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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정이녹 (지은이)
창조문예사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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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545720
· 쪽수 : 212쪽
· 출판일 : 2019-09-20

책 소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하며 독창적인 '누아주(nouage)' 작업으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신성희 화백의 아내 정이녹의 에세이. 남편 신성희 화백과 어린 두 자녀가 함께 살아온 파리 생활 30년 체류기이다.

목차

글 앞에
추천사

1. 사노라면, 우선순위 하나
2. 햇살 가득 품고 온 수줍은 미소
3. 파리의 화랑
4. 예술의 나라 모국어, 손짓, 몸짓
5. 사랑하면 닮아요
6. 알떡! 로떡! 신떡!
7. 보물찾기
8. 우리 세상을 놀라게 하자!
9. 그때가 행복이었네
10. 한 가지 조건
11. 초콜릿 할머니
12. 파리 거지 열전
13. 물방울 할아버지
14. 나그네의 정자 :우정
15. 템플 기사단 아틀리에
16. 파리의 경찰 아저씨
17. 강아지 이야기
18. 포도주와 친구는!
19. 파리지앵들의 바캉스
20. Ramasseur의 기쁨
21. 소매치기도 급수가 있다
22. 테제 공동체, 로제 형제님
23.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들

에필로그

저자소개

정이녹 (지은이)    정보 더보기
• 2014년 《창조문예》에서 수필 등단 • 기독교신문 칼럼 연재 • (사)한국기독교문인협회 수필분과 위원장 • 창조문인협회 부회장 • 현 shinslab 대표 저서 • 『마음을 들고 서서』 • 『그림으로 남은 파리의 추억』 엮음 • 신성희, 『부활의 회화』 • 정운상, 『사랑의 줄』 • 정운상, 『秋声 정운상』
펼치기

책속에서

어느 해 어머님께서 엘랑쿠르 우리 집에 오셨다. 아침을 들고 산책하러 나가셨는데, 쇼핑백 안에 살구를 한가득 담아 들고 오셨다. 동네 제일 앞줄에 있는 집을 지나가는데 어머님 연세와 비슷한 한 아주머니께서 마당의 잔디를 쓸고 계셨다 한다.
“마당의 꽃들이 아주 예뻐요.”
“날이 무척 좋아서 정원을 손질하고 있어요.”
“내 아들은 화가인데, 저 옆집에 살아요.”
“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들어오셔요. 이건 살구인데 드셔 보세요. 아주 맛이 있어요.”
“맛이 참 좋습니다.”
한국에서 온 어머님과 프랑스 아주머니 두 분은 화창한 초여름날, 각자의 모국어로 거리낌 없이 오순도순 말씀을 나누고 살구도 선물로 받아 왔다고 실감 나게 말씀하신다. 그리고 오후 내내 살구 잼을 여러 병 만드셨다.
다음 날 아침 살구 잼을 들고 그 댁에 가서 오랫동안 말씀도 나누시고 차도 함께 드시고 오셨다. 각자의 모국어로 정담을 나누신다.
하나님은 말보다 마음을 먼저 만드셨다. 눈을 마주하고 앉으면 바벨의 슬픈 이야기는 사라지고 사랑 가득 한마음 미소만으로 언어의 장벽을 넘는다.


선생님은 파리시립동양미술관에서 동양미술, 사군자를 가르치고 계셔서 많은 제자들이 있는데 제자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 궁금해서 여쭈어보았다.
“선생님, 프랑스 제자들에게 어떻게 가르치시나요?”
“나는 불어를 못해요. 그래도 이 두 마디의 말로 나는 무엇이든 다 가르칠 수 있어요. ‘콤시콤사(comme ci comme ca).’”
(‘콤시콤사’는 원어대로 하면 ‘그럭저럭, 그런대로’ 정도로 번역이 되는데 선생님께서 손에 붓을 잡고 말씀하시면, 실제 상황적 손짓, 몸짓, 필연의 언어가 된다.)
커다란 붓에 먹을 찍고 손을 높이 들어 올리고 하얀 화선지 위에 붓을 내리꽂으면서 자신만만하게 큰소리로 말씀하신다.
“콤시(요렇게)!”
그리고 연이어 펼쳐 그으며 말씀하신다.
“콤사(이렇게)!”
눈을 찡긋하더니 소년 같은 미소로 비밀스럽게 소곤거리며 말씀하신다.
“실은 알고 있는 불어가 하나 더 있어. 두스멍(doucement), 천천히.”
세 마디 단어로 프랑스인을 비롯하여 수백 명의 제자를 배출하셨다.


에필로그
- 걸러 내기, 묻혀 있기

봄 햇살이 따갑다. 새봄이 시작되었다. 문득, 적어도 지난 2년 동안 한 번도 입지 않고 계절을 보낸 옷들은 과감히 정리하자고 마음먹었다. 마음처럼 옷장이 정리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루 종일 옷장 문을 열었다, 닫았다, 흥얼거리다 그냥 하루를 보냈다.

지난해, 오랜만에 프랑스 이블린 엘랑쿠르 우리가 살던 집에 갔다. 자동차는 차고 옆 길가에 있고, 정작 차고 안에는 박스가 지붕까지 그득하게 쌓여 있다.
“이게 웬 상자들이야?”
아들은 우리가 살던 집으로 이사 들어오면서 며느리에게 다짐을 했다고 한다
‘새 양말은 버려도 되지만 아빠가 신던 것은 구멍이 난 것도 버리지 말라! 하얀 빈 종이는 버려도 되지만 한 선이라도 금이 그어진 것은 아주 작은 선이라도 절대로 버리지 말라! 바짓단이 헤어져 너풀거리는 잠옷, 쭈글쭈글 색이 바랜 내복, 보풀이 일고 헐거워진 스웨터, 무릎이 나오고 낡은 청바지, 소매가 헐거워져 힘 빠진 겨울 외투…….’
아마도 다시는 입지 않을 주인 없는 옷들이 지붕 밑 다락방에 한가득 쌓여 있다. 그래도 간혹 주머니 속에 접혀진 종이를 펴 보다가 무심한 듯 그어 놓은 나뭇가지 스케치라도 발견하면 품에 안고 큰숨 들이쉰다. 눈물은 글썽해지고.

흔적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추억은 마음에 남아서
시간과 싸움을 한다.
사라져 가는 것들과 투쟁하며
결코 잊지 않을 것을
언약하게 한다.

낡고 보잘것없어도
가끔은 묻혀 있고 싶을 때가 있다.
구멍 난 채로
구겨진 채로
잊혀진 채로
새 양말 속에 함께 묻혀 있기
별것 아닌 스케치지만
멀쩡한 작품 속에 끼여 있기

주인이 눈치채지 않기를 바라면서
지금은 아닌 척 묻혀 있기

걸러 내기도 잘해야 하고
묻혀 있기도 잘해야 한다.

곡식인지 가라지인지는
주님만이 아신다.
“주인이 이르되 가만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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