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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독서에세이
· ISBN : 9791185428017
· 쪽수 : 284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 사랑에 영혼을 걸고
당신을 볼 수 없는 지옥 같은 세상
I에밀리 브론테, 《폭풍의 언덕》
사랑에 모든 것을 걸지 못하면
I너새니얼 호손, 《주홍 글자》
신을 기쁘게 하기보다 그를 기쁘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I루이제 린저, 《아벨라르의 사랑》
상처 입은 사람들은 위험하다
I조세핀 하트, 《데미지》
2. 여기가 아닌 다른 곳에
사랑 없이는 살 수 없는 여자
I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연애는 그녀가 꿈꾸는 모든 것
I구스타브 플로베르, 《보바리 부인》
그가 돌아가려 했던 순간
I스콧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인생의 맨얼굴은 오색 베일 뒤에
I서머싯 몸, 《인생의 베일》
3. 질투는 눈이 없는 얼굴
당신에겐 나를 죽일 권리가 있어
I프로스페르 메리메, 《카르멘》
죽이고 나서 더욱 사랑하리라
I윌리엄 셰익스피어, 《오셀로》
누구라도 결혼을 하지 못하게 하시오
I레프 톨스토이, 《크로이체르 소나타》
4. 가질 수 없다면 파멸시키리라
단 한 번의 위험한 관계가 불행을 가져오다니
I쇼데를로 드 라클로, 《위험한 관계》
아름다움이 나를 파멸시켰다
I빅토르 위고, 《파리의 노트르담》
왜 당신은 나를 바라보지 않았나?
I오스카 와일드, 《살로메》
고향에서는 귀한 여자 여기서는 이방인
I크리스타 볼프, 《메데이아, 악녀를 위한 변명》
본문에 인용된 원작 소설들
저자소개
책속에서
결혼을 결심한 여성으로, 약혼한 상대가 아닌 다른 남자에 대한 애정을 이토록 절절하게 토로하는 캐서린의 마음은 무구함 그 자체다. 심지어 그녀는 린튼에 대한 사랑이 숲의 잎사귀처럼 계절이 지나면 변하는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녀가 결혼 상대자로 결정한 것은 땅 밑에서 영원히 변하지 않는 바위 같은 사랑을 품고 있는 히스클리프가 아니라 계절에 따라 변화하는 나무 같은 사랑이라 여기는 린튼이다. 그녀가 히스클리프를 사랑하는 데 있어 결혼은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아니, 그녀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믿고 있다. 그녀에게 결혼 여부나 누구와 결혼하는가의 문제는 그리 중요한 것이 아닌 듯하다. ‘당신은 나의 주인, 나는 당신의 노예’ 또는 ‘당신은 나의 태양’과 같은 낯익은 비유가 아니라 ‘너는 바로 나’라는 캐서린의 고백은 고백이 아니라 선언처럼 들린다. p.20~21(《폭풍의 언덕》 중에서)
심리학자 로버트 존슨Robert Johnson은 《당신의 그림자가 울고 있다Owning Your Own Shadow》에서 사랑을 ‘1만 볼트짜리 전력을 끌어들이는 것’으로 정의한다. 보통 사람이 유지하고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110볼트로 볼 때 우리의 연약한 마음으로는 이렇게 엄청난 과부하를 감당할 수 없다. 사랑이 가져오는 1만 볼트의 충격을 흡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존슨은 생활 안에서 사랑을 감당하려면 남녀가 둘 다 110볼트의 차원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격정적인 사랑이 점점 드물어지는 현대를 살다 보면, 돈 호세의 사랑이 가끔은 부럽게도 느껴진다. 심지어 시인 정호승는 ‘사랑하다 죽어버려라’라고까지 노래하지 않았던가. ‘사랑하다 죽여버려라’라고 말하진 않았지만 말이다. p. 171(《크로이체르 소나타》 중에서)
에스메랄다의 죽음으로 프롤로는 자신에게 남자의 육욕을 일깨워준 유일한 정념을 잃었고, 카지모도는 인간다움을 박탈당한 자신의 삶에 유일하게 온기를 준 사랑을 잃었다. 프롤로는 절망했고, 카지모도는 분노했다. 분노의 크기가 절망의 크기보다 좀 더 컸다. 프롤로는 자신이 아들처럼 키웠던 카지모도에 의해 죽음을 맞는다.
시간이 지나 부상에서 회복된 페뷔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플뢰르와 결혼식을 올린다. 그리고 프롤로와 에스메랄다가 죽던 날 행방이 묘연해진 카지모도는 시간이 훨씬 더 지나 교수형에 처한 죄인들의 시신을 보관해두는 몽포콩의 지하실에서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된다. 교수대에서 죽은 여인의 시신을 끌어안은 채. 위고는 카지모도의 후일담을 전하는 마지막 장의 제목을 ‘카지모도의 결혼’이라고 붙여 사랑받지 못하는 괴물로 살아야 했던 불쌍한 사내의 영혼을 위로했지만, 나에게는 그보다 정념 앞에 무너져 악마로 죽어간 사내의 마음이 더 애달프고 아프다. p. 241(《파리의 노트르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