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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2249656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5-11-14
책 소개
목차
조용한 방, 나의 세계
그림자 너머의 소리
말하지 못한 것들
그림자에 닿은 빛
너의 선 너머
조각난 마음의 퍼즐 맞추기
틈 속에 잠긴 채
멈춘 듯한 여름날
계절의 경계선에서
첫 문장을 적으며
마주한 진심
빛과 그림자가 스치는 계절
바람이 지나간 자리
에필로그_ 바람이 건넨 계절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람아, 오늘 저녁에 집에 와서 같이 만화책 볼래? 엄마 일이 늦게 끝난다고 하셔서 말이야. 괜찮으면 같이 라면도 끓여 먹자.”
“…응.”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었지만, ‘이게 맞는 건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사람 집에 가는 것도 처음이긴 했지만, 가온이네 집과 내 집은 엎어지면 닿을 거리라 딱히 상관없다 생각했다.
가온이네 집에 도착했을 땐 노을이 길게 집 담벼락을 타고 흘렀고, 고양이 한 마리가 처마 밑에서 졸고 있었다.
가온은 대문을 열며 말했다.
“그냥… 대충 정리돼 있어서 놀라지 마. 엄마랑 둘이 사니까, 가끔 어질러져 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조용히 현관 안으로 들어섰다.
가온이와 나는 신발을 벗고 바로 거실 쪽으로 향했다.
나는 낯선 공간의 공기 속에서 한 박자 늦게 움직이며 가온이네 집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거실엔 담요가 접힌 채 소파 위에 놓여 있었고, 탁자 위엔 반쯤 남은 과자봉지와 잡지가 흩어져 있었다.
“그래서 그런가, 나는 사람들에게 억지로 다가간 거 같아. 혼자 있기 무섭고, 싫으니깐.”
사람들과 왠지 모르게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못하는 느낌을 받은 나와는 달랐다. 가온이는 어떻게든 사람들과 어울리려고 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분위기 이상해졌다.”
가온이는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자세는 그대로 다리를 팔로 감싸안고 있었다.
“아니야, 괜찮아. 누구나 아픔이 있는데 뭘.”
나는 가온이의 얼굴을 바라보며 대답했다. 가온이는 미소 짓고 있었지만, 왠지 모르게 그 미소 안에서 슬픔이 느껴졌다.
가온은 한참 동안 아무 말도 없이 글을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빙긋 웃으며 말했다.
“다듬을 게 많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쓴 걸 감안하면 괜찮은거 같아!”
짧은 말이었지만,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하면서 방망이로 쎄게 맞은 것 같았다. 처음으로 쓴 글을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피드백을 받은 것도 처음이었다.
그날 도서관을 나오자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아직까지는 여름의 열기가 남아 있었지만, 저녁 바람은 확실히 달랐다. 두 사람은 나란히 걸었지만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길게 늘어진 그림자만 함께했다.
“괜히 백일장 참여한다고 했나봐.” 나는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응?”
“그 전엔 책을 좋아하니깐 막연하게 글을 쓰는 것을 생각했는데 막상 쓰니깐 어렵더라고. 책을 읽는 거랑 쓰는 건 확실히 다른 거 같아.” 가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웃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