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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대의 민주주의에서 파수꾼 민주주의로)

존 킨 (지은이), 양현수 (옮긴이)
  |  
교양인
2017-07-18
  |  
39,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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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책 정보

· 제목 : 민주주의의 삶과 죽음 (대의 민주주의에서 파수꾼 민주주의로)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 사회사상/사회사상사 일반
· ISBN : 9791187064152
· 쪽수 : 1152쪽

책 소개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정치학자 존 킨은 이 책에서 민주주의의 이상과 제도가 서구의 전통이라는 통설에 맞서 고대 시리아-메소포타미아부터 라틴아메리카와 인도, 아프리카, 동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민주주의의 역사를 시간적·공간적으로 재구성한다.

목차

한국어판 머리말
프롤로그 _ 불길한 달과 작은 꿈

1부 회의체 민주주의

1장 아테네
참주 살해자들 / 아고라의 신들 / 데모크라티아 여신 / 민주주의의 영웅들 / 노예제와 민주정 / 시장과 광장 / 민회와 도편 추방제 / 직접 민주주의 / 민주정과 우연성 / 민주주의의 적대자들 / 제국의 오만 / 민주정의 종말

2장 오리엔트 민주주의
고대 그리스의 재발견 / 아테네 이전의 민주주의 / 에게해의 민주주의 / 고대 동방의 회의체 / 페니키아의 ‘무두트’ / 족장들의 평의회 / 회의를 소집하는 메소포타미아의 신 / 시리아-메소포타미아 회의체의 전파 / 이슬람과 회의체 / 모스크, 평등의 공간 / 이슬람교의 변질 / 이슬람 민주주의자 알파라비 / 중동 지역의 ‘협의’ 전통 / 오스만 제국의 지도자 선출 방식 / 유럽에 끼친 이슬람의 영향

2부 대의제 민주주의

3장 대의 민주주의의 탄생
민주주의의 미스터리 / 대의 민주주의 등장 / 의회의 기원, 코르테스 / 코르테스의 확산 / 신분제 의회의 역할 / 초기 의회의 한계 / 자연 환경과 대의제 / 자유의 성역, 도시 / 도시 공화국 / 공화주의와 민중 / 평민들의 반란 / 교회와 민주주의 / 배심원 제도의 기원 / 카노사의 굴욕 / 공의회의 탄생 / 콘스탄츠 공의회 / 종교 개혁의 역설 / 스코틀랜드 칼뱅파의 시민 불복종 / 《아레오파지티카》와 언론의 자유 / 저지대 개신교도의 봉기 / 세금과 네덜란드의 민주주의 / 왕관을 쓴 폴란드 공화정 / 찰스 1세 처형 / 함께 처형된 군주제

4장 미국의 민주주의
민주주의를 두려워한 독립의 아버지들 / 공화 민주주의의 등장 / 토머스 제퍼슨의 평화적 정권 교체 / 잭슨 민주주의와 정당 정치 / 시민 사회와 기독교 민주주의 / 토크빌의 찬탄과 경고 / 노예제 논란 / 미국의 분열 / 여성 해방과 노예제 폐지 운동 / 노예제 선동가 / 정당 국가 / ‘머신’ 정치 / 인민주의의 등장 / 혁신주의 운동 / 오리건 주의 민주주의 실험 / 위스콘신 아이디어 / 월터 리프먼의 ‘유령 민주주의’ / 결백한 제국? / 원주민 학살 / 영토 늘리기 / ‘위대한 국가’를 향하여

5장 라틴아메리카의 카우디요 민주주의
미국의 개입 / ‘해방자’ 시몬 볼리바르 / 자생적 민주주의 / ‘카우디요 민주주의’ 등장 / ‘민주주의자’ 왕 / 이름뿐인 선거 / ‘붉은 로사스’ / 정권 유지 전쟁 / 민주주의를 향한 투쟁 / 민주주의 실험실, 우루과이 / 카우디요의 복귀

6장 유럽의 민주주의
민중의 봉기 / 영토 국가와 국민의 탄생 / 유럽의 절대주의 / 스피노자의 민주주의 / 프랑스 혁명과 공포정치 / 민주주의 수출 전쟁 / 나폴레옹과 교황 / 사회민주주의의 등장 / 러시아 인민주의 운동 / 영국식 민주주의 / 식민주의의 역설 / 영국령 북아메리카의 개혁 / 오스트레일리아의 선거 혁신 / 유리카 봉기 / 오스트레일리아의 비밀투표 / 최초의 여성 참정권 / 여성 참정권 운동가, 뮤리엘 매터스 / 민족과 민족주의 / 세계대전과 민주주의의 붕괴 /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하여

3부 파수꾼 민주주의

7장 인도의 민주주의
인도에서 민주주의는 불가능하다? / 비서구 민주주의 / 간디와 네루의 민주주의 / 네루의 겸손한 카리스마 / 상처 입은 호랑이 / 인디라 간디와 민주주의의 위기 / 암베드카르의 질문과 예언 / 약자 할당제와 계급 의식 / 판차야트 개혁 / ‘바니안나무’ 민주주의 / 민주주의의 혼란 / 종교 갈등과 민주주의

8장 거대한 변화
민주주의의 지구화 / 라틴아메리카의 민주 회복 / 체코의 벨벳 혁명 / 장미 혁명과 튤립 혁명 / 역사의 종말? / 새뮤얼 헌팅턴의 ‘제3의 물결’ / 민주주의의 돌연변이들 / 파수꾼 민주주의의 등장 / 파수꾼 민주주의와 대의 제도 / 국제 사회의 선거 감시 / 시민 사회의 민주화 / 감시견 조직과 안내견 조직 / 감시받는 정상 회담 / 흑인 민권 운동과 ‘짐 크로 법’ / 파수꾼 민주주의의 지적 토대 / ‘세계 인권 선언’을 만든 사람들 / 미디어 네트워크의 힘 / 바이러스 정치

9장 미래에서 본 민주주의
되돌아보는 현재의 역사 / 정당 정치의 위기 / 미디어 스타 정치인 / 초인 민주주의 경향 / 국경 없는 정치체 / 타오르는 민족주의 / 폭력의 삼각형 / 민주적 평화의 법칙? / 미국의 착각 / 민주주의의 새로운 적들 / 위선자, 몽유병자, 운명론자 / ‘작은 걸음’의 원칙 / 미국과 중국의 미래

10장 민주주의의 민주화
민주주의라는 것 / 겸손한 민주주의 / 민주주의의 참신함 / 지배자 없는 지배 / 권력의 평등, 기회의 평등 / 길을 만들며 나아가는 민주주의

에필로그 _ 새로 쓰는 민주주의의 역사

감사의 말 / 주석 / 찾아보기

저자소개

존 킨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정치학자. 시드니대학과 베를린사회과학원(WZB) 정치학 교수이다. 시민권과 시민 사회, 민주주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해 왔으며, 민주주의의 미래에 관한 창조적 발상을 담은 여러 저술을 발표했다. 1989년 동유럽 혁명 이전부터 중부 유럽과 동유럽에서 ‘시민 사회’의 수호자이자 반체제 운동가로서 주목을 받았다. <타임스>는 그를 영국을 이끄는 정치 사상가이자 저술가로 선정했고, 오스트레일리아방송협회(ABC)는 그를 ‘오스트레일리아가 배출한 위대한 지성’이라고 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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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수 (옮긴이)    정보 더보기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고 미국 컬럼비아대학에서 정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장칭》, 《트로츠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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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회의체 민주주의 시대
Assembly Democracy


이 책의 핵심은 민주주의의 정신과 제도, ‘민주주의’라는 말의 의미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민주주의가 서로 조금씩 겹치는 세 단계의 역사를 거쳐 발전해 왔다고 전제한다. 그리고 세 역사 단계를 각각 ‘회의체 민주주의 시대’, ‘대의제 민주주의 시대’, ‘파수꾼 민주주의 시대’라고 부른다. 모두 각 시대를 특징짓는 통치 유형에 상응하는 명칭이다.
첫 번째 역사 단계인 ‘회의체 민주주의 시대’는 “대략 기원전 2500년에 지리적으로 오늘날 ‘중동’이라고 불리는 지역에서 시작되었다.” 이 단계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를 거쳐 기원후 950년경 이슬람 세계까지를 포함한다. 이 역사 단계는 아이슬란드와 페로 제도, 그리고 그 외 몇몇 도서 지역에 ‘팅’, ‘뢱팅’, ‘알팅’이라는 이름의 지방 회의체가 확산되면서 끝이 난다.

아테네 민주주의
이 책은 민주주의의 뿌리를 확인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는 고대 아테네가 “서양 문명의 발상지이며 민주주의의 요람”이라는 우리의 믿음이 19세기 유럽에서 형성된 일종의 신화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전설에 따르면, 이 영광스러운 발명품은 아테네 사람들의 용기와 지혜와 올바른 판단력과 불타는 투쟁 의지 덕분에 탄생했다. 아테네 사람들은 이것을 ‘데모크라티아’라고 불렀으며, 그 의미를 평등한 자들이 스스로 통치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아테네에서 민주주의가 탄생했다는 신화가 만들어진 데는 이유가 있었다. 아테네는 고대 그리스 지역에서 압도적인 지위를 차지했으며, 다른 도시국가에 비해 많은 기록을 남겨놓았다. 20세기에 이루어진 대규모 고고학 발굴 작업에서 아테네가 남긴 각종 조약, 법률, 투표용 표찰 따위가 발굴되면서 민주주의 창립 신화에 근거가 될 ‘사실들’이 확보되었다. 또한 《그리스의 역사》(전 12권)를 통해 아테네 민주정을 열렬히 옹호했던 조지 그로트 같은 19세기 유럽의 몇몇 역사가도 한몫을 했다.

아테네는 ‘직접 민주주의’ 체제였나?
아테네 민주주의는, 시민들이 함께 공적 사안을 논의하고 결정하는 ‘민회’와 참주의 등장을 방지하기 위한 ‘도편 추방제’ 따위 민주적 제도 덕분에 후대에 ‘직접 민주주의’의 모범으로서 오랫동안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 책은 아테네 민주정이 주권을 지닌 ‘데모스’ 즉 민중의 직접 통치에 기반한 체제였다는 이야기가 허구임을 보여준다.

당시 아테네 사람들이 ‘아레오파고스’라는 이름으로 부른 기구에 대해 생각해보자. 아테네에서 가장 오래되고 또 가장 권위 있는 이 법정은 그 뿌리를 민주정 이전 시대에 두고 있는데, 아테네에 민주정이 지속된 250년 동안에도 이 법정은 상당한 권한이 있었으며, 이따금씩 이 법정의 권한은 민중이 항상 통치한다는 민회의 원칙을 마치 도끼날처럼 치고 들어왔다. …… 시민 전체가 스스로 통치하며 법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데 직접 참여한다는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또 다른 요인은 아테네의 민회가 일정한 필요에 따라 특정한 시민에게 많은 기능을 위임했다는 사실이다. - <1장 아테네>ㆍ99, 100쪽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오만’
민주주의는 “무책임한 권력의 집중에 따라 언제나 발생하게 되는 어리석음과 오만에 대항하여 인류가 발명한 최선의 무기”이다. 반대로 타인을 통제하는 권력에 빠져 ‘평등한 사람들 간의 권력 공유’라는 민주주의의 이상을 저버리는 순간, 민주정은 생명력을 잃게 된다. 역사상 수많은 나라가 권력의 오만에 물들어 자멸의 길을 걸었다. 아테네 민주정에도 같은 일이 벌어졌다. 기원전 5세기 동안 아테네는 계속해서 군사적 승리를 거두었으며 기원전 450년이 될 무렵이면 무려 160개에 이르는 도시국가를 제국의 영향권 아래 두었다. 군사화 과정에서 아테네 내부에서는 시민들의 정치적 자유가 제한받기 시작했고 군사 지휘관들이 명성과 권력을 쥐게 되었다. 외부에서는 아테네에 도전장을 내미는 세력이 늘어났다.

아테네 민주정이 몰락하기까지는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렸다. 좌절이 거듭되었지만 그때마다 새로운 승리도 있었기에 좌절의 의미는 제대로 인식되지 않았다. 아테네 민주정이 혹시라도 제국을 향한 욕망 추구를 포기하고 그 대신 다른 국가들과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타협을 하면서 동반자적 연합 관계를 맺을 수 있었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여하튼 아테네가 이렇게 제국 건설을 추진하면서 정치 생활이 점차 군사화되었고, 따라서 아테네는 이제 아테네 자신의 가장 큰 적이 되고 말았다. 제국의 안으로 들어와 있는 국가들이나 그 밖에 있는 국가들이나 아테네를 시기와 질투의 대상으로 보기 시작했다. 아테네의 군사화는 아테네 내부적으로도 해로운 힘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 <1장 아테네>ㆍ136쪽

오리엔트 민주주의 - 아테네 이전의 민주주의
그러나 저자는 ‘민주주의’에 관련된 단어와 민주주의적 통치(‘회의체를 통한 평등한 자들의 자치’ 혹은 ‘민중의 지배’)를 아테네의 발명품이라고 보는 견해와 전혀 다른 새로운 관점을 소개한다. “그리스인의 도시국가 가운데 민주정이 더 오래 유지되고 더 행복한 삶을 영위한 곳도 있었”으며, “아테네보다 한 세대 앞서 민주정을 성공시킨 사례”도 있었다. 저자에 따르면, 그리스 식 민주주의는 실제로는 ‘동방(오리엔트)’에 뿌리를 두고 있었음을 인정해야 한다.

(‘데모크라티아’라는) 단어의 뿌리를 살펴보면, 그리스 고전 시대보다 700년에서 1000년 정도 앞선 미케네 문명 시기의 ‘선형문자 B’ 기록물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즉 미케네와 펠로폰네소스 반도의 도시국가들을 중심으로 하여 발달했던 후기 청동기 시대(기원전 1500년~기원전 1200년)에서 그 기원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 회의체를 기반으로 하는 민주주의의 등불이 처음 밝혀진 곳은 ‘오리엔트(동방)’ 지역이었다. 이때 ‘오리엔트’는 현재의 지리적 명칭으로 보자면 시리아, 이라크, 이란 지역을 가리킨다.
- <프롤로그>ㆍ17쪽

이슬람의 민주주의 전통 - 아테네 이후의 민주주의
저자는 아테네 이후 민주주의가 완전히 소멸했다가 기원후 1100년경에 에스파냐에서 갑자기 다시 나타났다는 이야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기원전 260년에 아테네 민주정이 마케도니아 제국에 의해 무너진 뒤 그리스 지역의 민주주의가 비극적인 몰락을 맞았으며 민중의 지배는 이후 1천 년 동안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는 식의 설명은 초기 이슬람 세계의 민주적 전통을 완전히 지워버린다.
고대 그리스 지역에서 나타난 자치적 회의체의 전통은 초기 이슬람 세계에서도 발견된다. 그런 회의체의 예로는 ‘와크프’와 ‘모스크’가 있었으며, 경제 분야에는 통치자로부터 법적으로 독립된 ‘샤리카’라는 일종의 공동 경영 조직이 있었다.

그리스 민주주의 시대의 아고라와 프닉스를 합쳐놓은 것처럼, 모스크는 지역 공동체의 회의체들이 모여 시끌벅적하게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공공 장소 구실을 했다. 모스크는 회의체 민주주의의 정신을 전하는 강력한 매개체였다. 이곳에는 누구나 접근할 수 있었다. 젊은이와 늙은이, 부자와 가난한 자, 남자와 여자가 모두 동등하게 환영받는 곳이었다. …… 다른 문화 전통과 언어를 지녔다는 이유로 특정한 사람들에게 입장 금지 조치를 내리는 행동은 비판을 받았다. - <2장 오리엔트 민주주의>ㆍ221~222쪽


대의제 민주주의 시대
Representative Democracy


기원후 10세기경에 민주주의는 서서히 두 번째 역사 단계로 들어섰다. 저자는 기원후 1000년경 이베리아 반도에서 이슬람 문명에 대항해 일어났던 군사적 충돌에서 이 역사 단계가 시작되었으며, 그 여파로 12세기에 에스파냐에서 ‘의회’ 제도가 탄생했다고 말한다. 따라서 영국을 의회의 탄생지라고 부르는 것은 또 다른 편견이라 지적한다. ‘대의 민주주의’라는 말은 18세기에 프랑스와 영국, 새롭게 탄생한 미합중국에서 헌법 제정자들이나 영향력 있는 정치 저술가들이 민중의 동의에 기반을 둔 새로운 통치 형태를 가리키는 표현으로 쓰기 시작했다. 이 단계 동안 민주주의는 곧 대의 민주주의를 의미하게 되었다. 이 두 번째 역사 단계는 20세기 전반기에 일어난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며 민주주의 정치 체제와 민주적 삶의 방식이 거의 파멸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게 후퇴한 상황에서 끝이 났다. “1941년에 지구상에는 (실질적인) 민주 국가가 11개에 불과했다.”

대의 민주주의란 무엇인가
대의제는 민주주의에 대한 아주 참신한 사고방식이었다. 이 새로운 민주주의에서 사람들은 최소 두 명 이상의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여 진정한 선택권을 행사할 수 있고, 투표자로서 자유롭게 대리인을 뽑을 수 있다. 그리고 대리인들은 투표자들의 이익을 옹호하기 위해 활동한다. 이 대리인들은 다른 사람들을 대신하여 의사 결정을 내림으로써 사람들을 ‘대의’한다. ‘대의’가 정확히 어떤 의미인지, 누가 누구를 대의할 수 있는지, 그리고 만약 대리인들이 자신들이 대의해야 할 사람들을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같은 의문을 두고 많은 잉크와 피가 흘렀다. 하지만 민주주의의 두 번째 역사 단계 동안 줄곧 사람들은 대리인들이 통치하는 정부가 좋은 정부라는 믿음을 공유했다.

미국의 민주주의 - 정당 정치와 노예제 반대 운동
1776년 독립 혁명 이후 미국은 대의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다. 특히 19세기에 미국에서 발명된 여러 민주적 정치 제도들을 목격한 많은 관찰자들은 “19세기야말로 민주주의의 세기이며 미국은 그 민주주의를 추진하는 동력”이라고 말했다. 그러한 발명품에는 유권자의 지지를 얻기 위한 정당 간 경쟁, 전국 규모의 전당 대회, 활기차게 진행되는 대중 선거, 민주주의를 지원하는 시민 사회, 많은 여성들이 역사상 처음으로 공적으로 목소리를 낸 반노예제 운동 등이 있었다.

(19세기 전반 미국에서는) 각종 토론을 진행하고 의결 사항을 통과시키고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열리는 공공 집회가 젊은 공화국 전체에 빠른 속도로 확산되었다. …… 선거권 확대 요구가 커짐에 따라 결국 1824년이 되면 공화국의 모든 주가 사실상 백인 성인 남성 전원에게 투표권을 부여한 상황이 되었다.(영국에서는 1867년이 되어서야 이루어진 일이다.) 이제 미국은 과거에 왕정주의자들과 공화주의자들이 정파에 품었던 공포심을 완전히 떨쳐버렸다. 미국은 세계 최초로 상시적으로 활동하는 정당과 정치를 직업으로 삼는 전업 정치인을 탄생시켰다. - <4장 미국의 민주주의>ㆍ412, 413쪽

노예제라는 죄악을 쓸어버리자는 호소는 대의 민주주의 시대에 들어와서는 처음으로 대규모 사회 운동에 영감을 불어넣었는데, 그뿐이 아니었다. 노예제 폐지론자들이 사용한 개념이나 논리, 조직 운용 전술은 다른 분야로 그대로 복제되었으며 때로는 놀라울 정도의 민주적 효과를 낳았다. …… 여성이 해방되어 마땅하다는 주장에는 오래된 뿌리가 있었는데, 그중에는 17세기와 18세기의 프로테스탄티즘 운동과 자연권 교리가 있었다. 하지만 여성을 최초로, 그것도 역사상 전례가 없는 큰 규모로 단결하게 한 것은 1830년대 미국의 노예제 반대 운동이었다. 여성의 이러한 단결은 노예제에 심각한 도전이었을 뿐 아니라, 여성을 배제하고 여성을 침묵시킨 바탕 위에 세워진 시민 사회에 대한 도전이기도 했다.
- <4장 미국의 민주주의>ㆍ438, 439쪽

라틴아메리카의 ‘카우디요 민주주의’ - 뒤틀린 대의 민주주의
1807년 나폴레옹이 에스파냐를 침공하면서 그 여파로 중앙아메리카와 남아메리카 지역에 있던 에스파냐의 식민지들에서 반(反)제국 저항 운동이 일어났다. 그때 이 지역에서 일어난 혁명들은 군주제나 권위주의 체제가 아니라 헌법(엄격한 권력 분립, 대의 제도, 주기적인 선거 등을 규정하는 헌법)을 갖춘 자유 독립 국가를 목표로 삼았다. 하지만 대략 1830년까지 이어진 이 지역의 변화는 민주주의에 반대되는 방향으로 흘러갔다. ‘국민’에 의해 선출되고 ‘국민’을 대리해 통치한다는 정부가 그 체제를 이용해 ‘국민’을 억압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이다. 저자는 이렇게 19세기에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나타난 변형된 대의 민주주의 체제를 ‘카우디요 민주주의’라고 부른다.(카우디요란 19세기 초부터 라틴아메리카 지역에서 권력을 장악한 정치ㆍ군사 지도자를 가리킨다.)

(라틴아메리카의) 많은 과두 지배자들은 국민의 지배가 훌륭한 지배임을 원칙적으로는 인정했다. 하지만 실제로 국민의 지배는 일시적으로만 작동해야 했다. 이는 마치 로마 시대의 축제일이었던 ‘사투르날리아’와 같은 것으로, 이날은 군중 무리가 기성 과두 지배 체제를 상징적으로 타도하는 날이었으며, 군중 무리는 이날이 지나면 한 해 동안 지배 계급에 순종해야 했다. 카우디요들은 권리를 박탈하는 데 세련되고 복잡한 무기를 쓰기도 했다. 예를 들면 간접 선거에 의존하는 방법이 있었는데, 이는 바람직하지 않은 주민을 걸러내는 장치였다. …… 혹시라도 여전히 투표 결과가 불안할 때면, 유력 가문들은 부하들에게 투표를 직접 감독하도록 했으며 심지어 투표용지를 세는 일을 맡기기도 했다.
- <라틴아메리카의 카우디요 민주주의>ㆍ551쪽

제국주의의 변방에서 자란 민주주의 - 오스트레일리아의 비밀투표
한편, 이 두 번째 역사 단계에서 대영 제국의 식민지 여러 곳에서 대의 민주주의 체제의 인상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영국 본토에서는 불가능했던 정치적 혁신이 아이러니하게도 식민지에서 가능했다. 행정의 효율성을 위해 어느 정도 자치를 허용했던 것이 뜻밖에 강력한 힘을 발휘했던 것이다. 한 예로 오스트레일리아 남부 지역에서 대의 민주주의 체제에 중요한 선거 혁신이 일어났다. 바로 ‘비밀투표’ 제도의 도입이었다.

오스트레일리아식 투표 제도(‘비밀투표’)가 도입되기 전을 보면, 이제 막 대의 민주주의가 떠오르던 곳에서는 어디서나 선거 경쟁이란 대낮부터 친한 사람들끼리 술에 잔뜩 취한 상태에서 벌이는 치열한 권력 다툼이었다. 선거 운동은 공공 장소에서 상대방을 위협한다든지, 고개를 끄덕이거나 한쪽 눈을 찡긋거리며 의사를 전달한다든지, 혹은 귀엣말로 소식을 주고받는 식의 행동으로 진행되었기 때문에, 후보자들은 투표 전에 이미 투표의 전체적인 흐름을 알 수 있었다. …… 태즈메이니아와 빅토리아에서 시작된 오스트레일리아식 투표는 많은 더러운 속임수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었다.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발명품에 자부심을 느꼈으며 이런 자부심은 충분히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 <유럽의 민주주의>ㆍ682, 688쪽

대의 민주주의의 위기와 전체주의
20세기 전반기에 대의 민주주의 모델은 파국의 위기에 직면했다. 의회제는 대공황 같은 심각한 경제 위기나 전체주의의 유혹에서 민주주의를 지키기에는 힘이 약했다. 결국 무솔리니나 히틀러 같은 파시즘 지도자들이 대중 매체를 적극 활용해 선거에서 승리하는 일이 벌어졌다. 저자는 전체주의는 대의 민주주의의 모조품이라고 말한다.

전체주의는 운동이 되었건 체제가 되었건 상관없이 항상 그 제도, 방식, 감성을 말할 때 프랑스 혁명에 기원을 둔 인민의 거대한 반란에 경의를 표한다. ‘착취당하는 노동 인민의 권리에 대한 볼셰비키 선언’(1918년)과 ‘민족 공동체(Volksgemeinschaft)’에 대한 나치의 거창한 이야기는 모두, ‘인민’이 더는 무시될 수 없으며 무시되어서도 안 된다는 것, 반대로 인민의 필요와 욕구가 인정되어야 하며 나아가 세계사적 영향을 끼치는 힘으로 재편되어야 한다는 전체주의적 정서를 구체화하고 있다. …… 전체주의는 대중의, 대중을 위한 통치이자 대중의 지도자들에 의한 통치였다. - <유럽의 민주주의>ㆍ738쪽


파수꾼 민주주의 시대
Monitory Democracy


20세기 전반기에 심각한 후퇴가 있었지만 민주주의는 사라질 위기에서 다시 살아났다. 민주주의는 아프리카, 아시아, 동유럽에서도 다시 모습을 드러냈으며, 20세기 말에는 역사상 처음으로 민주주의가 전 세계적인 정치 언어가 된 듯했다. 많은 사람들이 대의 민주주의의 승리를 확신했으며, 20세기를 ‘민주주의의 세기’로 선언하거나(‘프리덤하우스’ 보고서), 서구 자유 민주주의의 승리와 ‘역사의 종말’(프랜시스 후쿠야마)을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책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대의 민주주의 시대는 저물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세 번째 역사 단계에 들어섰다고 본다. 저자는 새롭게 떠오른 민주주의의 역사적 형태를 ‘파수꾼 민주주의’라고 부른다.

변화하는 민주주의
이 책은 1945년 이후 현재까지 과거 민주주의 세계에는 없었던 주민 참여 예산 제도, 공익 소송, 싱크탱크 같은 약 100종류에 이르는 새로운 권력 감시 장치가 발명된 것에 주목한다. 권력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의회 외적인 장치들은 정부와 시민 사회 구석구석을 파고들었을 뿐 아니라, 영토 국가의 영역을 넘어 국제기구에까지 민주주의를 확산하고 있다.

시민 사회에 대한, 그리고 과거에는 정치와 관계없다고 여겨졌던 것을 공적으로 면밀히 감시하는 문제에 대한 이 강렬한 공공의 관심은 파수꾼 민주주의 시대에 나타난 특이한 현상이다. …… 민주주의의 역사에서 한 번도 없었던 큰 규모로, 공공 감시의 경향성이 모든 정책 영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아동 학대나 아동의 법적 권리, 운동과 식사에 관련된 신체적 습관, 생물 서식지 보호 계획과 (석탄과 핵을 제외한) 대체 에너지 자원 문제에까지 공공의 관심이 향하는 것이다. 나노 기술과 유전자 조작 식품 개발이 소수의 이익이 아니라 다수의 이익에 맞게 공적인 통제를 보장하자는 운동은 위에 언급한 것과 동일한 경향을 띤 또 다른 예이다. - <8장 거대한 변화>ㆍ896쪽

인도, 민주주의의 새로운 길
저자는 파수꾼 민주주의와 관련해 특히 인도에 주목한다. 인도는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의 민주정일 뿐 아니라 세계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복합적인 민주주의를 보여준다. 1947년에 영국의 식민 지배에서 독립한 뒤 인도는 기존 민주주의 체제와 다른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권력을 공적으로 감시하고 통제하는 새로운 장치들이 다양하게 활용되기 시작했다. 지방 차원에서 이루어지는 ‘판차야트’라 불리는 자치 제도, 소수자 집단을 위한 의무적 할당제, 수자원 협의 제도가 그런 것들이다. 즉 인도는 파수꾼 민주주의가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매우 좋은 예이다. 다른 무엇보다 인도 민주주의는 민주주의에 관한 여러 통념이 서구의 편견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인도 시민들의 빈곤은 보는 사람의 가슴을 찢어지게 한다. 하지만 수백만의 인도인들은 한 나라가 민주주의를 받아들이려면 우선 경제가 받쳐주어야 한다는, 과거 인도를 지배했던 영국인들의 견해가 틀렸음을 보여주었다. 그 대신 인도인들은 거꾸로 민주주의를 ‘통해’ 경제적으로 건강해지기로 결정했던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인도인들은 겸손한 사람들도 이 땅을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정치적으로 가장 강하고 경제적으로 가장 적합한 자만이 생존할 수 있다는 ‘법칙’이 결코 절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 <프롤로그>ㆍ40쪽

파수꾼 민주주의의 위기
이 책은 이제 태어난 지 70년쯤 된 파수꾼 민주주의가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도전을 받고 있다는 사실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지구화로 인해 세계가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으로 연결된 상황에서 경제 불황, 빈부 격차 증대, 민족주의와 국가주의의 대두, 테러리즘, 잔혹한 내전, 환경 파괴 같은 문제는 전 세계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 따라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향한 흐름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민주주의의 몸통으로 칼날처럼 파고들어 깊이 자리 잡은 현상들이 있다. 이런 현상들은 역사적으로 선례가 없으며 쉬운 해결책도 없다. 미국의 발흥이 그런 현상 가운데 하나다. 역사상 최초로 전 지구적 규모로 작동하는 세계 제일의 군사 제국인 미국은 민주주의의 이름을 내걸고 움직이면서 종종 민주주의를 좋아하지도 않고 존중하지도 않는 러시아와 중국, 다른 권위주의 국가들과 긴장을 조성한다. 이와 같은 수준의 위험한 현상으로는 파괴적이며 무차별적인 비정규전의 확산, 지구 생물권의 단계적 파괴, 모든 민주 국가가 보유한 살상력을 다 합한 것보다도 더 강한 살상력을 지닌 새로운 무기 체계의 확산 따위가 있다. - <프롤로그>ㆍ4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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