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종교에세이 > 기독교
· ISBN : 9791185677002
· 쪽수 : 308쪽
목차
1. 아주, 아주 특별한 사랑덩어리- 태준의 자기정체성 13
2. 모든 장애아들 힘내세요- 장애에 대한 태준의 생각 57
3. 마음에 따뜻한 물이 들어있다- 태준 에게 마음이란? 73
4. 친구가 되어준 일기- 태준은 왜 일기를 그렇게 썼을까? 115
5. 미소천사의 눈물- 태준 에게 눈물이란? 133
6. 아름다운 기도- 태준의 기도 149
7. 천국의 맑은 가족- 가족에 대한 태준의 일기 149
8. 미소천사의 홀로서기- 태준의 대학생활 일기 209
9. 짧은 인생길 유언- 태준의 마지막 투병생활 일기 243
10. 미소천사 태준의 삶- 태준의 생애 289
책속에서
프롤로그
오빠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는 여인이 있었습니다. 성경에 보면 나사로라 이름 하는 청년이 오랫동안 병을 앓다 그만 일찍 죽게 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이런 오빠의 죽음은 동생의 가슴을 찢어놓는 듯 한 고통스러운 사건이었습니다. 그런데, 자세히 살펴보니 동생 곁에서 함께 울고 있는 한 분이 있었습니다. 바로 예수님입니다. 그 분은 나사로를 너무도 사랑하는 분이었습니다. 동생은 그때야 알게 되었습니다. 예수님과 나사로는 가족인 동생도 차마 헤아릴 수 없는 깊은 교제를 나눈 진실한 친구 사이라는 것을…
저는 2년 전 사랑하는 오빠를 천국에 보내야만 했습니다. 오빠가 죽은 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오빠를 잃은 여인과 예수님의 이야기가 생각났습니다. 저는 나사로가 무슨 병이 있었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신기하게도, 우리 오빠 태준 역시 다운증후군과 선천적 심장병을 지닌 채 태어나 평생을 여러 가지 질병으로 고생하며 살다 결국 그는 서른의 나이에 폐암으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오빠가 죽은 후 오빠와 저, 둘 사이에 있었던 소중한 기억들을 많이 생각하곤 했습니다. 그러다 문득 예수님 역시 저보다 훨씬 더 아름다운 추억을 태준 오빠와 함께 만들어 왔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오빠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그가 자랑스럽습니다. 사실, 오빠가 태어난 무렵인 1980년대에만 해도, 우리나라는 장애인이 행복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기가 무척 힘든 곳이었습니다. 가족 중에 장애인이 있다면 마치 죄인이라도 된 냥, 가족의 장애를 숨기기가 일쑤였습니다. 감사하게도 저는 부모님의 가르침 덕분에 장애인인 오빠를 당당하게 소개하며 살아왔습니다. 태준 오빠 역시 자신이 사랑 받는 존재임을, 또한 사랑을 줄 수 있는 존재임을 당당하게 고백하며 살았습니다.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우리 오빠 태준은 비장애인에 비해 지능이 떨어지는 편이고, 몸동작이 둔하고, 말이 어눌했습니다. 다시 말해, 그는 아이와 같이 순수하게 사고했고, 행동에 여유가 있었으며, 순하게 말했습니다. 오빠 태준은 스스로를 미소천사라 부르며 살았습니다. 오빠와 대화를 나눠본 이라면 누구라도 그가 미소천사인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곰돌이 인형처럼 푸근한 몸집에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버리는 순박한 미소! 그 뿐만 아니라 오빠가 하는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사람들이 정말로 행복해합니다. 장애를 초월한 그의 천연한 행복이 사람들에게 절로 전해지기 때문입니다. 어쩜 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오빠가 행복할 수 있을까? 그가 뭘 몰라서 무엇이든 행복해 보이는 게 아니냐고 하는 이가 있을 수도 있을 겁니다. 일부는 맞습니다. 다운증후군은 지능장애이기 때문에 옛 시대에 태어났다면 소위 백치나 바보취급을 받으며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오빠 태준은, 바보여서 행복했던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보다 더 야무지고 똑똑하게 행복에 대해 고민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했던 사람입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합니다. 오빠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야 행복한지를 알았습니다. 자신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오빠는 자신이 장애인으로 태어나 겪을 수밖에 없었던 저만의 외로움을 껴안으며 살았습니다. 외로울 때면 기도공백을, 하나님 앞에 채워 갔을 뿐 아니라 오빠는 오빠 자신에게 꿈이 있다는 점도 정확하게 인식했습니다. 오빠는 화가의 꿈을 이루어가며 살았습니다. 비장애인들과 함께 살아가며 때로는 냉혹하기도 한 거절을 이겨내는 방법도 터득해 냈습니다. 오빠는 보통사람들보다 더 끈질긴 열정으로 십 수 연간 매일 일기를 썼습니다. 이 모든 꿈은 다른 이들의 마음을 위로하고자 하는 그의 간절한 소망에서 시작됩니다. 오빠 태준의 꿈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빠가 일기장에 남겨둔 그의 영혼의 자취는 오빠가 생전에 오랫동안 준비했던 꿈이었습니다. 오빠 태준의 일기를 읽다보면 대부분의 글이 앞뒤가 맞지 않아 문장과 철자가 틀려 어디서 숨을 쉬고 끊어 읽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틀리게’ 표현했다라고 여기기보다는, 지적장애가 있다 보니 조금은 ‘다르게’ 표현하는구나 하고 너그러이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비문이라 할지라도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리라 생각되는 범위 내에서는 최대한 글의 원문을 보존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글은 오빠가 쓴 긴 일기에서 몇 가지 핵심문장을 뽑아서 수록하기도 하였습니다. 오빠의 일기를 이해하는데 보탬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장 사이에 일기의 배경이 되는 이야기들을 짤막한 글로 이어놓았습니다. 이제, 오빠 태준의 일기장을 함께 열어볼까 합니다. 이 일기장의 의미는 특별합니다. 저는 아들을 잃은 한 아비가 자신의 남은 평생은 아들을 위한 애가(哀歌)의 삶이라 고백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저 역시 오빠를 향한 애가가 제 삶의 평범한 일부가 될 것임을 알고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이 그를 향한 슬픔의 노래로써의 애가가 아닌, 오히려 서른 살 다운증후군 청년 노태준이 우리 모두를 향해 부르는 사랑의 노래인 애가(哀歌)로 남겨지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