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나들이

1 지귀志鬼의 노래

가을편지 - 분황사 013
호반새 울다 014
콩나물 經 015
빈자貧者의 방문 016
이명耳鳴 017
독도 018
보문호에서 020
지귀志鬼의 노래 022
항아리 024
흰빛 1 025
흰빛 2 026
흰빛 3 027
흰빛 4 028
흰빛 5 -목련 029
흰빛 6 -이팝꽃 030
간이역 031
일출 032
수련水蓮 033

2 토끼풀을 뽑으며

초승달 037
물결이고 싶다 038
5월은 039
토끼풀을 뽑으며 040
산사의 아침 041
풀과 물 042
한나절 043
매화리 044
조개껍데기 046
꽃무릇 047
노랑 병아리 048
낮달 049
포자의 빚 050
불이不二 052
아직 여린 잎들 053
내가 하고 싶은 것 054
밤에 피는 꽃 055
송엽국 056

3 닮은 인생

무늬 없는 외출 059
가을 손님 060
여승女僧 062
비 갠 뒤 063
의자 064
가을의 기도 065
반월성에서 066
흙에게 068
산사에서 069
형산강 070
간이역 -사방역 072
울진 금강송 숲 073
월포리 바다 074
수다사 075
회상 076
공원길 077
닮은 인생 078
송라 바다 079

4 늦은 나들이

적빈赤貧 083
입동을 지나며 084
파도야 말하라 085
돌을 갈며 086
청령포에서 087
지심도 088
처서處暑 089
자양댐 090
안부 091
철천의 고리 092
눈부처 093
풍경 094
조선 낫 096
조선 빗 098
안심지에서 099
그림자 100
호미곶 낙조 101
늦은 나들이 102
간병기103

[해설]
서정의 정석, 혹은 ‘흰빛’의 시학
―진용숙 시인의 시세계 107
황치복(서울과기대교수, 문학평론가)

빈자貧者의 방문


후박나무 잎을 때리며 후드득 떨어지는
빗소리 들으며 기청산식물원을 간다

빗방울이 하느님의 눈물로 보이는,
기청산 숲길을 걸으면

아, 나도 나 아닌 무엇이 된 듯
갑자기 우울해진다

만발한 풀꽃들과 수화하면서
사색의 밧줄에 결박당한 내 그림자

빈자의 길에는 빛이 없다, 침묵해야지

이명耳鳴

무엇을 잃어버린 듯
한낮 도심 속 나의 무심이여
혼잡한 로터리 한쪽에 서서
분주히 제 길을 오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무엇을 찾아야 할까

뜨거운 햇살아래
한 손엔 생존의 촉수처럼
반짝이는 손전화기를 들고
한 손엔 모이 주머니 같은
커다란 손가방을 들고
나는 무엇을 찾아야 할까
나는 지금 무엇을 잃어버렸나
비켜설 수 없는 오리무중에도
오늘 밤, 분명 별은 빛나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