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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토렴

김익하 (지은이)
창조문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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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렴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토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545935
· 쪽수 : 487쪽
· 출판일 : 2021-03-10

책 소개

김익하 장편소설. 가난하고 고단하게 살아온 서민층의 곡진한 삶을 정성 들여서 쓴 서사로, 인간 사회의 뒤안길에 가려 있는 여리되 따스하고 진실 된 인간의 모습을 조명한 소설이다. 우리말 사용에 탁월한 작가로 정평이 나 있는 김익하의 어휘들은 ‘간추린 낱말 사전’을 첨부하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목차

작가의 말

기다림
응달진 밭 쭉정이들
빈 둥우리기
이름을 또, 얻다
인간 면허가 필요한 까닭
고향을 등지다
깨진 자갈끼리
낯설게 다가온 동료들
또 다른 그들
볕을 가진 사람
얕게 흘러 깊어진 강
부추 끝 이슬
회음벽回音壁
너와 너의 교집합
빈손 사냥꾼의 귀환

평설/이명재

저자소개

김익하 (지은이)    정보 더보기
강원도 삼척에서 태어났다. 전기 공학을 공부하여 회사 생활을 오래했다. 엔지니어링 회사를 설립했으나 IMF로 사업을 접었다. 1980년 『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설해목」(6월호) 「부황의 땅」(11월호) 추천 완료로 등단했다. 작품집으로 『33년 만의 해후』 『개미지옥』 장편소설 『소설 이승휴』(2017년 세종도서 문학나눔 선정) 『토렴』(삼척문학상 대상 작품) 『철암에서 돌아오는 길』이 있고, 단편 「탱자나무집 현자」로 제20회 최인희 문학상을, 장편 『토렴』으로 제3회 삼척문학상 대상을 수상했다. 구로문인협회장, 한국문인협회 지회·지부 위원장으로 봉사했고 구로문학의 집 소설 창작 강사로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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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합죽할미는 화들짝 놀라며 이희구 발에서 신발을 강제로 벗기고 몸을 방 안으로 밀어 넣은 뒤 부엌으로 서둘러 들어섰다. 주변을 한 번 삥 휘둘러보던 눈길이 무쇠솥에 멈췄다. 시집온 뒤부터 여태까지 그녀의 손길이 멈추지 않던 무쇠솥인데 늙어도 들기름에 무쇠가 아니라 검은 플라스틱으로 보일 만큼 빤질빤질 빛났다. 그녀는 그것을 볼 때마다 무쇠솥을 물려주고 죽은 시어머니 언사가 내처 떠올랐다. ‘어미야, 얼른 상 봐라. 일하고 온 아비 배고프것다. 허기진 사람이 시장기를 참다가 밥 잦아드는 새를 못 기다리고 솥전을 잡은 채 쓰러져 죽는다는 옛말도 있다. 그러니 날래 서둘러라.’ 저녁 끼니때면 재촉을 잊지 않던, 죽은 시어머니 목소리가 때를 기다린 듯 지금 새삼 귓가에서 귀울음처럼 살아 올랐다.
지금 시각에선 평소 하던 대로 밥 짓기는 늦었어도 한참 늦었다. 솥을 달궈 덥히자면 시간이 터무니없게 지체될 게 빤했다. 일찍 산으로 간다는 사람을 중죄인처럼 오래 잡아둘 순 없었다. 그녀는 잠깐 망설이며 대책을 궁리했다. 겨울철, 급히 요기할 만한 먹을거리가 있다면 엊저녁에 먹다 남긴 식은 밥 덩이뿐이다. 부엌으로 선뜻 내려선 합죽할미는 찬장에서 식은밥이 담긴 사발을 찾아냈다. 일상 버릇대로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식은밥 알갱이를 집어 입 안으로 넣어 앞니로 깨물어 상태를 확인했다. 찬장 안에 있었지만, 얼어붙은 냇가 모래알처럼 입 안에서 서걱서걱 씹히는데 잇몸뿐 아니라 이뿌리까지 시릴 만큼 찼다.
그거나마 먹여 보내려고 합죽할미는 얼른 프로판가스 레인지에다 양은 냄비를 얹은 뒤 물동이에서 살얼음을 깨고 찬물을 퍼 담았다. 이내 붙은 불이 얼음물을 덥히며 김을 올렸다. 식은 밥 덩이를 토렴할 요량이었다. 물이 양은 냄비 속에서 이내 굽이쳐 끓어올랐다. 백비탕으로 식은 밥을 두어 번 덥힌 뒤 나머지 물에다 된장과 고추장을 푼 다음 간장으로 간 맛을 가늠해가며 장국을 만들었다.
그리고 덥힌 밥 덩이가 담긴 사발에다 끓는 장국을 부었다. 밥이 담긴 사발에서도 김이 올랐다. 뜨거운 물로 덥힌 식은 밥 덩이가 목구멍으로 편안하게 넘길 만한 음식으로 돌아왔다. 토렴이 제대로 된 듯했다. 힘든 일하는 날, 끼니때가 어정쩡해서 허기를 채울 때, 시어머니가 식은 밥 덩이를 찾아내 임시변통으로 급히 만들던 먹을거리였다. 시어머니는 토렴 음식을 만들면서 며느리에게 새겨듣도록 일렀다.
“옛적에는 그랬다. 굶은 사람이 대문 안으로 깡통을 내밀고 끼니를 요구할 때, 집 안에 새로 지은 밥이 남은 게 없고 딱하게도 묵은 보리밥을 줄 때가 있는데, 그땐 반드시 맑은 물에 깨끗하게 헹군 다음 뜨거운 장국으로 토렴해 주는 게 없는 사람에게 베풀 최소한 도리였다.”
합죽할미는 쥐코밥상에다 토렴한 밥그릇과 김치 사발까지 곁들여 방 안으로 들어와 이희구 앞에다 내려놓았다. 불빛에 합죽할미의 물 묻었던 손이 그날따라 눈에 띄게 번들거려 이희구를 미안케 했다. 급히 서두르다 보니 젖은 손에서 물기를 닦아낼 겨를이 없었던 모양이다. 뼈 마디마디 쑤시지 않은 데가 없는 육신이지만, 오늘은 그런 느낌이 들지 않을 만큼 행동이 민첩하도록 빨랐다. 이희구는 황망히 상을 맞받으며 황송함을 감추지 못했다.
“할머니, 이른 아침부터 괜한 고생을 시켜드려 죄송하구먼유. 자던 댓바람으로 일찍 갔다가 점심때쯤 돌아오려고 했는디…….”
“하, 시방 뭔 소리 하누 이 사람아. 내가 자네 빈속을 아는데 어떻게 맨입으로 산으로 그냥 보내? 그리 보낸 뒤 내 속은 과연 편할까. 밥을 덥힌 김에 아예 주먹밥이나 두어 개 만들어 드릴까나? 혹 늦을지도 모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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