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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91172132538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5-04-30
책 소개
목차
검은 절벽
텅 빈 거품
마리 멜리에스
콜러스 신드롬
에일-르의 마지막 손님
안녕, 아킬레우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구도 달도 태양도 보이지 않는다. 기둥 반대편에 있는 걸까? 셋 다? 어지간히 멀리 나왔나 보다. 라미는 천천히 테라스 우측 가장자리로 기어가서 고개를 살짝 내민다. 여전히 기둥 너머를 보기에는 역부족이다. 라미는 다시 돌아와 주변 별들의 위치를 살핀다. 방향이라도 짐작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그러나 별이 너무 많다. 밝은 별만 골라서 보여주는 지구의 탁한 대기가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러브조이는 사람과의 대화 중에 일부러 약간의 공백을 넣는다. 실제 사람이 상대방의 말을 소화하는 데 걸리는 시간만큼. 하지만 방금 러브조이는 라미의 목소리가 멈추기도 전에 대답했다. 라미는 이것이 인공지능의 긴장이라는 생각이 든다. 라미가 다시 한번 묻는다.
상미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조슈를 향해 몸을 돌렸다. 블로그는 수십 년 전에 잠깐 유행하다가 자취를 감춘 낡은 매체였지만, 최근에 빈티지 웹이 유행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었다. 상미가 블로그에 이런저런 글을 쓰는 건 조슈가 떠난 이후로 전전하던 취미 중 그나마 오래 이어가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는 옛 연인, 아니 그저 그런 옛 연인도 아니었다. 약속을 깨고 사라진 옛 약혼자가 내 블로그를 혼자 들여다보며 다른 이들의 접근을 막고 있었다니. 분노와 불쾌함, 그리고 약간의 설렘이 섞인 묘한 기분이 상미의 자존심을 자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