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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5327273
· 쪽수 : 432쪽
책 소개
목차
그의 이야기 2. 날 수 없는 하늘
산타클로스의 진실
그의 이야기 3. 가질 수 없는 꿈
힐링타임
그대와의 버킷리스트
그의 이야기 4. 지울 수 없는 기억
버려야 할 것들
사실은, 쇼핑당한 여자
외전 1. 예기치 못한 여행
외전 2. 그녀가 모르는 이야기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어린 시절 결국 내 앞에서 죽음을 택한 친엄마는 사소한 모든 일을 원망하며 남편을 찾았다. 이혼한 내 아버지가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에게로 찾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어쩌다가 그가 찾아온 날에는 친엄마의 눈에서 이상할 정도의 광채가 났다. 1분도 안 되는 짧은 만남을 가졌어도 며칠 밤새 흥얼거리며 즐거워했다. 허나 그가 끝내 오지 않는 날에는, 그의 아들인 나를 때리고 윽박지르며 죽이려 든 적도 있었다.
친엄마는 그렇게 점점 미쳐갔다. 그것은 지독하도록 나약한 영혼을 지닌 까닭이었다. 어쩌면 내가 완벽하게 닮아 있는 그런 영혼일 것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이지만.
“차미선.”
침대에 붙어 있는 이름을 외우고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눈에 담는다. 정녕 인연이 닿을 운명이라면 반드시 또 만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돌아보지도 않아요?”
부드럽게 감기는 목소리에 숨이 막힐 것만 같다. 어쩌지? 그냥 좀 허무하지만 배시시 웃으며 쳐다봐줄까? 의외로 차미선 백치미 있네? 이러고 웃어버릴지도 모르잖아. 심각하게 똥폼 잡고 일주일 시간을 달라고 한 건 좀 무안하지만 이쯤에서 당신을 사랑하니까 절대 포기 못 한다고 고백하며 마무리하고 안겨버릴까? 그래, 그럴까?
“!”
그런데…… 몸을 돌리고 마주친 그의 새까만 눈동자 앞에서 말문이 막혔다. 항상 보던 그 자상한 눈빛이 아니다. 차분하게 가라앉은 그것은 무표정한 얼굴에 박힌 하나의 장식품 같았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가 갑자기 낯설었다. 새하얀 눈보라가 그의 짧은 머리칼에 모두 달라붙어 있으나 오히려 그 눈꽃보다 이 남자가 더 차가워 보인다. 문득 어깨가 조금 더 선뜻해진다.
“저도 제법 긴 시간 동안 생각해봤어요.”
남자의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걸린다.
“미선 씨를 위해 그냥 우리는 헤어지는 게 좋겠다는 결론을 내렸죠.”
“잘못했어요, 미안해요. 이제 다시는 놀라지 않게 할게요.”
내가 아무리 버둥거려도 이 남자는 가만히 안고만 있었다. 억지로 뿌리칠까 잠깐 고민했지만 필요 없는 소모전일 것 같아 관뒀다. 어차피 모든 것이 그가 깨어나기를 바라며 한 행동이었잖아. 이 황당한 해프닝만 아니었으면 지금쯤 나는 하늘이라도 날 듯 기쁨에 겨워 하고 있을 것이다. 결국은 투정이다. 이 사람의 따뜻한 품에 안긴 것만으로도 내 분노는 눈 녹듯 사라지고 있었다.
“고마워요, 내 옆을 지켜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