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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기타 국가 소설
· ISBN : 9791187036104
· 쪽수 : 197쪽
· 출판일 : 2016-07-14
책 소개
목차
발리의 춤 7
| 옮긴이의 말 | 전통, 관습 그리고 운명에 맞서는 발리 여성들의 이야기 187
책속에서
스까르는 조겟춤의 여주인공, 프리마돈나가 되는 일이 얼마나 힘겨운 투쟁인가를 기억했다. 조겟춤의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모든 신들의 축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스까르의 엄마는 조겟춤과 같은 유흥춤의 프리마돈나가 되기 위해서는 사원에서 남다른 기도를 올려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신들의 축복을 받은 자만이 조겟춤을 잘 출 수 있었다. 조겟춤의 무희는 단 한 방울의 땀으로 무대를 산산조각 낼 만한 힘을 가지고 있어야 했다.
“발리 여성이란 말이다, 얘야. 한숨을 쉬는 일에 익숙하지 않은 여성들이란다. 그녀들은 불평하고 한숨을 쉬기보단 차라리 땀을 흘리길 선택하지. 오직 땀을 흘리는 일로 그녀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또 그렇게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단다. 그녀들의 땀은 불이란다. 그 불로 인해 계속해서 부엌에서 연기가 나올 수 있는 거야. 발리 여성들은 자신들이 낳은 아이에게만 젖을 물리는 게 아니란다. 그녀들은 남자에게도 젖을 물리고 이 삶에도 젖을 물리지.”
스까르는 엄마의 이 말을 너무나도 잘 기억했다. 그리고 지금 마을 사람들에게 자신이야말로 신들의 축복을 받은 유일한 조겟춤의 프리마돈나라는 것을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스까르는 비록 춤 선생님만큼 하얀 피부를 가지지는 못했어도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제 수드라 여성이 되기 위해 단 하나의 의식만이 남아 있었다. 바로 빠띠왕이 의식이었다. ‘빠띠’는 ‘죽다’라는 의미이고, ‘왕이’는 ‘향기’라는 뜻이다. 이 의식으로 뜰라가는 자신에게 삶을 주었던 이름 ‘이다 아유’를 죽여야 했다. 이제 그 이름은 더 이상 사용할 수가 없다. 자신에게 허락되지 않은 이름이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만을 가져다주는 이름일 뿐이다!
(……)
사원의 분위기는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제물이 뜰라가 앞에 놓여 있었다. 시어머니는 대나무 돗자리에 앉아 있었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무화과나무 잎사귀 냄새가 뜰라가의 코를 찔렀다. 뜰라가는 옷을 벗기 시작했다. 이제 가슴에 두르고 있는 흰 천만 남아 있었다. 제사장이 주문을 읊어대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나이 든 여성이 뜰라가의 머리를 밟고 정확히 정수리 부분에 올라섰다. 꽃과 물이 하나가 되었다. 이번엔 꽃과 물이 뜰라가의 친구가 되어 주지 못했다. 물은 하염없이 뜰라가의 온몸을 찔러댔고, 꽃은 뜰라가의 몸을 긁으며 상처를 냈다. 가족의 평안을 위해서 뜰라가가 반드시 치러내야 하는 의식이었다. 루 사리를 위해서라도…. 모두 뜰라가를 가족에게 불행을 안겨주는 씨앗으로 여기고 있었다.
물이 칼이 되어 뜰라가의 온몸을 찔러 대고 있었다. 뜰라가는 몸을 벌벌 떨었다.
“난 이다 아유 뜰라가 삐다나로서의 역할을 달라고 부탁한 적이 없어. 만일 이 삶이 내게 그 역할을 계속 강요한다면 난 그저 최고의 배우가 되어야 하겠지. 내 삶은 뜰라가로서의 빛나는 역할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해.”
뜰라가는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 나이 든 여성이 자신의 머리 위에서 발을 씻도록 내버려 두었다. 자신을 새 여자로 태어나게 하기 위한 의식이었다. 한 사람의 진정한 수드라 여성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