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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91185951577
· 쪽수 : 420쪽
· 출판일 : 2016-11-18
책 소개
목차
Prologue. 연화와 명수
제 1 장. 기준과 연화
제 2 장. 분홍색 장미 꽃다발
제 3 장. 기준과 도훈
제 4 장. 폭우 (1)
제 5 장. 폭우 (2)
제 6 장. 폭우 (3)
제 7 장. 명호와 연화
제 8 장. 삶이라는 이름의 비 (1)
제 9 장. 삶이라는 이름의 비 (2)
제 10 장. 시간의 수레바퀴
제 11 장. 목각인형 (1)
제 12 장. 목각인형 (2)
제 13 장. 새벽빛
Epilogue. 너는 나의, 그리고 나는 너의 무엇이었을까
작가 후기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한테 할 이야기가 있을 텐데.”
낮고 무거운 목소리였다.
“글쎄, 이제 와서 우리 사이에 남은 이야기란 것이 있을까.”
연화는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 사이에 오고 갈 대화란 건 뻔했다. 독설이라면 두려웠고 조롱이라면 비참할 일이었다.
“모르겠다니 가르쳐 주지. 난 네가 왜 아직까지 그렇게 사랑한다던 약혼자와 잠자리를 하지 않은 건지 궁금해.”
“모든 사람이 사랑한다고 다 잠자리를 하는 건 아니야.”
“그렇지만 그게 정연화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기억 안 나? 바로 이곳에서 너는 나랑 처음으로 사랑을 나누었어. 분명 네 제안으로 우리가 섹스를 했던 것 같은데. 아닌가?”
“…….”
“남자와 여자가 사랑을 하면 한 몸이 되어야 한다고 했던 사람도 바로 너였어. 마치 그게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처럼.”
마치 남 얘기 하듯 무심하기만한 어투였다.
“너는 하고 싶지 않았는데 내가 원해서 그랬다는 거니?”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기준의 입을 통해 흘러나오는 첫 경험에 대한 비아냥거림은 견디기 힘들었다.
“내가 너를 원하지 않았을 거라고 묻는 거야? 네가 부탁하니 어쩔 수 없이 잤을 거라고?”
“난 네가 왜 이런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어. 너한테 그 기억이 아무리 불쾌했다 해도 지금에 와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기준의 목소리가 올라갔다.
“검은 어둠을 장막처럼 드리우고 있던 그날 밤, 너를 품에 안고 다독여주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했을 것 같아. 그저 천둥소리를 무서워하는 여자 친구를 다독이며 편안하게 잠이나 자자고 했을 것 같니?”
“난…….”
“너를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음란한 상상을 했는지 네 순진한 머리로는 결코 알 수 없을 걸. 비좁은 도서관 서가에서 나란히 책을 꽂을 때도, 장미꽃이 활짝 피어 있던 인문대 계단을 내려올 때도, 같은 우산을 쓰고 교정을 걸을 때도 항상 너한테 키스하고 싶었어. 그런데도 내가 너를 안고 싶지 않았을 거라고?”
마주친 눈동자가 고통으로 어둡게 물들어 있었다.
“나 혼자만 원한 게 아니었다니 다행이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