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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91185711768
· 쪽수 : 410쪽
· 출판일 : 2015-09-15
책 소개
목차
1
2
3
4
5
6
7
8
9
10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택시에 오르자마자 가스미는 문 쪽으로 몸을 기대고 그대로 잠들어버렸다. 잠 속으로 망칠 수밖에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거짓말을 하는 데도 에너지와 용기가 필요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용기를 내도 거짓말을 못 하는 사람이 있다. 왠지 슬픔이 밀려왔다.
“내가, 지금 내가 소중해?”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지금 내겐 네가 소중해.”
나는 말했다.
숨을 쉴 수 없었다. 말이 나올 때마다 균열이 커져가는 것 같았다.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봐.”
“지금 네가 소중해.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어.”
나는 말했다. 균열이 더 커지고,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널 안을 수 있다면 지금 이 세상에 전쟁이 일어나도 좋아. 자, 말해봐.”
내 아파트로 돌아와서 나는 뜨거운 물로 샤워를 했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으려고
애쓰면서 침대로 들어갔다. 문득 눈을 떴다. 누군가가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몸을
일으키고 사방을 둘러보았으나 아무도 없었다.
머리맡의 자명종 시계를 보았다. 11시 55분. 그렇다면 세상은 벌써 내일을 맞이했을
것이다. 이 세상에서 벗어난 5분이 나를 조용히 끌어안고 있었다.
다시 몸을 눕히고 나는 눈을 감았다. 완전히 갇힌 어둠 속에서
가스미를 생각하고, 미즈호를 생각했다.
하루의 288분의 1 정도는 그런 생각을 해도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