고 싶다고요. 이 회사 이름이 찍힌 근사한 명함을 원한다고요. 저 주위 사람 눈살 찌푸리게 할 성격 아니에요. 마냥 좋다고 발발거리는 뽀삐처럼 굴진 못해도 말이죠. 생각해보세요. 나를 택하는 건 당신에게도 득이에요. 나 정도면 이 포지션에 걸맞은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적임자 아닌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