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한국학/한국문화 > 한국인과 한국문화
· ISBN : 9791186562413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6-11-25
책 소개
목차
prologue| 고향이 그립다.
1장. 제주가 사라지고 있다.
1. 제주가 고향이어서 나는 슬프다.
2. 땅! 땅! 땅과 멀어지는 제주 사람들
3. 무엇을 지키고 싶은 건가요?
4. 그것이 어딘가에는 있을 것이다.
5. 가뭇없이 사라지거나 뒤틀려가는 제주의 문화
2장. 그때 그 시절은 다시 오지 않겠지만.
6. 유리의 성과 베르사이유의 장미
7. 산골아이들이 봄을 지내는 법
8. 그녀는 예뻤다.
9. 스커트를 팔랑이며 사라지다.
10. 주인보다 객이 많은 집
11. 사랑이라니, 그까짓 것!
12. 칵테일과 선데이 서울
13. 아, 돗통! 생각만 해도 쯥쯥.
3장. 행복은 늘 누군가와 함께 할 때다.
14. 未生과 아가씨 미생
15. 돼지, 튀어 달아나다
16. 아맹해도 난 다슴 새끼여!
17. 별이 내리는 마을
18. 일 년 후 다시 만날 때까지 이만 총총
19. 나를 키운 건 8할이 바람
20. 아찔한 어머니의 숨비소리
21. 오늘의 셰프는 아버지입니다
22. 오메기 술은 힘이 세다
23. 꿩, 그거 ?나 제대로 못 맞히멍!
4장. 우리만의 특별한 이야기
24. 결혼식
-첫 번째 이야기 - 윷! 윷, 윷, 윷~!
-두 번째 이야기- 손수건 삽서
-세 번째 이야기 - 그때는 좋았고 지금은 나쁜 것
-네 번째 이야기 ?경해도 경허는 게 아니지 말입니다
25. 너무 흔한 이야기-불목당 귀신
26. 우리가 감사해야 하는 시간은 언제나 지금
27. 엄마의 봄날
28. 카스테라와 빙떡
29. 9월 9일 중량절
5장. 팽나무의 이야기
29. 나는 팽나무입니다.
30. 어차피 다 지나가는 일이라기엔
31. 그녀의 몰래한 사랑
32. 깊고 푸른 밤 그대는
33. 언덕 위의 하얀 집
34. 순덕이가 돌아왔다
Epilogue | 섬은 우리에게 무엇일까요.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기는 섬이라고. 딱 요만큼으로 한정되어 있는. 내 몰리면 뒤에는 바당 밖에 없어요.”
우리는 거대 중국 자본에 땅을 팔고 있고, 그들은 대규모 개발로 무분별하게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같이 즐겨야 할 경관이 사유화가 되고 있다. 섬사람 누구라도 가던 곳이 이제는 갈 수없는 곳, 볼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우려는 자국의 기업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자본의 유입 좋지. 그러나 외국자본이 땅을 잠식해 들어간다는 것은 생각해봐야 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투자 받지 말라고? 안 받으면? 우린 뭐 허구한 날 돈도 안 나오는 땅만 끌어안고 있으면 쌀이 나와 뭐가 나와? 밥은 먹고 살아야 될 거 아냐?”
“권리는 무슨, 자본주의 국가에서, 자본의 논리에 의해 사는 거지. 내 땅에 발 들여 놓지 말라는 데, 들여 놓으려는 게 더 이상하지.”
“이 사람아! 아무리 자본주의 논리가 지배하는 세상이라 해도 돈 가진 사람이 모든 것에 대해 마음대로 할 권리는 없어, 그러면 국가나 법이 왜 필요하겠나? 더구나 이 섬의 자연 환경은 공공재야. 국가에서 보호해줘야 하는 거라고!” 세형이가 답답한지 소리 지르듯 설명한다. 옆 테이블 사람이 또 돌아보며 아이고 저 화상들! 하는 표정을 짓는다.
말하자면, 우리가 노상 다니던 곳이 사유화가 되면서 발을 들여놔서는 안 되는 곳이 되어, 나중에는 아예 발을 들고 공중부양 해야 내가 보고 싶은 경관을 볼 수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늘의 빛깔과 구름과 바람에 의해 수없이 달라지는 바다를 보고 싶을 때면 달려가던 곳, 그곳에 어느 날 거대하고 화려한 호텔이 들어서자 누가 막는 것은 아닌데 지레 들어서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오랫동안 그 절벽에서 바다를 내려다보지 못했던 것과 같았다. 비용을 지불하며 그 호텔의 시설을 사용하지 않으면 천혜의 그 광경을 너는 볼 자격이 없어 라는 말을 들은 것처럼. 그러면서도 이러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것부터가 뭔가 잘못 된, 부당하다는 생각에 짐짓 분해했었다.
절벽에서 내려다 본 바다는 그 사람이 말한 단순한 하나의 색이 아니다. 채도가 다른 모든 푸른빛과 초록을 한꺼번에 풀어놓은 것 같은 색이다. 파도가 밀려올 때와 밀려 갈 때가 다르고, 가까운 데와 먼데가 다르고, 가운데와 왼쪽과 오른쪽이 다르다. 모두가 푸른빛인데 그 푸르름이 다 다르다. 더구나 지금처럼 눈부신 빛을 더하면 수평선에서부터 다이아몬드를 뿌려 놓은 듯하다. 제주의 바다는 하나의 색깔로 말하기 힘든 곳이다.
-본문‘결혼식’에서
섬의 가옥구조는 어디나 비슷하다. 마당을 사이에 두고 안? 밖거리로 나뉘어 부모와 아들 부부가 같이 산다. 섬에서는 자식이 결혼하면 분가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부부 중심 가족제도이다. 따라서 이러한 가옥구조는 한 공간 안에 있으되 분가한 형태가 된다. 서로의 안위를 들여다 볼 수는 있지만 부모와 자식 간의 사적인 공간이 섞이지는 않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가족 간 서로의 보살핌과 동시에 어느 정도는 거리를 필요로 하는 충분조건을 채운 놀랍도록 지혜롭고 이상적인 삶의 방식이다. -본문 ‘결혼식’ 중에서
나는 아주 오래된, 늙은 팽나무입니다. 늙었다는 말에 걸맞게 내 몸은 온갖 풍상에 시달려 여기저기 패이고 긁히고 까였습니다. 아이들이 매일같이 오르내리느라 거칠 거려야 할 표면은 맨들 거리고 밝고 올라서는 곳엔 발자국이 다 생길 지경입니다.
이 섬에는 나와 같은 나무들이 돌이나 바람만큼 흔해빠졌습니다. 마을마다 가는 곳마다 있으며 종종 신이 깃들어 신성해진 것까지 있다는 소리도 듣습니다만, 이 동네 사람들은 당최 나를 그렇게까지 봐주진 않습니다. 그건 고사하고 밟고 올라서지만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걸 보면 나도 늙긴 늙었나 봅니다. 그런데 사람들은 우리의 늙은 모습을 더 좋아하니. 가지가지 일로 지지고 볶고 살아봤자 백년도 못사는 사람들이 내 그늘 밑으로 모여들어 온갖 얘기들을 해댑니다. 어차피 다 지나가는 것들,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가지고 죽을 둥 살 둥 합니다. 뭐, 그게 인간이니까요. 저희들끼리 그러면서 사는 힘을 얻기도 하는 모양입니다. -본문 ‘팽나무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