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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01923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9-03
책 소개
목차
버벅 게임 _허지영 5
언어도단 _원경란 29
평화로움에 대하여 _남궁순금 59
함박눈 _강희진 87
현란한 여름 _박정윤 115
오우무아무아 _권재이 143
교실 이데아 _태기수 175
영애 언니 _양선미 203
눈 -김과 함께 여행하는 법 _김도연 235
오른손이 한 일 _정길연 281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동안 멀어졌던 시우와 다시 가까워지게 된 것 역시 게임 덕분이었다. 서름서름한 공기를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에 시우가 버벅 게임을 가르쳐주었다. 하고 싶은 말을 음절 단위로 끊고 다시 한 음절을 쪼개어서 발음하는 언어유희였다. 한 음절을 받침 없이 분절 후 다시 첫소리에 ㅂ을 넣어 빠르게 이어 뱉으면 되었다. 예를 들어 ‘해뱅보복해배’는 ‘행복해’, ‘사바라방하반다바’는 ‘사랑한다’처럼. 우리끼리만 소통하는 말하기였고 말이 꼬이거나 늦어지면 지는 게임이었다. _「버벅 게임」
피가 문제다. 나의 몸속에 음탕하고 쾌락을 즐기려는 추한 피가 흐르기 때문이었다. 피를 모두 뽑아버리고 새 피를 넣을 수만 있다면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싫고 내가 싫어서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피를 바꿀 수 있을까를 집착했다. _「언어도단」
신기가 제대로 올랐을까. 무당은 갑자기 아버지 주위를 성큼성큼 돌기 시작했다. 그의 열두 폭 치맛자락이 금방이라도 아버지를 휘감아 어디론가 데려갈 것만 같았다. 겁에 질린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옆눈으로 엄마를 쳐다봤다. 아버지를 구원해 줄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 그 순간, 아버지만이 아니라 실제 구원이 필요한 사람은 정작 나였다. 그러나 엄마는 두 손을 비벼가며 기도에 열중할 뿐,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안중에 없어 보였다. _「평화로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