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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독이 내리고

여기, 오독이 내리고

차영미 (지은이)
시와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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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오독이 내리고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여기, 오독이 내리고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5260587
· 쪽수 : 152쪽
· 출판일 : 2024-12-14

책 소개

차영미 시인의 두번째 시집. 한명희 시인(강원대 교수)은 "차영미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여기, 오독이 내리고』는 물활론적 세계관의 최대치를 보여준다."고 평하였다.

목차

시인의 말 5

제1부
공의 바다 12
여름이 돌아가는 내부 14
페스츄리pastry가 낙하하는 지점 16
길티 플레져Guilty pleasure 18
안부에 대하여 20
색color, 그리고 섹sec 21
2시란 새벽 22
거기 24
분할의 온도 26
봄과 오늘 27
코드code 28
막간이라는 자세 30
미로와 미궁 사이 32
균열 34
이해 36
여기, 오독이 내리고 38
불면 39
태블릿을 유영하는 40
틈새 41

제2부
세로의 잔도 44
고요와 미로 사이 46
서석지瑞石池 48
개펄 50
거문도 52
밀양호 54
마루 56
검은 모래 해변 57
나로도 58
달의 건너편 59
골목을 그리다 60
숨 고르기 62
오늘은 비 64
경로 이탈 66
바람을 입다 68
짐짓 70

제3부
안녕, 어제 74
멈춤 76
비는 안부를 묻지 않는다 78
오늘 관심 80
다이어리 82
얄팍한 문장 83
거북목 84
빗면으로 스미다 86
해바라기 88
슬럼프 90
심야 91
뒤집힌 하루 92
길이 94
안경 96
여기저기 98
업데이트 99

제4부
콰이어트 플레이스A Quiet Place 102
페이지를 관람하는 사이 104
모서리 106
허공 4시 107
길쭉한 밤 108
헤어컷 110
비스듬한 하루 112
흔들리는 113
붉은 그녀 114
발자국 116
보헤미안 랩소디Bohemian Rhapsody 118
체하다 120
붉은 하루 122
무채색 124
투명한 발톱 125
조만간 126

해설 현실을 디디고 서 있는 상상력|한명희 130

저자소개

차영미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69년 경남 사천에서 출생했다. 2009년 『서정문학』시부문, 2015년 『시와세계』로 등단하였다. 현재 『서정문학』 편집장,『시와세계』 부주간, 도서출판 서정문학 대표를 맡고 있다. 시집으로 『괄호를 묻는 새벽』(2018년) 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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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공의 바다

햇빛을 먹어야지,
바람이 구부러지는 아침

누군가에게는 피난이었고
누군가에게 광기였을지도 모를
나에게서 듣는 나의 냄새

구겨진 생각들이 달려가고
도로는 파편으로 가득하다
밀물과 썰물 속에서
어제는 붉은 구두를 건져내기도 하고
추적자처럼 찍어내는 녹슨 핏자국과
비린내로 번들거리는 멈춤 버튼 속에
고도를 따라가는 맨발에게
질문을 신겨주었고

소멸하던 태풍은 북쪽으로 이동 중이고
우리는 방에 앉아 쏟아지는 바다를
서로에게 던져주었다

여름이 돌아가는 내부
그의 가슴은 여름을 건너 여름으로 간다
빙하가 녹는 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고 사투를 벌인다

각각의 자리에서 여름이 돌아가고 여기는 새로운 거처,
깊고 모난 것들이 가득하다

오늘까지만 여름일 거야,
아마도 너는 갱년기일까?

나이 든 반려견은 책상 한 귀퉁이를 꿈꾸고
시집 건너 시어에는 죽음이 번진다

나의 거처에서는 알림이 오지 않고
번져 버린 단어 사이에서 말이 사라진다

서로를 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낯설어지고
스토커처럼 들러붙는 습도는 86%

생체 리듬이 비스듬해지고 그를 스캔한다
그는 비대해진 여름을 팔아 치울 궁리 중이고

그의 여름에서는 오래된 나무 냄새가 난다


페스츄리pastry가 낙하하는 지점

겹겹이 소음이 쌓인다 구름 위로 모여드는 오늘,
고요는 습관처럼 졸음은 돌아다닌다

팔려야 할 목록이 가득한 잡지 위로 달구어진 기계음 오류를 쏟아낸다
감정을 크림처럼 밀어넣고 낙뢰 호우 문자에도 창밖은 고요하다

예쁘게 포장해서 부스러기처럼 털어낸다
이슈를 삼키고 시어가 투덜거리는 심야, 잃어버린 것들은 어디에 고여 있을까

한쪽만 남은 양말, 머리끈, 걱정, 네가 버린 말들,
저장하기에 너무 가벼워진, 떨어지는 소리로 한 켜씩 쌓여간다

소음을 이어서 세워 볼까? 통화하는 소리, 치료실의 신호음, 휠체어 끄는 소리
간이 침대 너머 냉장고 소리, 코 고는 옆 침대가 위로를 포개는 중이다


안부에 대하여

작달비가 종일 내린다 바늘 만한 구멍 사이로 이야기가 빠져나가고 당신에게 묻지 못하는 것은 삼켜지지 않는다 죽어 버린 악의를 어디서 물을 수 있을까?

아침에 부고가 날아오고 죽음이 보도되고 병원 예약 문자가 한 켜씩 쌓인다 위로라는 이름으로 변명을 전하고 한 발자국도 디딜 수 없는 안녕이 돌아다닌다

정물이 되어가는 불안 속으로 당신의 침대가 삐걱인다 씨줄과 날실 사이 도피를 꿈꾸던 새벽 너머 도착한 흔적들, 읽지 않은 문자가 졸음을 떨구고

떠날 준비를 했던 당신과,
떠남을 당했던 당신,
소음의 바다를 떠도는
아직 안부를 연습 중인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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