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라는 구석

1 사막의 돌

당나귀를 키우고 싶다
사막의 돌
바느질 거미
갑골문자
계단보호협회
관계학
새들은,
구름의 동선
바람 빨래터
사과의 기억
찬 음식을 먹다
화석
다 내 것이 아니었다
구근球根
꼬리의 힘
말의 뼈
받아 적는다
빗줄기 건축자재
흔적

2 책이라는 구석

나는 비 내리던 날을 너무 낭비했다
책이라는 구석
떠도는 눈물
유리엽서 1
유리엽서 2
우포
깊은 힘
낯선 길
다복해라
마음을 딴 곳에 맡겨두다
빈말
옷들은 점점 젊어진다
이끼
그림자
닫힌 힘
씁쓸한 위로
주목나무

3 겨울, 연 밭에 가다

울음
겨울, 연 밭에 가다
그림자 수의壽衣
동백
따뜻한 무늬
목탁
사막의 내력
철거
파이프
홍시
높은 빛과 낮은 빛
등
물수제비
산책길
압정의 역사
어머니
춘설春雪
축제

| 해설 |

서정의 온축蘊蓄과 존재의 관계학 123
- 유종인(시인)

비로소 평생을 뒤 쫒던
책이라는 구석에 앉았다

이것은 연필의 유산.

구석에서 불을 켜고 책을 읽노라면
세상은 단 몇 개의 문장으로도
아늑하고 아름답다.

애초부터 얼굴을 모르는 나의 엄마와
불을 켜고
이 구석을 읽고 싶다

2016 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