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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091296
· 쪽수 : 124쪽
· 출판일 : 2015-09-24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장미/달팽이/책 읽는 남자/소통/마네킹/신풍장 여관 1/신풍장 여관 2/신풍장 여관 3/신풍장 여관 4/등꽃/발바닥을 엿보다/떨이/유월의 장미
제2부
리모컨/시계/이삿짐/꿈꾸는 집/소망/버스 안 풍경/화상(火傷)을 입다/고맙습니다/잠 못 드는 밤/휴대폰/벽오동/먼 기억 저편/다림질
제3부
실업/벽화 마을/굴 까는 여인/송월동 동화 마을/한낮의 단상/선풍기/플러그 인/암 병동/신지끼 동상 사진을 보며/기억/섬진강 연가/해바라기 증후군/석양
제4부
삘기꽃/기억에 대한 소묘/아버지의 텃밭/신부님, 우리 신부님/혹/빨래/아버지와 소나무/어머니의 부엌/낙골연가(落骨戀歌)/갈치/엄마의 구두/해를 품은 전신주/밥솥
해설|기억의 종교 / 최종환(문학평론가)
저자소개
책속에서
기억
축축한 안개가 목덜미에 와 닿는 순간
뭔가 끈끈하던 것이 울컥, 목구멍을 타고 흐른다
이른 새벽 또다시 혼자 길을 나서고 말았다
기억이란 녀석은 참 어리숙한가 보다
매번 잊어버린다
사진 찍다가 메모리칩이 없음을 깨달은 순간의 황당함처럼
상처를 받고 나서야
비로소 반복된 상처임을 깨닫는다
보듬어야 할 기억과 버려야 할 기억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분명
바람이 아닌 것이 바람처럼 스쳐 지나갈 때
풍경이 아닌 것이 풍경이 그려질 때 심한 혼돈을 겪는다
다시는 반복하지 말자 했지만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는 어리석음
길을 걷다가
매일 드나들던 곳이 불현듯 낯선 길로 보일 때
가끔은 가슴을 아릿하게 스치는 순간이 있어
그 순간이 날카로운 면도날이 되어 피부를 벨 때
왜 한 방울의 뜨거운 핏물이 되고 싶은지
왜 한 방울의 차가운 눈물이 되고 싶은지
등꽃
볼 언저리 감싸는 햇살 손길에
수줍은 듯 떨군 고개
바람이 속삭이는 이야기에
넝쿨로 추억 엮는 그대여
인적 드문 골목길
다소곳이 마중 나온 그대가
휘어진 허리 포도송이처럼 매달려
바라본 하늘은
누구를 향한 눈길인지
은은한 향기
햇살에 풀어놓고
바람에 풀어놓는 날
그대가 내게 안부를 묻는다 여기겠네
바람이 골목 모퉁이를 돌 때
풍경이 잠시 한눈팔 때
나 그대에게 흔들렸다고 고백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