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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5327037
· 쪽수 : 320쪽
책 소개
목차
하품은 맛있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오늘은 꿈에 어느 요양병원을 찾아갔어. 이름도 또렷해. 웰케어 재활병원. 거기서 많이 아파 보이는 아저씨를 아빠라고 불렀어. 원무과에 들러서 병원비를 내고 다시 버스를 타서 어딜 열심히 가는데 카톡이 오는 거야. 웬 남자가 저녁에 시간 되면 영화를 보자고 하더라구. 말하는 게 싸가지 스타일이었는데, 꿈에선 만나기로 하고 신림동으로 나갔어. 그것도 현재가 아니라 미래더라고. 12월 11일. 나 상담 좀 받아볼까?
“같은 노트를 복사했는데, 몇 줄이 덧붙었어. 특수청소를 다니고, 빚에 쪼들리고, 아빠가 편찮으셔. 그런데 여기 이 끝부분 봐봐. 아빠 병원에 들렀다 돌아오는 길에 임 대리와 약속을 잡고 바람맞는 내용이 보태졌어. 밤새 단아름다운이 사무실에 들어와 일기를 이어 쓴 것처럼 말야.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
남 사장이 가볍게 코웃음을 치며 다른 종이 뭉치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방금 전 노트야. 새로 생긴 한 줄 보이지? 드디어 악몽이 나를 집어삼켰다. 깨어 있어도 악몽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더 이상의 기록은 무의미하다.”
“놀랐니? 나도 신기해. 탑승 로봇을 조종하는 기분이랄까?”
생각지도 않았던 말이 입술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말끝에 킥킥 웃음이 터졌다. 물론 웃음의 주체는 내가 아닌 다운이었다.
고개가 제멋대로 돌아가 책상으로 향했다. 어젯밤까지만 해도 거기 놓여 있던 스노볼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무릎걸음으로 책상에 다가갔다. 스노볼이 놓여 있던 자리에 녹은 눈처럼 차갑고 비릿한 물이 흥건했다. 그러고 보니, 스노볼은 다운이 망치로 깨어버렸다. 나의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까지도 다운이 지배하는 시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