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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91185346359
· 쪽수 : 296쪽
책 소개
목차
한자는 백성의 문자가 아니다 … 22
천민은 법을 몰라야 한다 … 39
강상의 죄를 막아라 … 54
파저강의 여간자(女間者) … 67
오랑캐 문자를 연구하라 … 82
오랑캐를 함부로 죽이지 말라 … 95
혈로를 뚫는 여장수 … 109
명신인가, 허명인가 … 124
형제 중에 숨은 칼날이 있다 … 138
세자빈 치마 속 뱀 두 마리 … 153
생명과 바꾼 가문의 위기 … 167
여악(女樂)은 음란의 근원인가 … 182
나랏님도 못하는 음주 단속 … 195
두만강을 건너는 위장 부부 … 209
세자의 늦사랑 … 226
두 번째 폐빈 … 245
조선의 명궁은 누구냐 … 259
임금과 천민의 토론 … 276
조선왕실 가계도와 정부 조직도 … 292
저자소개
책속에서
홍득희가 쓴 여진 문자 편지는 임금에게 쉬운 문자에 관한 관심을 더욱 크게 부추겼다.
어느 날 상참이 끝날 무렵, 임금이 대신들의 의견을 물었다.
“어리석은 백성이나 천민들은 법률 조문에 의해 죄의 크고 작음이 정해진다는 것을 알지 못하오. 만약에 백성들이 자신의 행동이 죄가 된다는 것과 얼마나 큰 죄인지를 안다면 잘못된 행동을 미리 막을 수도 있을 것이오. 큰 죄가 되는 조항만이라도 뽑아 이두로 번역하여 민간 남녀가 익히 알고 죄를 짓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떻겠소?”
이조판서 허조가 아뢰었다.
“신은 폐단이 일어날까 두렵습니다.”
“폐단이라니요?”
임금이 뜻밖의 말에 대해 되물었다.
“백성이 죄의 크고 작음을 샅샅이 알게 되면 법을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제 마음대로 농간하는 무리가 반드시 생길 것입니다.”
임금은 대단히 언짢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면 백성들이 알지 못하면서 죄를 짓게 두는 것이 옳단 말이오?”
임금의 목소리가 워낙 크자 허조는 고개를 푹 숙였다.
“물론 착한 백성을 두고 아뢴 말씀은 아닙니다.”
임금이 꾸짖듯이 계속 말을 이었다.
“백성에게 법을 알지 못하게 숨기고 죄 짓고 난 다음에 처벌하는 것은 떳떳하지 못한 조삼모사(朝三暮四)의 술책에 불과한 것이오. 예로부터 우리의 선조께서 모든 사람이 율문을 읽게 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법을 알도록 하자는 의도에서 한 일이 아니겠소?”
“황공하옵니다.”
허조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경들은 어떻게 하면 많은 백성이 경전의 율문을 익히고 알아서 죄를 짓지 않도록 할 수 있는지 의논하여 아뢰도록 하시오.”
임금은 비단 이조판서 허조뿐 아니라 조정의 많은 대신이 그와 비슷한 생각을 가졌으리라고 짐작했다.
- '천민은 법을 몰라야 한다' 중에서
“이제 상감마마께서는 더 훌륭한 교지를 내려 주시기를 바랍니다.”
“무엇을 말함인가?”
“천민을 진실로 백성으로 만드는 교지를 내려 주시옵소서. 형조도 관에 있는 노비의 문서를 모두 폐기하시는 은혜를 베풀어 주옵소서” .
“아니? 노비를 다 없애라는 말인가?”
임금은 호기심이 잔뜩 어린 표정으로 홍득희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없애는 것이 아니오라 진정한 마마의 백성으로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하여 그들이 농사도 짓고 관아에서 일도 보고, 변방에 나가 군졸로도 싸우고, 재인은 백성을 즐겁게 하는 재주를 보이게 하고, 고관이나 양반집에 소속된 자는 다 풀어서 그들이 자유로이 주인을 위
해 일하고 정당하게 대가를 받게 하옵소서.”
“홍 처자의 말은 천지를 뒤엎는 말이다. 참으로 이루기 어려운 일이지만 아주 틀린 말은 아닌 것 같구나.”
- '임금과 천민의 토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