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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91186561430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17-07-14
책 소개
목차
Part 1 나의 정원 - 바라보는 식물
틸란드시아 이오난사
녹색 잎
아라우카리아
이름 모를 풀
에키놉스
유칼립투스 시네리아
뱀무 렙탄스
프로테아 롱기폴리아
드라큘라 베네딕트
하얀 꽃
드라이플라워
하얀 꽃다발
바구니 나무
알로에 베라
Part 2 마음의 정원 - 이야기 식물
숨기지 못하는 눈빛
틸란드시아 세로그라피카
선인장
이름 모를 꽃
퍼플 선인장
소라껍질 속 다육식물
틸란시아 바일레이
아치쿨라타 선인장
잔설봉
에린지움 플라눔
푸크시아
박쥐란
데이토나 튤립
몬스테라
방크시아
Part 3 산책의 정원 - 길 위의 식물
올리브 가지
마란타 레우코네우라
가을 낙엽
망원동 은행나무
들꽃으로 만든 꽃다발
거리의 야생식물
북촌 백송나무
창과 그림자
식물이 있는 미술관
할슈타트의 벽에는
할슈타트의 나무들
목화솜을 그리며
푸른 돌과 모래
길에서 주운 것들
산, 낮과 밤, 바다, 그리고 나무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나는 어떤 식물과도 특별한 관계를 맺지 못했다. 아름다운 것을 사면 머지않아 죽어갔고, 시간이 지나 그 사실을 잊고 또다른 식물을 샀다. 그래도 식물을 곁에 두고 싶은 건 서툴지만 알아가고 싶은 마음 때문이다.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떻게 하면 기분이 좋은지, 무엇을 하면 슬퍼지는지 관심을 갖고 매일 조금씩 알아가는 것. 그때쯤이면 나도 어떤 식물과 특별한 사이가 되지 않을까.
글을 쓰는 손, 머리를 쓰다듬는 손, 어깨에 묻은 작은 먼지를 떼어주는 손, 책장을 넘기는 손, 뒷사람을 위해 문을 잡고 있는 손, 슬퍼하는 친구의 등을 두드리는 손, 서툴게 무언가를 만드는 손, 이름 모를 풀을 그리는 손. 손으로 느끼는 삶을 살고 싶다.
홀로 존재감을 풍기는 꽃, 화려하지 않지만 어떤 것과 함께해도 어울리는 꽃, 기분 좋은 향기를 가진 꽃, 향기는 없지만 고운 빛깔의 꽃, 활짝 피어 있는 꽃, 망울만 맺히고 아직 피지 않은 꽃. 누군가를 만나 사랑하고 함께하는 건 서로 다른 색, 모양, 향기, 시간이 어우러져 하나의 꽃다발을 완성하는 것. 혼자여도 좋지만 함께해서 더 풍성하고 아름다운 일.
친구들이 “어떤 사람이 좋아?”라고 물을 때마다 “소년 같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좋아하는 것을 아이처럼 신나서 말하고, 그 눈빛을 숨기지 못하는 사람. 그런데 오늘 누군가 내게 말했다. “좋아하는 걸 말할 때 당신 눈이 반짝거려요.”
스치듯 지나가다 마주치는 식물들을 우리는 무심히 지나친다. 예쁘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고 향기롭지도 않은, 때로는 죽어 있는 듯한 식물들을 볼 때마다 이름이 있는지, 혹여 이름을 숨기고 있는 건 아닌지 궁금하다.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원하는 삶의 방향으로 조용히 존재하는 식물들. 그들의 모습에서 기묘한 생명력을 느낀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 제목처럼, 우리가 느리다고 알고 있는 거북이도 사실 빨리 헤엄치듯이 산책하며 우연히 발견하는 야생식물에게서 평범함과 더불어 비범함과 특별함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