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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복지
· ISBN : 9791186314074
· 쪽수 : 311쪽
· 출판일 : 2024-07-10
책 소개
목차
1부
1장 그녀는 걸을 수 있잖아요
철학에서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평가절하
장애학 연구에서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의 배제
지적장애의 의미 - 역사적 개괄
지적장애 서비스의 발전
1부 주요 내용
2장 민족지학 구현하기: 참여, 관찰, 기록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연구 계획 및 실행 38
실제로 구현된 민족지학: 현장 노트 작성, 해석, 구성하기
3장 능력의 개념과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
한 사람 vs 국제질병분류코드
‘장애 뒤에 숨겨진’ 사람
인지능력에 대한 유보
당사자에 관한 지식의 생산과 사람에 대한 재인식
돌봄 관행에 의해 구축된 최중증·중복 발달장애 서비스
변화의 촉진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역량에 관한 새로운 인식
4장 사회적 삶
사회적 참여와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정책 문서에 나타난 지역사회 생활과 참여
연구 참여자들의 사회적 공동체
사회적 존재로서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
그룹홈의 돌봄 관행과 사회적 삶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소외
록 콘서트에서 만난 엘라
5장 나이에 맞는 삶
나이는 삶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가?
휴고
청년기의 의미
청년기 이야기와 시설 이후의 돌봄 시스템
발달장애 서비스 시스템에서 길을 잃은 청년
나이에 맞는 삶을 경험할 권리
발달장애인의 나이에 관한 감수성
6장 섹슈얼리티
부정에 맞서기
의사소통과 ‘동의’의 해석
‘잘못을 하지 않는다’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와 같은가?
무엇이 섹스이고, 무엇이 공정함인가?
어떻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에필로그: 좁은 삶에서 좋은 삶으로
2부
7장 자기결정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에게 배울 수 있는 것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이론적 틀: 양자 간 합일로서의 자기결정
연구 수행 과정
자기결정 과정과 지원
· 목소리 내기와 목소리 듣기
· 행위 하기와 행위 받기
· 선택하기와 선택받기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자기결정권 촉진
· 단순한 말이 아닌 체화된 의사소통
· 자기결정은 개별적인 독립 행위가 아닌 파트너십
· 분절된 선택 상황이 아닌 지속적인 과정
· 위험성
맺음말
8장 지적장애 청년을 둔 어머니의 생생한 경험 ‘내 딸은 나의 깨달음’
연구의 배경
어머니, 돌봄, 청년기
장애, 능력주의, 그리고 낙인
복잡한 삶의 가능성
사례 연구 과정과 방법
어머니의 생생한 경험
· 공허한 삶 속에서의 투쟁
· 학습, 자원 개발 그리고 대처
· 공허함에서 벗어나기: 나의 깨달음으로서의 딸
이 연구의 함의
자경단 되기: 이야기에서 배운 것
· 지역사회에 속할 필요성
· 고난의 결과로서의 삶의 의미, 회복탄력성, 성장
9장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 자녀의 연명치료에 관한 부모의 고뇌
들어가는 말
연구 과정과 참가자
노년기 자녀의 의학적 생사 결정에 관한 부모의 견해
· 연명치료의 시작 또는 보류 결정
· 생명을 단축하는 다른 방법에 대한 선택
맺음말
이 연구의 함의
참고문헌
책속에서
최중증‧중복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지위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필요하나, 장애 학계에서 이들에 관한 연구는 대체로 관심 밖이었습니다. 해방적 연구 패러다임과 자기 권한 부여를 강조하는, 일부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해 왔지만, 자신을 명확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포함한 여러 형태의 집단에 대안적 접근법을 제시하지 못했습니다. 바톤(2005)이 지적했듯이, 우리는 어떤 ‘목소리’로 인식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 특히 ‘언어를 통해 소통하지 못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 ‘음악 들을래요?’ 돌봄 제공자가 물었고, 휴고에게 몸을 가까이 기울이며 ‘아니구나, 오디오북 틀어줄까요?’라고 다시 묻습니다. 돌봄 제공자가 휴고의 반응을 기다립니다. ‘잘 모르겠어요?’ 휴고가 턱을 약간 오른쪽으로 들어 올리자 돌봄 제공자는 (밖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목소리를 듣고 싶은지 묻습니다. 그녀는 휴고가 밖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도록 창문을 열어두고 ‘오디오북을 켤 필요가 없겠네요. 휴고가 원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항상 오디오를 켜놓는 게 우리 직원들의 습관인지 잘 모르겠네’라고 말합니다. 돌봄 제공자는 휴고의 방에서 나가면서 기록하고 있는 저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휴고가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분명하게 바로 알아들을 수가 없어요’”
“리타는 이전 상황에 대해 메모하던 중 휴고가 자신과 ‘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메모에 이렇게 적습니다. ‘휴고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으-으-으-우우. 허어”’ 한동안 휴고의 목소리를 듣던 리타는 ‘무슨 말이에요’라고 묻고, 휴고가 계속 ‘말’을 하자(목소리를 내자) 리타는 소파에서 일어나 침대 옆으로 걸어가 인사를 건넵니다. 휴고는 두 손을 앞으로 들어 올리고 혼자서 큰 소리로 웃다가 리타가 말을 걸기 시작하자 약간 놀랍니다. 그는 리타 쪽으로 고개를 돌려 미소를 짓습니다. 리타는 휴고와 잠시 이야기를 나누다가 다시 소파로 돌아가 앉아서 글을 쓰겠다고 말합니다.”
“엘라는 침대에 앉아 있습니다. 미닫이 블라인드 사이로 햇살이 방 안으로 들어옵니다. 엘라는 몸을 흔들며 가끔씩 창문으로 시선을 옮깁니다. 라디오에서 아침 토크 프로그램이 시작됩니다. 엘라는 몸을 약간 흔들고 시선을 앞으로 치켜 올리며 소리를 냅니다. 그녀는 흔들기를 멈추고 다리를 구부린 다음 침대 옆 벽 쪽으로 몸을 살짝 돌리고 이마를 벽에 가볍게 두드립니다. 라디오에서 음악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엘라는 다리를 곧게 펴고 몸을 두어 번 크게 흔들며 큰 소리로 웃은 다음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 위로 들어 올리고 손뼉을 치고 손으로 타이즈를 두드리기를 반복합니다. 그녀는 혀를 차는 소리를 몇 번 내고 이마를 벽에 부드럽게 대고 있습니다.”
- 현장 노트, 엘라와 함께
위의 예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음’ 코드로 코딩된 데이터 원본입니다. 이는 엘라에게는 드물게, 자신의 방에서 조용히 보내는 아침의 한 순을 나타냅니다. 일반적으로 엘라는 자신의 방보다는 사회적 상호작용으로 분주한 방, 특히 부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했습니다. 이 에피소드에서 엘라는 몸을 흔들지만 부드럽게 몸을 흔들고 있습니다. 방에 앉아 메모를 적고 있던 리타에게 이 순간은 평화로운 시간이었습니다. 침대에 앉아 라디오를 들으며 블라인드를 통해 들어오는 햇살을 바라보는 엘라의 모습은 보기 드문 순간이었습니다.
우리가 보기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이런 순간은 맥락에 따라서는 좋은 삶의 에피소드를 상징할 수도 있습니다. 엘라는 중증 자폐증으로 시설에서 생활할 때 대소변을 묻히거나 가구를 파손하는 등 문제 행동이 심하다고 여겨졌습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엘라는 건강 상태가 호전되었고 대체로 좋은 환경에서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 집은 그녀가 조용한 아침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