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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91185051659
· 쪽수 : 640쪽
· 출판일 : 2014-09-1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구닐라 스트란드베리는 꽃다발을 들고 복도에 앉아 엑토르 구스만의 병실에서 간호사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녀는 자기 쪽으로 걸어오는 간호사를 훑어보았다. 저 표정은 행복일까? 자신도 모르는 그런 행복? 간호사가 구닐라 옆을 지나쳤다. 왼쪽 가슴께의 주머니에 그녀가 ‘소피아 시스터’, 즉 소피아헴메트대학교 부속 단과대학 출신임을 보여주는 작은 배지가 달려 있었다. 배지 옆에는 이름표가 있었다. 구닐라는 그녀의 이름이 ‘소피’라는 걸 알아냈다.
그녀는 소피가 멀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소피의 얼굴은 아름다웠다. 특혜 받은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었다. 이목구비는 매끄러웠고, 표정은 신중했고…… 무엇보다 상큼했다. 간호사는 아주 가볍게 움직였다. 내딛는 한 발 한 발이 바닥을 살짝 흘기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매력적인 걸음걸이라고 생각하면서 소피가 다른 병실로 들어가기 전까지 계속 지켜보았다.
구닐라는 잠시 그 자리에 선 채 감정적 상황에 기초해 생각해보았다. 소피가 사라진 방향을 한 번 더 보다가 엑토르 구스만이 누워 있는 11호실을 보았다. 저기에 뭔가 있었다. 에너지……. 맨눈으로 봐서는 보이지 않는 어떤 것이 두드러진 형태를 취하고 있었다. 소피라는 저 여자가 병실에서 가지고 나온 것이다.
구닐라는 복도를 걸어가 직원실을 들여다보았다. 텅 비어 있었다. 벽에 이번 주 근무자 명단이 걸려 있었다. 그녀는 복도를 한 번 둘러본 다음 안에 들어가 손가락으로 훑으며 명단을 확인했다.
헬레나…….
로게르…….
안네…….
카로…….
니케…….
소피…….
‘소피 브링크만’이었다.
소피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에겐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끌렸던 것, 무시하려고, 보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엑토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죽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솔직했다. 거짓말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데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그런 면이 좋았다. 그는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진실했다. 그녀가 굉장히 높이 사는 자질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진실하며 사람을 죽인다. 그녀는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우린 친구인가요?” 엑토르가 물었다.
그의 단어 선택이 묘하게 느껴졌다.
“네, 그랬으면 좋겠어요.”
“우린 성인이에요.” 그는 선언하듯 말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성인 친구?”
“네.”
“하지만 당신은 확신이 없죠.”
그녀는 대답하지 않았다.
“당신은 어느 날에는 다정하다가 갑자기 거리를 두고 차가워져서 날 밀어내요. 마치 마음을 정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당신은 모험을 찾고 있나요? 그냥 시간을 때울 방법을 찾는 건가요? 삶이 지루한가요, 소피?”
카를로스는 숨을 헐떡였다. 그는 엑토르의 전화를 받자마자 달려왔다. 지금 그는 엑토르의 화장실에 서서 몸을 비딱하게 구부린 채 욕조 안에 구겨넣어져 있는 레이프 뤼드베크의 시체를 보고 있었다. 엑토르가 그의 뒤에 서 있었다.
“저놈을 조각내서 레스토랑으로 가져가. 그리고 고기 가는 기계로 갈아버려.”
카를로스는 팔로 입을 가렸다. 토하고 싶었다. 아론이 종이봉투 두 개를 들고 뒤에서 나타나 카를로스를 홱 지나치더니 화장실 바닥에 타월을 펼쳤다. 종이봉투를 열고 크기가 다른 작은 톱 두 개를 꺼내 타월 위에 올려놓았다. 이어서 고무장갑, 비닐 앞치마, 샤워캡, 농축 식초, 전지 가위, 소독약, 냉동용 팩, 새 배터리를 넣은 둥근 회전 톱, 보호용 고글, 고무 손잡이가 달린 망치를 꺼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바닐라향 방향제를 꺼내 비닐 포장에서 뜯어 샤워기에 걸었다.
“냄새 나기 전에 시작해.” 그가 말했다.
카를로스는 머뭇거리다가 몸을 구부려 앞치마, 샤워캡, 고무장갑을 집어 천천히 손에 끼기 시작했다. 아론은 바지 주머니에서 접는 칼을 꺼내 폈다. 검은 손잡이에는 골이 파여 있었고, 짧은 칼날은 공랭으로 경화시킨 탄소강으로 되어 있었다.
“이거 꽤 날카로워.” 아론은 카를로스에게 칼을 손잡이 쪽으로 내밀며 말했다. “토할 때는 양동이에 하지 말고 변기에 해.” 아론이 엑토르와 함께 화장실에서 나가면서 덧붙였다.
카를로스는 적막한 화장실에 혼자 서 있었다. 그는 욕조의 레이프 뤼드베크를 빤히 보았다. 얕은 숨을 몇 번 쉬고는 욕조 옆에 앉아 시체의 오른손을 잡았다. 차가웠다. 날카로운 칼날을 뤼드베크의 새끼손가락에 대고 눌렀다. 쉬웠다. 손가락이 잘리며 욕조 옆으로 튀었다. 엄지를 잘랐다. 요령이 생기자 나머지 손가락들을 금세 잘라냈다. 그는 왼손 손가락을 자르기 시작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