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3322921
· 쪽수 : 712쪽
· 출판일 : 2025-07-30
책 소개
목차
• 1부
• 2부
•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버려졌다’라고 표현하는 것이 그로서는 억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는 단지 떠나달라는 부탁을 했었다. 그것은 여느 연인들처럼 있는 대로 감정을 소진해 버리고, 서로를 헐뜯으며 찢겨져 나가는 난잡한 이별과는 달랐다. 나는 그의 정중한 요청에 어쩔 줄 모르고 떨어져 나왔다. 손끝에 맺힌 물방울이 중력에 이끌려 낙하하듯이. 돌바닥에 부딪히자마자 산산조각으로 깨어지듯이.
해도의 앞에 펼쳐진 것은 꿈도, 장난도 아니었다. 그것은 삶이었다. 놀랍게도 그것은 삶이었다! 그는 자신이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주어졌던 그것을 잘 마무리했고, 지금쯤 그것의 속박으로부터 벗어나 완전한 자유와 안식을 누리고 있어야 했다. 그래야 했는데. 해도는 살아 있었다. 다시금 그는 볼 수 있었고, 들을 수 있었고, 느낄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배가 고팠고, 누워 있으면 좀이 쑤셨으며, 문틈에 발가락을 찧으면 고통스러웠다. 그는 또다시 삶에 던져진 것이다.
그때 객실 문을 박차고 들이닥친 남자, 그 거지 같은 몰골의 남자가 미리 써놓은 듯한 쪽지를 자신에게 내밀었을 때. <숨겨줘. 쫓기고 있다. 찾고 있는 게 있어. 삼 년 동안 시베리아를 수색 중이다.> 그 남자의 침입, 그 쪽지의 내용, 그 어떤 것도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려진 적이 없는 이미지였다. 그럼에도 산은 전혀 놀란 표정을 짓지 않았다. 침착하게 그 남자의 부탁대로 몸을 숨겨주었다. 그리고 태연하게 말하고 행동하면서 생각했다. 이놈이다. 이놈이 미래를 바꾸고 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