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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

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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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터키어 수강일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74858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6-05-11

책 소개

신예 작가 우마루내의 데뷔작. 말할 수 없는 비밀을 간직한 열다섯 살 소녀가 '소통'을 갈망하며 자기만의 표현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신인 작가의 재기 넘치는 스타일과 집요한 주제의식이 느껴지는 작품일 뿐 아니라 자기만의 언어로 고유의 작품 세계를 펼 쳐나가야 하는 작가 스스로의 과제와도 이야기가 맞닿아 있다.

목차

1부
존나 카와이하다는 것은
메신저 비행기 전투 게임
최불암 아저씨와 테멜 아저씨에 관한 짧은 보고서

2부
한 잔의 커피에는 40년의 추억이 있다
55 그리고 15
토마토, 고추, 가지

3부
마라슈 지방의 아이스크림 만드는 사람들
말하는 사람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우마루내 (지은이)    정보 더보기
1993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2016년 현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에 재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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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그건 그냥 작은 구멍일 뿐이었다. 그러나 나는 거기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색 바랜 남색 줄무늬 팬티의 일부분. 그리고 올라갔다가 내려가는 탄력적인 리듬. 이상하다는 것을 아는데도 멈출 수가 없었다. 엄마가, 들썩, 섬 그늘에, 들썩, 들썩, 구울, 들썩, 따러어, 들썩, 가며언, 들썩, 들썩. 외간 남자의 엉덩이를 이렇게 주의 깊게 지켜본 적이 있었던가. 나잇살이 붙어 사실상 늘어진 엉덩이였지만, 나는 그 엉덩이가 내 가슴으로 돌진해 쾅 하고 부딪치는 거대한 충격을 느낄 수 있었다. 잊을 수 없는 찰나였다. 늙은 남자 엉덩이 페티시(Sexual fetishism)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랬는지 도대체가 이해할 수 없지만 나는 주변이 찬란하게 빛나는 찰나를 경험하고 말았던 것이다.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그 순간은 아무에게도 말 못 할 순간임과 동시에 말한다 해도 누구에게도 이해받을 수 없을 순간이라는 사실을. 절대 들킬 염려가 없는 비밀이 생겨났다는 사실을. 그게 내 비밀다운 첫 비밀이라는 사실을. 첫 비밀이, 낚시가게 아저씨 엉덩이라는 사실을. 황당하지만 사실이었다. 어이가 없지만 사실이었다. 인정하기 싫지만 사실이었다. 사실이었다. 나는 복잡한 심정으로 그 사실을 마주하고 있었다. 아저씨가 나를 발견하고 고개를 갸우뚱, 하며 말을 건넸을 때도.


나는 다시 말했다. 존나 카와이! 존나 카와이! 존나 카와이! 백만 가지 표현보다 그 하나의 표현이 나았다. 그거 한마디면 다 됐다. 그 애에 대한 욕지거리도, 원망도, 비난도, 내 속상함도, 부끄러움도, 수치스러움도 죄다 눌러버리고 한마디만 하면 됐다. 다 무시해버리고 한마디만 하면 됐다. 말하는 순간, 내 주변에는 보호막이 둘러쳐졌고 나는 나를 숨길 수 있었다. 그건 분명 괴로운 일이었지만 하고 싶은 말을 해서 얻게 될 괴로움보다는 나은 것이었다. 아, 존나 카와이. 나는 내 안에서 튀어나오려 애쓰고 있는 말들을 한 손으로 꾹 누르며, 가슴 깊이 묻어두면서 다시 한 번 말했다. 어느 유려한 문장가가 환생해도 다 표현해낼 수 없을 것 같은 엄청난 수의 문장이 내 머릿속을 괴롭히다가 한마디로 쫓겨났다. 아 그냥 존나 카와이.


그는 어쨌거나 바벨탑 이후로 우리는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있으며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면 제대로 된 대화를 할 수 없을 거라고 이야기했다.
[어쩌면 신의 저주는 지구상 60억 인구가 적어도 60억 표현을 사용하도록 한 것이었을지도 몰라. 그걸 받은 사람들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각 나라별 표현을 정해놓았을지도 모르지.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었을 뿐이니까 끊임없이 대화가 안 되는 식의 문제가 발생하는 거고 말이야.]
[결국 해결할 수 없다는 말 아니에요
[적어도 각자가 자기 자신의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는 있다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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