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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85014487
· 쪽수 : 496쪽
· 출판일 : 2014-02-2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모든 것이 변해버렸다. 릴리 앤 모건이 존재하는 세계는 나에게는 완전한 미지였다. 그곳은 더 깨끗하고, 예쁘고, 깔끔하고, 밝은 세계였다. 지난 이십사 시간 동안 먹은 것이라고는 자판기 커피 한 잔과 스니커즈 한 조각이 전부였지만, 그것조차 남다르게 느껴진다. 초코바에선 전과 다른 미묘함이 감돌았고, 커피에서는 희망의 맛이 났다. 차갑기만 하던 머리에서 시구절이 떠오를 것 같았다. 모든 것이 새롭고 경이로웠다. 황홀한 커피의 맛보다 더 황홀한, 인생의 맛이었다. 나의 인생도 보듬고, 지키고, 즐길 만한 무언가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상상치도 못 했던 이상한 생각들이 자꾸 떠올랐다. 어둡고 끔찍한 광란의 기쁨으로 부지되던 인생은 지금 이 순간으로 끝이다. 덱스터의 과거는 오늘 이 자리에서 죽는다. 그리고 밝은 핑크빛의 신세계가 그 무덤에서 피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어린양의 살을 도리고 뼈를 바르고 싶은 욕망은 어떡할 것인가? 사악한 살인기계가 되어 어둠을 배회하고 싶은 충동은? 달빛에 흥분하는 덱스터의 어두운 본능은? 이 오래되고 끔찍한 습관들을 어떡해야 할까?
“그 봉투…… 안에는…… 뭐가…… 들었나?” 컴퓨터를 통해 독스 경사가 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봉투라니요?” 내가 되물었다. 시치미 떼는 기술이 전만 못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했다.
독스 경사는 나를 노려보았다. 그가 나를 싫어하고, 나의 본모습에 대한 의구심을 가지고 있어서 그러는지, 아니면 내가 여기 쭈그리고 앉아 봉투를 뒤적이는 꼴이 죄를 지은 사람처럼 보여서 그러는지 알 수 없었다. 이유야 어찌됐건, 나는 그의 눈에서 무서운 섬광이 번뜩이는 걸 목격했다. 그는 내가 넋을 놓고 서 있는 동안 앞으로 튀어나와 팔에 달린 갈고리로 쓰레기봉투를 차 밖으로 끄집어내는데 성공했다.
끝이 임박했음을 감지한 나는 공포에 떨며 그의 행동을 바라보았다. 독스 경사는 노트북을 자동차 지붕 위에 올려놓고 봉투를 개봉했다. 그는 자신의 승리를 자축하는 웃음을 지어 보이며 그
안으로 갈고리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썩어 문드러진, 아주 더럽고 소름끼치는 기저귀 하나를 끄집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