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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호미

김선천 (지은이)
현대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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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미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호미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557808
· 쪽수 : 140쪽
· 출판일 : 2020-12-18

목차

시인의 말

1부
호미 귀 ?
호미
호미질
께끔메
널기멍석

쇠스랑 1
쇠스랑 2
키 만들기
낫 갈기
조리질
작두날
인두


2부
짚풀공예 1
짚풀공예 2
새끼 같은 삶으로
아버지의 전정가위 1
아버지의 전정가위 2
전정가위질과 께끔메질
도끼질
바가지
숫돌
돌도끼
께끔메질
죽가래질
또아리

3부
께끔메를 찾아서
가래를 찾아서
가래질 1
가래질 2
가래질 소리
얼멩이와 체
얼멩이

똥삽
지게 1
지게가 되어
지게 2
돌확

4부
쇠스랑처럼 상처 나는 하루
쇠스랑 들고 개자리 파러 가다
도리깨 다비식
외국 노동자의 낫은
요강
맷돌
다듬잇돌
어처구니
쟁기질 1
쟁기질 2
워낭소리
농기구박물관
다듬이 난타
도리깨 난타

해설
농기구는 아버지 어머니 몸이다│신달자(시인 · 대한민국예술원 회원)

저자소개

김선천 (지은이)    정보 더보기
충남 서산 출생 1995년 《해동문학》으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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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호미귀 ?

귓불 자루처럼 두툼하게 길게 뻗어 내린
커다란 내 귀가 헛간 기둥 못에
물음표 ?처럼 걸려 있는 호미 닮았다구?

완전 동의하지 않지만
나는 내 귀가
이른 아침부터 밭에 놓여 야위어가는
어머니 호미처럼

양 귀 쫑긋 시퍼렇게 날 세워
긴 장마 후 텃밭에 무성히 자라는 지심 같은
세상 근심 소리를 깨끗이 매어주고 싶다

께끔메

께끔메는 까칠한 어머니 혀를 닮았다
아니 어머니 혀는 거친 께끔메를 닮았다

알곡 같은 것들 절구질할 때면 꼭 필요로 하던
그러나 조금은 밥주걱 모양도 해
자식들 말 안 들으면
흥부 뺨 때리듯 철썩철썩 사정없이 때리기도 하는
토방 한 귀퉁이에 지게와 작대기처럼
절굿공이와 늘 함께 놓이던 께끔메

반쯤 부서져 절구통 벽에
누룽지마냥 착 눌어붙어 있거나
물 위에 뜨듯 빻아지지 않고 위로 올라오는
것들을 자꾸만 밑으로 쑤셔 넣듯
왠지 세상 두렵기만 하던 유년시절
뱅뱅 집안에서만 겉돌기만 하는
나를 거칠게 나무라며 자꾸만 세상 속으로 밀어 넣던
떡가루 같은 설태 하얗게 끼던 어머니 혀

집 안 돌아다니는 널빤지 조각
대충 자르고 다듬어 만든 께끔메
지금은 절구질하는 모습 볼 수 없어
농기구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게 됐지만

아직도 어머니 혀는 부지런히 움직여
세상 잠깐 떠돌다 돌아와 다시 방콕하고 있는
나를 가끔 께끔메질 하신다
세상 절굿공이 밑으로 마구 밀어 넣으신다

허구한 날 집구석에만 눌러 박혀 있지 말고
세상 속으로 당당히 들어가
쌀이 동료들과 부서지고 함께 으깨어져
세상 살맛나게 하는 떡살이 된 것처럼
그 무엇이든 한번 되어보라고

농기구박물관

농기구박물관에 가 보았다
어디서 많이 본 너무나 익숙한 것들이
너무 많아 순간 당황했는데
아버지 몸을 해체해 놓은 것들이었다
나는 내 마음의 칠성판에 뼛조각 수습하듯
농기구들을 맞추어 놓는다

자식들 걱정 소리 깨끗이 매어주던 귀 닮은 호미며
축축이 자식들 생각 가득 넣어놓고 쟁기 지나간 듯
발고무래질 하던 아버지 넓은 이마 닮은 널기멍석이며
뒷바라지하기 위해 허리 부러지도록 키질하던 등 같은 키며
생의 가려운데 긁어주던 손 같은 갈퀴며
허구한 날 집구석에 처박혀 있지 말고
세상 밖으로 나가보라고 나를 께끔메질 하던 혀 같은 께끔메며
철없이 가지넌출처럼 뻗어내기만 하던
행동과 꿈과 생각들을 사정없이 강전지하던 입과 같은 전정가위며
상처투성이의 발 같은 괭이

그랬더니 칠성판에서
아버지가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불안전한 작물 같은 우리 육남매 자식들
바르고 훌륭하게 키우기 위해
기꺼이 몸은 농기구가 되었던 모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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