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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229797
· 쪽수 : 280쪽
· 출판일 : 2024-01-26
책 소개
목차
1부
1. 유리 진 7
2. 올빼미 도둑 48
3. 밀랍 소년 56
4. 플라스틱 피플 77
2부
1.지옥의 곁 111
2. 빛이 가득한 아침 134
3. 아무르 강으로 146
4. 슬픔을 낚을 때 160
5. 팔월의 날들 186
6. 달빛이 가득한 밤 203
3부
1. 검은 유리 219
2. 혈통 231
3. 간신히 매달려 있는 239
4. 막다른 골목 262
작가의 말 278
저자소개
책속에서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것이 우리 혈통이야.”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혈통. 이 말은 자작나무 숲 사이로 보이는 달을 향해 날아가는 까마귀, 달의 둥근 원형 안에 쏙 들어간 까마귀를 발견하는 것만큼이나 내 가슴을 두근거리게 했다. 필례 할머니가 살았던 때니깐 여덟 살의 두근거림이었다. 지금의 나는 운명적 사랑도, 달을 향해 날아가는 까마귀도, 블랙 머리카락에 대한 집착도 다 지긋지긋했다. 지금 할머니가 살아계셨더라면 난 이렇게 대답했을 거다.
“피레나, 우린 마녀 혈통이야.”
“너한테서 노랑내가 나.”
급식 시간에 곁에 앉았던 아이가 식판을 들고 일어나 자리를 옮겼다. 한 아이의 목소리는 곧 스물일곱 명의 목소리가 되어 스물일곱 명이 똑같이 나한테서 냄새가 난다고 말했다. 훈김이 나는 식당 냄새를 나도 견딜 수 없었다. 나에게서 냄새가 난다고 말하는 내 짝꿍과 아이들에게서도 냄새가 났다. 쉬어 빠진 김치 냄새 같고 수니 할머니가 비닐하우스에 사용하기 위해 모아두는 거름 냄새 같기도 했다. 너희들한테도 거름 냄새가 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스물일곱 명을 상대할 기력이 없었다. 무리 지어 나를 돌연변이, 변종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규칙이었다.
처음부터 본색을 드러내지 않는다. 처음에는 천사의 모습으로, 약간의 이색적인 아름다움으로 타인의 영혼을 불안하게 흔든다. 흔들리는 불안한 영혼이 마침내 제 손아귀에 잡힌 것을 확인했을 때 가면을 벗어던진다. 쇳내 나는 손으로 타인의 가슴을 휘저어 살아 펄펄 끓고 꿈틀대는 심장을 꺼낸다. 찬물에 솩, 식어버리는 쇠의 심장을 가진 그녀는 펄떡거리다 검게 타들어 가는 심장 따위는 거들떠보지 않는다. 그녀는 새로운, 자신의 심장을 달군 쇠처럼 만들어줄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선다. 더 강력하게 혹독하게 상대를 파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