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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99019232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25-09-03
책 소개
진흙밭에 띄운 연등, 혹은 후미진 곳의 꽃 한 송이 같은 소설들
문학평론가 이어령은 말했다. 60명이 한 방향으로 달리면 1등에서 60등까지 우열이 가려지지만 60명이 각자의 방향으로 달리면 누구나 1등이라고. 작가들은 한 방향으로 달리지 않는다. 잉걸북스에서는 각자의 방향으로 달려온 작가들의 소설을 모아 단행본으로 만나는 소설무크지 『오른손이 한 일 : 소설무크 Vol. 001)』을 탄생시켰다.
읽을 만한 소설은 미등단 신인의 작품이든 시인의 소설이든 거침없이 책으로 펴낸다는 생각! 무크(magazine+book)란 말마따나, 잉걸북스의 소설무크 시리즈는 동시대의 부름에 발 빠르게 복무하며, 신예와 중견의 작품을 끌어안아 다채로운 소설을 선보일 예정이다. 출사표인 『오른손이 한 일』은 동시대를 정직하게 담아내는 산문정신이 충만한 소설부터 기발한 상상력으로 세상을 흔드는 소설까지 10편의 소설을 끌어안았다.
신예 작가들을 응원한다는 측면에서 작가들의 등단역순으로 작품이 구성된 이번 소설집에는 올해 신춘문예로 등단한 허지영 작가를 비롯하여, 원경란, 남궁순금, 강희진, 박정윤, 권재이, 태기수, 양선미, 김도연, 그리고 1984년에 등단한 중진 정길연 작가 등의 역작이 실렸다.
소설가 김도언은 “이 인상적인 소설집은 한국 문단 안에서 가장 열정적으로, 그리고 심도 깊게 한국 현대소설을 탐문해온 이가 진흙밭에 띄운 연등과 같다”고 추천한다. 추천사를 대신하여 소설가 김이은은 “누군가 보아주기를 기다리며 붙박여 흔들리는 후미진 곳의 꽃 한 송이 같다. 인적 드문 그곳에서 자그마한 향기를 뿜어낸다”고 설명한다. 향후, 잉걸북스에서는 투고 및 청탁으로 출간할 ‘소설무크’ 시리즈뿐만 아니라 크로스오버 개념의 ‘소설가들의 시집’, ‘시인들의 소설집’ 등도 시리즈로 출간할 예정이다.
동시대의 부름에 복무하는 소설부터
청소년소설, 과학소설까지 총망라된 소설집
「버벅 게임」은 하고 싶은 말을 음절 단위로 끊고 다시 한 음절을 쪼개어서 발음하는 언어유희다. 멕시코에서 원주민을 대상으로 한국어를 가르치는 화자가 게임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남동생이자 의대생인 시우와의 갈등을 버벅 게임으로 소통하며 화해하는 과정을 그렸다. 「언어도단」은 조상의 묘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의 갈등이 드러나고,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몸의 피를 완전히 바꾸고 싶다는 주인공의 집착으로 일상이 파괴되기 시작한다.
「평화로움에 대하여」에서는 이혼의 상처가 있는 지연이 초등학교 교장을 끝으로 정년을 마친 아버지와의 관계가 불편하다. 평생 반듯했고 제자들에게 마음이 후했으나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요양원에 입원하면서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아버지에 대한 단상과 주변 사람들과 불화하는 지연은 갈등보다 평화로움을 꿈꾼다. 「함박눈」은 살인자라는 누명을 쓰고 25년을 교도소에서 보낸 남편을 뒷바라지한 화자의 시선에 드러나는 아들을 비롯한 인간들의 부조리와 욕망을 그렸다.
「현란한 여름」은 혼자 시간을 관리하는 습성에 익숙한 도시 소녀 아름이가 본 세상을 보여준다. 고급 전원주택 타운 하우스의 이웃이 조폭들이라는 점에 놀라 아름이는 개학 전까지 삼촌이 있는 절에 맡겨진다. 도시와 산속에서 지내는 사람들의 야생 본능이 소녀의 눈에 들어온다. 「오우무아무아」는 세련된 과학소설이다. 먼 곳에서 온 첫 번째 정찰자라는 뜻의 오우무아무아. 인류의 관측 이래 최초로 태양계 내에서 확인된 성간 천체를 말한다. 연구실에서 사고로 잃은 여자와 편의점 밖에서 비를 맞고 있던 여자와의 만남과 헤어짐은 오우무아무아처럼 아무 말 없이 다가와, 잠깐 머물다 사라진 존재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청소년소설 형식의 「교실 이데아」는 초등학교 4학년 2반 교실과 특A 영재반의 교육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존적 현상을 독자에게 분열적 방식으로 보여준다. 「영애 언니」는 선의를 가진 우리 시대의 중년 여성들이 돌발적으로 악의를 만나거나 겪었을 때 상처받고 고뇌하게 되는 과정을 격조 있는 시선으로 바라본다.
‘김과 함께 여행하는 법’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눈」은 아버지를 ‘김’으로 타자와 함으로써 돌아가신 아버지와 그 가족들의 소소하지만 무게감 있는 이야기를 매우 객관적인 시선으로 눈물샘을 자극하는 소설이다. 암에 걸린 화자가 죽음에 대한 공포와 분열된 의식의 흐름을 자매의 냉정한 시선으로 극복함으로써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해야만 하는 이유를 밝힌 「오른손이 한 일」도 주목거리다.
목차
버벅 게임 _허지영 5
언어도단 _원경란 29
평화로움에 대하여 _남궁순금 59
함박눈 _강희진 87
현란한 여름 _박정윤 115
오우무아무아 _권재이 143
교실 이데아 _태기수 175
영애 언니 _양선미 203
눈 -김과 함께 여행하는 법 _김도연 235
오른손이 한 일 _정길연 281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춘기를 보내는 동안 멀어졌던 시우와 다시 가까워지게 된 것 역시 게임 덕분이었다. 서름서름한 공기를 벗어나고 싶었던 순간에 시우가 버벅 게임을 가르쳐주었다. 하고 싶은 말을 음절 단위로 끊고 다시 한 음절을 쪼개어서 발음하는 언어유희였다. 한 음절을 받침 없이 분절 후 다시 첫소리에 ㅂ을 넣어 빠르게 이어 뱉으면 되었다. 예를 들어 ‘해뱅보복해배’는 ‘행복해’, ‘사바라방하반다바’는 ‘사랑한다’처럼. 우리끼리만 소통하는 말하기였고 말이 꼬이거나 늦어지면 지는 게임이었다. _「버벅 게임」
피가 문제다. 나의 몸속에 음탕하고 쾌락을 즐기려는 추한 피가 흐르기 때문이었다. 피를 모두 뽑아버리고 새 피를 넣을 수만 있다면 새로운 사람으로 변신하고 싶었다. 아버지가 싫고 내가 싫어서 나는 견딜 수 없었다. 어떻게 피를 바꿀 수 있을까를 집착했다. _「언어도단」
신기가 제대로 올랐을까. 무당은 갑자기 아버지 주위를 성큼성큼 돌기 시작했다. 그의 열두 폭 치맛자락이 금방이라도 아버지를 휘감아 어디론가 데려갈 것만 같았다. 겁에 질린 나는 고개도 들지 못한 채 옆눈으로 엄마를 쳐다봤다. 아버지를 구원해 줄 사람은 할머니가 아니라 엄마였다. 그 순간, 아버지만이 아니라 실제 구원이 필요한 사람은 정작 나였다. 그러나 엄마는 두 손을 비벼가며 기도에 열중할 뿐, 아버지에 대한 걱정은 안중에 없어 보였다. _「평화로움에 대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