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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6912157
· 쪽수 : 264쪽
· 출판일 : 2016-07-01
책 소개
목차
1부 … 18
슬픔이 있기에 행복이 있고
불안으로 인해 위안이 있다.
불완전함이야말로
실은 가장 완벽한 균형이리라.
2부 … 124
삶은 피어오른다.
허기지고 목이 마를 적에
꽃이 아니라 뿌리를 갈구할 적에
포근한 햇살이 아니라
오직 눅눅한 어둠의 품에서
생명은 그 뿌리를 내리고
이 땅에 오롯이 피어날 자격을 얻는다.
3부 … 196
결과가 끝내 이별이라 하여도
사랑했던 그날의 우리들이
눈 녹듯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글쓴이의 말 259
그린이의 말 262
책속에서
그렇게 나는 아마도 마지막인 것이 거의 확실한 첫눈과 재회했다. 하얗게 야윈 손에 조금은 낯선 온도로 떨어지는 눈송이를 지긋이 바라보았다. 마주 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겨울이었지만 어딘가 포근했다. 세상이 온통 조용했고 그것은 분명, 내가 기다리던 고요함이었다. 삶의 마지막이 이토록 수수한 독백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창밖으로 그녀가 보였다. 비바람 속에서 바삐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나는 창가에 다가서서 그녀의 머리 위로 손바닥을 펼쳐주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저 함께 걸어주는 이가 되고 싶을 뿐이었다. 주변 상황이야 어떠하든, 내가 그것을 해결해줄 수 있든 없든 힘들면 힘든 대로 기쁘면 기쁜 대로 그녀와 함께 빗속을 걸어보고 싶었다.
“이렇게 손 내밀어봐.”
나는 그녀의 말대로 오른손을 탁자 중앙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여진이가 내 손등을 토닥토닥 그녀의 손바닥으로 다독여줬다.
“자, 이제 따라 해봐.”
그다음엔 나를 다독이던 그 손을 가슴으로 가져가서 스스로 자기 마음을 쓰다듬어주었다.
“남이 해주는 위로만큼이나 스스로 자신을 안아주는 것도 중요한 거라고 생각해. 대개 사람들은 자기 자신을 칭찬하고 안아주는 일에 인색하지만, 사실은 그것만큼 중요하고 따뜻한 행동도 없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