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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6803110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08-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
물의 도시
기억의 집
붕어마을
달항아리
윤슬
나비의 꿈
안부
달팽이
별 밭
돌아오지 않는 새
소내섬
하얀 무지개
마당 깊은 봄
눈길
노을
빈집
붉은 흙
항아리 푸른 길
동백
햇볕 울음
소음
여전히 집
2
인연
첫사랑
포도밭 사막
청평사
붉은 소금
바람
겨울 꽃
흑백 폴라로이드
풍경
배춧잎
한낮
장마
개똥벌레
문, 열리지 않는
여인, 그리고
감자밭
아무도 오지 않는 시간
홍대, 핫플레이스
사람으로 가는 길
거미의 키스
갯벌
등대
3
시인
연인
널 닮은 잎
베티블루
는개
지워진 길
걷다, 걷고, 걷는다
건조주의보
오래된 단지
꽃샘
목련 잎
동백꽃으로 지다
빛의 굴곡
여관, 클림트
명동과 이대 사이
봄꽃
귀뚜라미
하늘을 잡아당기는 골목
백곡 저수지
이층에서 본 거리
바람의 길
꽃잎
해설_ 황병욱 시인의 시적 에스프리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설 중에서]
그의 작품은 대상에 대한 혹은 사건에 대하여 전경화 하듯 객관적 거리를 유지한다. 그러나 그 이면에 흐르는 존재들의 삶에 대한 아픔이 툭툭 가시처럼 박혀 있다. 또 때로는 거센 파도처럼 출렁거려 파도타기를 한다. 그만큼 그의 시는 우리를 아프게 끌어당긴다. 이것이 황병욱 시인의 내면성이자, 그의 시가 지향하는 시 정신일 것이다.
황병욱 시인은 이렇게 사실적이고 역사적인 사건을 소재로 하여 시로서의 그 미학성을 독창적으로 수사修辭해 낸 점이 탁월하다. 각 시마다 롤랑바르트가 설파한 시의 ‘살갗’이라고 할 수 있는 회화성을 자연스럽게 잘 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제를 끌고 나가는 힘도 탁월하여 시적 의미망을 한층 심도 있게 확보한다. 이런 점이 그가 시인으로서의 사명을 부여받은 우월성이다.
황병욱 시인의 시적 사유는 항상 삶의 애환 속에서 탄생한다. 그 속에는 ‘고난과 비애’라는 정서가 출렁이고 ‘사랑’이란 정서가 출렁인다. 이 사랑은 곧 그의 시심詩心이자 그의 시 창출의 동력이다. 황병욱 시인은 “그늘진 손으로/사랑을 쓰다듬었다”(「연인」)라고 고백한다. 이 고백 속에서 그의 인생이 서늘하게 묻어난다. 그리고 작품마다 새로운 상징적 시어의 발견으로 ‘견자見者’의 눈을 뜬 것도 황병욱 작품의 우월성이다.
―시인 이영춘
A가 책을 집어 들었다
물방울이 맺혔다
한쪽으로 기운 당신이 편지를 쓴다
A가 기울어진 당신을 집어든다
기억을 담은 기포가 올라왔다
사서는 빈틈을 채우는 대신 서고의 책을 한쪽으로 쭉 밀었다
두리번거리던 호흡이 말라버린 물의 유적지에서 물방울 화석을 골라냈다
한 번도 서고에서 뽑힌 적이 없는 당신에게 아가미가 생겼다
(중략)
당신의 편지에 숨겨진 물의 도시가
한쪽으로 쭉 쓸려가고
내려앉은 낯빛으로/A가 책을 접었다
접혀진 귀퉁이 갈피에 묻어나는 물이끼
페이지가 이어지지 못하고/당신의 숨이 계곡처럼 흘렀다
푸석거리는 활자들이 와르르 무너지는
고서에는 아직 뜯지 않는 편지들이 가득하다
물속에 사는 것은 어떤 것일까
공포와 시련과 고독과 미련과 허망과 아련함이
하루 종일 비처럼 내리는
오늘이 뻐끔거린다
당신이 갇혀버린 물의 도시
―「물의 도시-우천리․1」 중에서
집이 사라졌다
겨울이면 식구들은 방 하나에 모였다
며칠 내내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먹으로 문을 두드렸고,
마지막 남은 불씨처럼 연탄불이 꺼지지 않게,
보일러가 터지지 않게 주의하고, 또 조심했다
유난히 맑은 달빛이 소복이 지상으로 내려앉는 밤
집 앞 커다란 목련나무는 어른 주먹보다 큰 목련을 활짝 피웠다
(중략)
유난히 달빛이 밝았던 그날은,
목련이 우아하게 만개했던 그날은
가족들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모두 뿔뿔이 흩어졌던 날이었다
―「기억의 집―우천리․2」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