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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영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85851211
· 쪽수 : 412쪽
· 출판일 : 2022-11-11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죽고 있다. 어떤 이야기의 첫 문장으로 쓰기에 조금 암울한 말이긴 하지만, 나는 이 소식도 반창고를 떼어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짧고 퉁명스럽게, 잠시 따끔거리다 이내 사라져버리는 통증. 상황 종료. 주치의는 나에게 검사 결과들을 보여주고 혈구계수와 CEA 수치, 작은 레몬만 한 종양이 보이는 MRI를 언급하며, 이 소식을 전달하는 것에 대해 몹시 조심스러워했다. 짧은 두 문장이면 정리될 이야기를 질질 끌며 말하고 있었다.
“말기입니다. 석 달 남았습니다.”
나는 슬퍼야 한다. 감정에 북받쳐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휴대전화 버튼을 누르고 모든 친구들과 가족들에게 절망적이고 암울한 전화를 걸어야 한다. 하긴, 내겐 친구가 없지. 그리고 가족…… 가족도 없다.
참으로 우스운 일이다. 우리 곁에 있던 사람이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라니. 우리의 정신이 모든 단서에 대한 변명을 멈추고 나서야 그 사람에 대해 알게 되는 것들이라니. 상담사는 그 단서들(그의 바람기, 술주정, 거짓말들)이 남편의 구조 요청 신호였다고 말했다. “남편은 거기에 서서 자신의 행동을 통해 당신에게 비명을 지르고 있었던 겁니다.” 상담사가 설명했다. “남편은 도움을 간청하고 있었던 거예요.”
헛소리였다. 남편은 캡틴 모르간에게 도움을 청하고 있었다. 케이트가 아니라.
이름 뒤에 온갖 화려한 직함과 이력을 달고 다니는 그 상담사라는 여자. 다 안다는 웃음과 거들먹거리는 말투로 일관하던 그 여자는 진짜 사람, 진짜 문제, 진짜 관계에 대해서는 쥐뿔도 아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