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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6602522
· 쪽수 : 154쪽
· 출판일 : 2020-06-01
책 소개
목차
금요일의 습관으로
그러니까 이건, 운명인가
깔루아에 관한 구구절절한 설명
모든 걸음이 춤이 되기를
바쁘게, 바빠서, 바쁘니까
과거의 나를 결코 미워할 수가 없다
다시 춤을 출 수 있을까?
물 한 모금도 맛있게
내 몸을 내 마음대로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
친구가 이름을 불러주는 건
울고 싶은 마음이 들면
시작은 런던
너무나 자연스러운 흐름
깔루아하우스의 4인용 테이블
정박의 리듬 사이사이로
나를 기다리는 스윙
오래오래, 다시 아름답게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내가 편집하는 잡지에는 수십 편의 원고가 실리기 때문에 고작 하나를 끝냈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다. 마감 기간에는 보통 다음 원고가 줄줄이 기다리고 있다. 원고를 넘긴 뒤 한숨은 들리지 않게 한 번, 기지개는 크게 한 번 쭈욱 켰다. 그러고는 다음 원고를 찾는데, 원고가 없다! 저자 교정 중인 원고들이 아직 돌아오지 않아 운 좋게도 잠깐의 여유가 생긴 것이다. 당장 교정볼 원고는 없고, 오늘은 금요일이고, 어차피 내일도 출근을 해야 하니, 그렇다면? 퇴근인가! 9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머릿속이 바쁘게 움직였다. 가방을 한번 슥 보았다. 아침에 (금요일의 습관으로) 원피스 한 벌과 구두 한 켤레를 챙긴 내가 그렇게 대견할 수가 없었다._「금요일의 습관으로」
샘 쿡의 <Shake , Rattle and Roll>이 시작되었다. 첫 번째 음악으로 딱이다. “Get out of that bed, go wash your face and hands.” 나도 시작해볼까? 춤을 출 때 첫 곡과 마지막 곡은 무척이나 중요하다. 대체로 첫 곡은 그날의 춤을 좌우하고 마지막 곡은 남은 하루를 좌우한다. 그래서 웬만하면 무난한 곡으로 시작해 최대한 좋아하는 노래로 끝내려고 남몰래 노력하는 편이다. 어떤 강렬한 경험은 그다음 스윙 바에 올 때까지의 기분을 좌우하기도 하는데, 일반적으로 마지막의 기억이 오래 남아서인지 특히나 마지막 곡에 의미를 두게 된다.
_「금요일의 습관으로」
춤을 배우기 전까지 나의 ‘스텝’은 보통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만 쓰였었다. 어디에 가기 위해 걸었고 늦지 않으려고 뛰었지 ‘걸음을 위한 걸음’을 내딛지는 않았었다. 그런데 이제 이 정해진 스텝에 목적과 의미가 생기는 것이었다. 내가 밟고 있는 이 약속된 스텝은 그 자체로 춤이 되었다. 게다가 한 걸음에 두 박자를 셀 수 있다는 건 다분히 충격적이었고, 그런 여유를 실은 걸음은 그 자체로 꽤 뜻깊게 다가왔다. 내 걸음이 걸음만으로 의미가 있다고, 이 걸음이 만들어내는 춤이 보람 있다고 느껴졌다. 아마도 당시에 내가 마음에 여유가 있고, 한가롭게 산책을 즐기기도 하는 사람이었다면 그렇게까지 감흥이 일지는 않았을 것이다. _「모든 걸음이 춤이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