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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5734149
· 쪽수 : 598쪽
· 출판일 : 2014-09-2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_ 김은총
#1 외로운 아이
#2 미리내
#3 첫 번째 편지
#4 마법의 성
#5 11월의 괴담
#6 설중매
#7 그녀
#8 두 번째 편지
#9 의외의 인물
#10 피는 뜨겁다
#11 오만한 여자들
#12 세 번째 편지
#13 Grace from heaven
에필로그_ 네 번째 편지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등촌동 SBS 공개홀 앞은 일요일만 되면 여기저기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북적이곤 한다. 요즘 잘 나가는 아이돌 가수를 보기 위해 진을 친 팬들로 대부분 어린 여학생들이다. 방송이 시작될 시간은 아직 멀었는데 아침부터 나타나 앉아있는 게 지겹지도 않은지 여학생들은 준비해온 풍선과 플랜카드를 서로에게 내보이며 자랑을 일삼는다. 이들 무리의 주변엔 2인 1조로 팀을 이루어 커다란 쓰레기봉투와 집게를 들고 다니며 봉사활동을 펼치는 동방신기 팬클럽 카시오페아가 보인다. 연예인들끼리 선후배를 따지며 친목을 도모하면 그의 팬들도 그렇게 한다더니 정말인가 보다. 아침부터 땀 흘리는 두 명의 소녀들에게 이제 막 데뷔한 아이돌 그룹의 팬들이 먼저 인사를 건네며 살갑게 구는 것이다. 제멋대로인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나름의 서열도 존재하는 이들을 저쪽에서 누군가 바라보고 있다. 무전기를 손에 든 남자들, 선글라스를 쓰고 시커먼 양복까지 걸쳐 입은 덩치 좋은 이 남자들은 대체 누구일까. 어린 소녀들이 혹시나 무슨 짓을 저지르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 방송사가 고용한 경호원들이다. 방송사 주변을 서성이며 심상치 않은 눈초리로 감시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정작 여
학생들은 그들이 무얼 하건 말건 관심이 없다. 좋아하는 연예인이 나타나지 않는 한 이 어린 소녀들은 얌전하게 앉아만 있을 거였다.
“쯧쯧쯧……. 한심한 것들 같으니라고…….
격한 춤을 추고 난 후였지만 힘들지 않다. 간주가 흐르는 이 순간, 은총은 그렇게 생각했다. 보통은 정신없이 춤을 춘 뒤엔 숨이 가빠 노래는커녕 쓰러지지나 않으면 다행일 텐데……. 후후, 아무래도 나는 어딘가 잘못된 모양이다.
“꺄아아아악!!”
누군가 다시 비명을 지르고, 은총은 씨익 아름답게 미소 짓는다.
정면으로 달려드는 조명 때문에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객석 저편에 서 누군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듯하다. 그 손길을 잡아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금은 혼신의 힘을 다해 노래할 따름이다.
강남의 대로변에 10층짜리 건물 한 채가 서 있다. 직사각형의 평범한 건물이 아니라 어딘가 달라 보이는, 중세 유럽의 어느 도시에서나 볼 법한, 화려한 문양으로 꾸며 놓은 건물이다. 강남에는 별별 모양의 건물들이 서 있지만 이렇게 외관부터 사람의 시선을 잡아끄는 건물은 그렇게 많지 않다. 이 건물의 이름은 ‘KKK’이다. 입구에 K라는 알파벳 세 개가 대문짝만하게 붙어 있어 멋모르고 지나가던 외국인들은 이곳을 인종차별이나 일삼는 아주 사악한 곳으로 착각하기도 한다. KKK 이곳은 발음하기 귀찮아 하는 사람들 사이에 ‘K3’라고도 불리는 유명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로서, 건물주이자 대표 이사인 강경근의 이니셜로 만든, 이를 테면 이수만의 SM엔터테인먼트라든가, 박진영의 JYP 또는 양현석의 YG FAMILY와 같은 경우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