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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국내 BL
· ISBN : 9791187199403
· 쪽수 : 1310쪽
· 출판일 : 2016-06-10
책 소개
목차
1권
0. 프롤로그
1. 누가 내 ××를 먹었을까
2. 게이랑 자면 게이가 되나요
3. 이놈은 내 심장에 해로운 놈이다
4. 다들 그렇게 게이가 되는 거야
5.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닌가요
2권
6. 누가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7. 속이 상했을 땐 버리는 것이 좋다
8. 고추잠자리는 곤충입니다
9. 에필로그
번외
외전 1. 봄봄봄 봄이 왔어요
외전 2. 생일엔 생일빵? 생일떡!
외전 3. 어른들의 장난감
외전 4. 1년 후 고추잠자리 모텔
외전 5. TV는 사랑을 싣고
짧은 if 외전. 만약 그날 이현이 도망치지 않았더라면
짧은 if 외전. 만약 소하가 여우였다면
인물소개.
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마셔. 레몬 물이야.”
“레몬 물?”
병 하나를 건네주자 얼떨결에 받아든 놈이 되물었다.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친절하게 설명해줬다.
“그냥 물에 레몬 탄 거. 이거 살도 빠지고 피로 회복에 도움이 되고, 특히 피부에 좋대. 너 피부 걱정했잖아.”
나름대로 연예인인데 수면부족으로 피부 상하면 어찌하느냐고 걱정하던 게 내심 걸렸다. 저 번지르르한 얼굴, 이제 저놈 것만은 아니잖아. 모르긴 몰라도 팬이 어마어마할 텐데, 나랑 노느라고 피부 상한 거 알면 나 무사하지 못할지도.
잠시 멍청하게 쳐다보던 놈이 느릿하게 입을 열었다.
“……고마워.”
거참, 고맙다는 인사하기 되게 힘들어 보이네. 나는 물병에 코를 박고 킁킁거리다가 입을 대었다. 그리고 몇 번 벌컥벌컥 들이키기 무섭게 몸이 바르르르 떨린다. 온몸의 털이 쭈뼛쭈뼛 설 정도로 시다. 침샘이 폭발했는지 입안에 흥건하게 고이고, 기묘한 소리를 내며 진저리를 쳤다.
“뭔데 이거 이렇게 시냐? 아오, 셔.”
그때까지도 멍하니 쳐다보고 있던 놈이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야, 이거 너 먹어라. 난 못 먹겠다.”
아무리 몸에 좋대도 이런 걸 굳이 먹고 싶진 않다. 레몬을 조금 적게 타면 괜찮으려나. 그래도 웬만큼 신 건 다 먹는데.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데 이현의 웃음소리가 조금 커졌다. 녀석은 내가 주는 물통도 받아 들면서 말했다.
“잘 먹을게.”
“넌 입맛에 맞냐?”
“먹을 만해.”
녀석은 아무렇지 않게 레몬 물을 마셨다. 인상 찌푸리는 것도 없어서 신기한 맘에 멍청히 올려다보던 나는 고개를 치켜 올리는 바람에 드러난 턱 선과 목, 쉼 없이 움직거리는 목울대에 시선을 빼앗겼다. 나도 모르게 침이 꿀꺽 넘어간다.
무슨 남자 놈이 저렇게 유혹적이냐. 남자들이 여자를 보고 섹시하다는 건 이해가 돼도, 여자들이 남자를 보며 섹시하다고 하는 건 수긍이 잘 안 되었는데, 고작 물을 마실 뿐인 이현이 놈을 보니까 알 것도 같다. 왜인지 눈을 뗄 수가 없다.
어쩌면 내가 이현이 놈을 상대로 자꾸 이상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정상일지 모른다. 이성적으로 설레고 뭐 그런 게 아니라, 범접할 수 없는 매력에 홀리는 거지. 본능적인 거 아닐까. 여자들도 같은 여자 연예인 보면서 예쁘다고 꺅꺅거리기도 하잖아. 여덕들이 괜히 생기나. 그러니 남자라고 멋진 남자 보면서 설레지 말란 법도 없는데…….
이현이 놈 입술에 닿아 있던 물통이 천천히 떨어졌다. 촉촉하게 젖은 그 입술을 바라보며 또 한 번 꼴깍 침을 삼켰다. 무슨 사내새끼가 입술도 저렇게 예쁜지 모르겠다. 주먹만 한 얼굴에 시원스레 자리 잡은 입술은 보기 좋게 도톰하고 붉다. 묘하게 색기마저 느껴진다.
부드럽고 말캉거리겠지. 나는 무심코 꿈속에서 느꼈던 녀석의 입술 감촉을 떠올렸다. 진하게 훅 풍기던 특유의 향기와 미적지근한 듯 따뜻한 듯 미묘한 온도……. 그러나 입속으로 들어차던 숨결만큼은 뜨거웠다. 그래서 취할 것만 같았다. 어질어질하게.
눈 깜빡이는 것도 잊고 쳐다보던 나는 입술에 달라붙어 떨어질 줄 모르던 시선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새카만 눈동자랑 정확히 마주쳤다. 그 속을 알 수가 없는, 정말로 잡아먹힐 것 같은 깊은 눈동자를 보자 위험함을 담고 있던 목소리가 떠올랐다.
―잊지마. 널 안은 건 나야.
동시에 눈을 곱게 휘며 다시금 내려앉던 입술도…….
서둘러 고개를 돌려 시선을 피했다. 열이 확 오르고 심장이 쿵쿵 뛴다.
진짜 돌겠다. 시도 때도 없이 생각나 나를 괴롭게 만든다. 안 그래도 저놈이 자꾸 의식되는 바람에 신경 쓰여 뒈지겠는데, 지금은 아예 놈을 상대로 이상한 상상까지 하고 있다. 어쩌자고 그런 꿈을 꿔선!
아무리 합리화를 해보려 해도 이건 정상의 범주에 들지 않는 것 같다. 멋진 남자를 보면서 설레는 건 정상일지 몰라도, 그 멋진 남자를 꿈으로 끌어들여 키스하는 건 정상이 아닐 거 아냐. 그 남자를 쳐다보며 상상하는 건 더더욱!
게다가 뭔데? 나 지금 저놈 입술 보면서 두근거린 거야? 왜?
이쯤 되니 진짜 저놈하고 자고 싶어서 그딴 꿈을 꿨던 건가 싶다. 고추잠자리 모텔에서 나를 깔아뭉갠 게 강이현이길 바라서 그런 꿈을 꾼 거라던 목소리를 애써 부정하려 했지만, 어째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게 아니고선 굳이 꿈속에서 저놈과 키스할 이유가 없다고, 저놈의 입으로 그 목소리로 그딴 말을 하게 했을 리가 없다고 말이다.
그야 암만 생각해도 저놈일 리는 없으니까. 일단 강이현은 게이가 아니다. 얼마 전까지 여자를 집으로 끌어들일 만큼 이성에게 관심이 많은 놈이다. 게다가 하나같이 완전 쭉쭉빵빵한 여자만 고집한다. 나와는 거리가 아주아주 먼, 수박만 한 가슴을 달고 있는 그런 여자. 그뿐인가. 쪽지 내용만 봤을 땐, 나에 대한 애정인 건지 집착인 건지 하여간 잊지 말라며 못까지 박아두었을 정돈데 강이현에겐 그런 걸 전혀 느낄 수가 없다. 예전과 너무 똑같다. 녀석에게 나는 편한 친구일 뿐이다. 술 취한 나를 덮칠 정도로 뭔가 마음이 있었던 거라면 저렇게 꼬질꼬질한 상태로 늘어져 있을 리가 없지!
그러니 전혀 관계없는 놈인데 그런 꿈을 꿔? 왜? 저놈이라면 괜찮을 것 같아서? 누구는 괜찮고, 누구는 안 괜찮을 게 대체 뭐야. 어차피 다 똑같은 사내놈인데! 강이현, 저 새끼도 남자라고! 나랑 똑같은 거 달린! 근데 저놈 상대로 뭘 생각하는 거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