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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2247065
· 쪽수 : 282쪽
· 출판일 : 2025-07-02
책 소개
목차
1
2
3
4
5
6
7
8
9
10
저자소개
책속에서
우리 식구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사기관에서 올 것이었고, 채권자들은 그 시간에 눈에 불을 켜고 우리를 찾아 헤매고 있을 것이고, 아이들조차 마음 놓고 학교를 다닐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이 막막하고 무서운 현실을 서서히 실감하면서 아내는 치가 떨리도록 무섭고 고통스러웠을 것이었다. 그리고 당장 어떻게 이 모든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있는 곳에 둥지를 틀고 아이들과 함께 먹고살아 갈 수 있을까도 막막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법으로부터 그리고 채권자들로부터 쫓기고 있는 나로서 아내에게 해 줄 수 있는 그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 당시 우리는 이런 글 같은 것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죽을 만큼, 그만큼 진정으로 힘들고 또 힘들고 괴로웠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전주에서 한없이 머물 수는 없는 일이었다. 사흘 후 나는 다시 배낭을 둘러메고 전주를 떠나 이곳 외가(外家)가 있는 진주로 오게 되었다.
그리고 냉기가 옷 속을 파고드는 추운 겨울날 늦은 밤에 아무도 없는 텅 빈 거리를 나는 그렇게 절규(絶叫)하면서 걷고 있었다.
그는 일어서서 감방 창문 밖을 멍- 하니 내다보고 있었다.
“그래도 나가서 자리를 잡으면 좋은 사람 만나서 결혼을 하세요. 너무 늦기 전에…….”
그에게 내가 말했다.
“하모, 계집이 그 가스나 하나밖에 없나 세상에 널린 게 계집이다. 사내가 그리 쪼잔해 갖고 뭣에다 쓰겠노. 사업을 한다는 사람이 그래 갖고 되긋나?” 부동산이 옆에서 거들었다.
그는 그 후 얼마 있다가 형(刑) 집행유예(執行猶豫)를 받고 석방되어 밖으로 나갔다. 밖에서 전에 같이 일하던 사람들이 준비해놓고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젊은 나이에 후덕(厚德)한 사람인 듯했다.
그 후 좋은 사람 만나서 가정을 이루고 지금쯤에는 인자스러운 할아버지 노릇을 하면서 평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었으면 좋겠다.
처남은 중국으로 며칠간 출장을 가고 없었다. 며칠 전에 성수대교가 내려앉아 때마침 등교하던 꽃 같은 중·고등학생들을 포함한 많은 생명을 앗아가더니 또 충주호에서 유람선이 전소되어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는 기사가 신문 전면을 모두 장식하고 있었다.
달리던 열차가 전복되고, 여객선이 침몰하는가 하면 비행기가 추락하고……. 수많은 사람이 뒤엉켜서 살아가는 이 세상에 어떻게 사건 사고가 없을까만은 그해에는 유난히도 사건 사고가 참으로 많았다.
나는 신문을 접고 의자를 뒤로 젖혔다. 그리고 6년 전 늦가을 비가 구저분하게 내리던 날 배낭 하나 달랑 둘러 매고 그렇게 많은 한을 안은 채 끝 간 데 없이 떠났던 날을 생각하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6년이라, 참으로 길고도 험난한 세월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