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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여행 > 유럽여행 > 유럽여행 에세이
· ISBN : 9791186581360
· 쪽수 : 250쪽
· 출판일 : 2015-12-25
목차
프롤로그
#01 생의 절반
#02 어떤 인연
#03 비 내리는 파리 샤를드골 공항
#04 푸조 안에서
#05 동행
#06 해질 무렵의 아비뇽
#07 아비뇽에서의 첫 날밤
#08 여행의 시간
#09 새벽 광장
#10 또 조급해지면 안 돼!
#11 끊어진 다리 위에서
#12 동감同感의 대화
#13 이별 여행이 아니길
#14 혼자 하는 여행
#15 여행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
#16 고흐 대신 당신
#17 녹색 신호등의 이면
#18 해질녘, 세잔을 만나다
#19 여행 안에 내가 꿈꾸는 여행이 있다
#20 스노우볼
#21 고르드를 떠나며
#22 질투, 스스로 인정하기 어려운 것
#23 얼음 속에 넣어둔 짝사랑
#24 최고의 와인
#25 그녀에게 짝사랑은
#26 8시간 느리게 사는 기분, 시차
#27 근거리 기억상실증
#28 노천카페에서
#29 이 세상 어딘가에는
#30 아름다움의 발견
#31 밤의 힘
#32 긴 여행을 떠난 친구 소식
#33 어떤 날
#34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
#35 상수시 궁전에서
#36 표정이 살아 있는 삶
#37 시간의 늪
#38 프라하 성에서 본 하늘
#39 그리움은 항상 높은 곳과 물이 있는 곳에 모인다
#40 사라지는 트램의 뒷모습
#41 프라하에서 아비뇽을 떠올리는 이유
#42 비 내리는 비엔나의 밤
#43 어떤 무희
#44 나를 만나는 시간
#45 여행의 설렘은
#46 돌아봐야 보이는 것들
#47 밀밭 한가운데 있는 작은 교회
#48 붙잡아두고 싶은 시간
#49 모든 것이 행복한 아침
#50 하늘, 하늘
#51 극과 극은 등지고 있다
#52 원 데이 One Day
#53 진한 버터향으로 시작하는 아침
#54 여행의 과정
#55 받아들임
#56 저 너머
#57 드디어 카사밀라
#58 바닥에 닿을 때까지
#59 경계의 선
#60 여우비
#61 그라나다의 하늘은 더 푸르다
#62 스케치북 속의 풍경
#63 론다의 빛바랜 골목길
#64 톨레도,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65 눈물 같은 새벽빛
#66 낮달
#67 청량한 눈물
#68 거리의 악사
#69 등 뒤의 그녀
#70 그 여자
#71 마법의 약
#72 얼음 속에 갇힐 편지
#73 낡은 자전거
#74 성당의 어둠
#75 파란 하늘
#76 좀 웃어 봐요
#77 비우는 여행을 위해서
#78 언제든 돌아설 수 있는 사이
#79 노래해도 될까요?
#80 울고 있나요?
#81 눈 쌓인 몽생미셸
#82 그녀를 위한 선물
#83 눈 내리는 파리
#84 사랑의 탄성
#85 태양처럼 뜨겁게
#86 이별의 물랑루즈
#87 파리의 폭설
#88 파리의 하얀 밤
#89 아무 것도 끝나지 않았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비행기 안에서 그저 잠깐 옆자리에 앉은 인연, 여행은 이렇게 수없이 많은, 그러나 짧은 인연들로 채워진다. 아주 가끔은 그 짧은 인연이 매우 특별한 시작이 되기도 한다.
-「#2. 어떤 인연」 중에서
그리운 것이 많을수록 시간은 더디게 흐른다. 찬찬히 곱씹고 또 곱씹어 같은 시간도 여러 번 마디게 지난다. 어제 미술관 앞에서 본 이름 모를 꽃과 나무, 잔디밭 위 사람들, 북적이던 광장은 오늘 저녁 숙소에서 다시 재생된다. 잠들기 전 침대에서 ‘오늘 하루’가 천천히 다시 흐른다. 카메라 안에서, 기억 속에서 그리운 것들을 꺼내어 곱씹고 되씹어 차곡차곡 쌓는다. 오늘처럼 푸르거나 비가 종일토록 내리는 날이면 그리움의 늪에 더 깊이 빠져든다. 알람처럼 누군가 깨워주기 전까지는 스스로 나오지 못하는 더딘 시간의 늪.
-「#37. 시간의 늪」 중에서
론강을 바라보며 걸어 올라가 아비뇽의 지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았다. 가까이부터 멀리까지 지상을 가득 채운 빛바랜 주황색 지붕. 지붕 속에서는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하다. 스케치북을 꺼내 시가지 풍경을 그렸다. 해가 지는 모습도 그림에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림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 그런데 나는 그림 안에 흘러가는 시간도 담고 싶다.
언제부터였는지 그녀가 아래쪽 돌계단에 앉아 론강을 바라보고 있다. 그녀도 내가 여기에 있는 것을 봤을까? 내가 일부러 부르지 않은 것처럼 그녀도 일부러 나를 안 부른 걸까?
가슴이 먹먹한 풍경 앞에서는 서로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아도 좋다. 아무리 꺼내도 부족한 몇 마디의 말보다 감동으로 가득 찬 마음을 가만히 느끼도록 서로를 그냥 놔두는 것이 좋을지 모른다.
말없는 대화의 순간이다.
-「#12. 동감의 대화」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