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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어린이 > 동화/명작/고전 > 외국창작동화
· ISBN : 9791172881368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4-09-10
책 소개
목차
이야기를 시작하며
빵집 딸, 아기 고양이를 만나다!
멈춰 버린 시계와 심술쟁이 고양이
들어가고 싶지 않은 상점가
이야기를 맺으며
작가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전에 할머니한테 들은 것 같은데, 마을에는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있다고. 그럼, 이 신사에는 카무이 마을을 지키는 수호신이 살고 있겠네.”
고무기는 수호신에게 기도를 올리고 가기로 했다. 사람은 어려움에 빠졌을 때 신을 찾는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주머니에 있던 사탕을 돈 대신 바치고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으음, 제 소원을 들어주세요! 제발 <빵빵빵>을 지켜 주세요! 아빠랑 엄마가 어렵게 차린 가게예요. 망하지 않도록, 가게가 미어터질 정도로 많은 손님이 오게 해 주세요! 만약 소원을 이루어 주신다면 제가 뭐든 다 할게요! 제 기도를 꼭 들어주세요!”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진지하게 기도했다.
놀랍게도 곧바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았느니라. 그 소원을 들어주도록 하지.”
별안간 그곳의 공기가 확 바뀌었다. 조용하던 신사에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더니 나뭇잎을 휘감아 올리며 고무기를 에워쌌다.
“어, 어? 어떻게 된 거지?”
소스라치게 놀라는 고무기 앞에 회오리바람 속에서 한 남자아이가 불쑥 나왔다.
무척이나 별나게 생긴 남자애였다. 다섯 살쯤으로 보였다. 위에는 소매가 긴 이상한 연두색 옷을 입고 있고, 밑에는 바짓부리가 펑퍼짐한 하얀 바지를 입고 있었다. 게다가 그 옷들은 군데군데 닳고 몹시 후줄근해 보였다.
남자아이의 몰골도 형편없었다. 한 번도 자르지 않았는지 자랄 대로 자란 머리는 부스스했고, 동글동글한 얼굴에는 땟국이 줄줄 흘렀다. 영락없이 버려진 강아지 같았다. 하지만 그 눈빛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강렬했다.
놀라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는 고무기 앞에서 남자아이는 흥! 하고 코웃음을 쳤다. 왠지 버릇없어 보였다.
“흥! 뭐든 다 한다고 했겠다! 으음, 그 말 참 마음에 드는구나. 그동안 계속 너 같은 아이를 기다렸느니라.”
“기다렸다니……. 저기, 너는, 누, 누구야?”
“나는 수호신이니라.”
남자아이는 몸을 뒤로 젖히면서 거만하게 말했다.
“이 신사의 주인이자 카무이 마을을 지키는 토지신이지. 인간에게 이리 모습을 보여 주는 일은 거의 없느니라. 그러니 나의 아름다운 모습을 본 것을 행복으로 여겨라.”
어디가 아름답다는 건지 고무기는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고무기의 눈에는 꾀죄죄하고 괴상한 남자애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일단 이야기를 해 보기로 했다. 혹시 조 금이라도 친해지면 돌아가는 길을 가르쳐 줄지도 모르니까. 고무기는 남자아이의 말을 믿는 척하면서 물었다.
“아, 수호신이었구나. 그럼 이름이 뭐야?”
“너, 너 같은 어린 여자애는 외우기 어려운 훌륭한 이름이니라. 가르쳐 줄 수 없다.”
남자아이는 왜 그런지 얼굴을 붉히면서 말했다.
“허나, 특별히 말해 주겠다. 미도리마루 님이라고 불러도 좋다.”
“이상한 이름이네.”
“버, 버릇이 없구나! 인간 주제에 감히! 인간 주제에!”
자신을 미도리마루라고 말한 남자애는 발끈해서 발을 쿵쿵 굴러 댔다. 그러자 갑자기 신사 안의 나무들이 와사삭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에서는 북을 치는 듯한 소리가 쿵쿵 울려 퍼졌다. 마치 미도리마루의 분노에 반응하는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