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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6358955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20-10-10
책 소개
목차
1부 그렇게 우리는 부부가 되었다
잊을 수 없는 어깨 뽕과 땀 냄새
정신 나간 프러포즈를 허락한 정신 나간 여자
토끼 굴에 들어갈 용기
나 홀로 시댁에
우리가 만든 작은 기적
헤나의 밤
결혼식은 올릴 수 있을까
이런 결혼식은 처음입니다만
2부 알파고가 한국에서 살아남는 법
이름이 진짜 알파고라고요?
넉살, 그가 가진 최고의 무기
어서 와, 이런 알람시계는 처음이지
음치는 살기 힘든 대한민국
고기는 다 빼주세요
코미디 하는 알파고
어머니라는 세상만큼
3부 내 남자의 사랑법
흥부자집 첫째 아들
주방에 드나드는 남자
무모한 와이프를 사랑하는 법
나는 신용카드가 아니야
우리의 내일을 믿어보기
너는 내 운명
나보다 하루만 더
4부 터키 남편과 살다 보니
조금은 부끄러운 이름
털 고민 상담소
양재동 사랑방
손님, 하나님이 보내준 선물
마법 같은 시간 라마단
고부갈등이 뭐예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예림 씨, 터키 출신의 무슬림 남자랑 결혼해도 되나요?”
‘이런 미친놈이 다 있나!’
메시지를 보자 나도 모르게 욕이 튀어나왔다. 프러포즈를 하려면 적어도 사랑 고백이 먼저 아닌가? 게다가 프러포즈를 카톡으로 하다니! 뻔한 건 싫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에라이, 정신 나간 놈! 나는 결혼할 생각은 ‘절대’ 없다고 아주 똑 부러지게 전했다.
사실 알파고는 매력이 뚝뚝 떨어지는 사람이었다. 초롱초롱 한 눈과 짙은 눈썹을 제쳐놓더라도 그는 가진 게 많았다. (……) 하지만 그와 결혼할 자신은 없었다. 국제결혼에 대해 누구 보다 열려있었지만 무슬림은 내 결혼 상대자에 포함되어있지 않았다.
나의 거절에 알파고는 매몰차게 연락을 끊어버렸다. 희망이 없으니 더 이상 마음 둘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결혼을 약속하지 않은 남녀가 연애를 하는 건 알파고의 정서에 어긋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파고가 점점 더 궁금해졌다.
알파고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 그의 말재주는 특히 손님이 올 때 빛을 발했다. 두세 시 간을 떠들어도 손님들은 깔깔대며 웃었다. 그러던 중 남편의 개그를 좋아하던 지인 몇 명이 스치듯 이런 말을 던졌다.
“네 개그를 우리만 보기 진짜 아깝다. 사람들 모아놓고 공연 하면 대박날 텐데!”
(……) 스탠드업 코미디에 대한 알파고의 열정은 진지하다. 2016년 첫 공연을 한 후 이 경험을 발판삼아 지금도 뜨겁게 꿈을 이어 나가고 있다. 매주 두 번씩 코미디언들과 함께 공연을 하고, <개그콘서트>와 <스탠드 UP!>에도 출연했다. 최근에는 일본, 싱가포르, 두바이에서도 몇 차례 공연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낯선 분야지만 이제는 조금씩 관심을 받아가고 있다.
가끔은 우리의 미래가 걱정스럽다. 하지만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걷는 남편이 자랑스럽다. 언젠가 알파고의 이름을 건 단 독 공연이 한국을 넘어 스탠드업 코미디의 본토인 미국에서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까.
결혼을 앞두고 내가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결혼은 두 사람 이 하나가 되는 것’이었다. (……) 내가 계획하는 미래에 ‘나’는 있었지만 ‘우리’는 없었다. 알파고는 종종 우리가 부부가 아닌 동거인 같다고 했다. 이런 마음가짐으로 결혼생활이 행복할 리 없었다. 그러기에는 내 자아가 쓸데없이 컸다. 내 인생의 속도와 방향을 알파고와 맞추어 나가기까지 남편의 마음을 수없이 할퀴었다. 어느 날 남편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신용카드가 아니에요. 이렇게 함부로 긁다가는 언젠가 신용이 다 떨어져 못 쓰게 될 날이 올 거예요. 잊지 마세요.”
(……) 그날 나는 인생길을 함께 걷는 배우자를 처음보다 더 많이 사랑하고 존중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할지 곱씹었다. 나도 그런 부부가 되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를 내려놓아야만 했다.
마음의 빗장을 살짝 열자 알파고가 두 걸음 다가왔다. 마음 의 빗장을 중간 정도 열자 알파고는 열 걸음 다가왔다. 그리고 마음을 활짝 열자 그는 내 안으로 쏙 하고 들어왔다. 그제야 처음 사랑에 빠졌던 그 알파고를 만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