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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예술/대중문화 > 음악 > 재즈
· ISBN : 9791187295990
· 쪽수 : 852쪽
· 출판일 : 2025-11-20
책 소개
목차
1. 재즈의 선사 시대 009
2. 뉴올리언스 재즈 055
3. 재즈 시대 101
4. 할렘 169
5. 스윙 시대 241
6. 모던 재즈 349
7. 재즈 스타일의 파편화 481
8. 자유와 융합 593
9. 전통주의자와 포스트모더니스트 661
10. 경계 없는 재즈 705
11. 재즈 부활 749
미주 775
참고문헌 786
추천 음악 790
색인 802
감사의 말 839
옮긴이의 말 841
책속에서
이 사회에서 결정적인 창조적 흐름은 아프리카계 미국인 하층민으로부터 나왔다. 이것이 과연 놀랄 만한 일일까? 음악가를 비롯한 공연 예술가들이 사회적으로 용인될 수 있는 한계점에 있는 예능인으로서, 아웃사이더나 추방자라고 평가받는 것은 고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다. 최근까지도 많은 문화권에서는, 신자가 음악가와 같은 식탁에 앉는 것을 “부정 不淨”하다며 금지하는 종교적 금기가 존재했다. 음악이 대중의 소비재이자 오락의 한 형태가 되기 훨씬 전, 음악의 세계는 신비주의자, 마술사, 사회에서 배제되고 소외된 이들의 영역이었다. 재즈가 사회의 변두리에서 출발하여 중심부로 이동하는 이야기는 이러한 끊임없이 반복되는 서사의 또 하나의 장章일 뿐이다.
전통적인 아프리카 공동체에서는 일상생활의 거의 모든 사물이 리듬의 원천이자 타악기의 역할을 하고, 춤의 영감을 주는 도구가 될 수 있었다. 아프리카인이 종종 적대적인 자연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사용했던 도구와 기구들이야말로,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최초의 기악의 출발점이었을지 모른다. 여기서, 우리는 ‘instrument’라는 단어가 지닌 이중적 의미에 담긴 숨은 진실을 깨닫게 된다. 즉, 이 단어는 자연 세계를 변화시키는 기계장치이면서 동시에 소리를 만들어내는 장치를 의미한다. 우리는 조개껍데기, 부싯돌, 동물 가죽, 뼈, 나무, 돌, 나뭇가지와 같은 주어진 것들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결국에는 무기, 도구, 바퀴, 건축 장비와 같은 일상에서 쓰이는 기구들과, 북, 딸랑이, 긁개, 징, 딱딱이, 마찰 악기, 타악 판 등과 같은 음악적 기구들에 이르는 눈부시게 다양한 종류의 악기들에 도달하게 된다.
노동요가 리듬을 규율의 원천으로 반영한 것이라면, 블루스는 아프리카 리듬의 또 다른 측면, 즉 해방을 제공하는 디오니소스적 측면을 대표한다. 초기 아프리카계 미국인 음악 중에서도, 블루스는 연주자에게 고통, 억압, 가난, 갈망, 욕망을 개인적으로 표출할 수 있는 길을 가장 잘 열어준 형식이었다. 블루스는 이러한 감정을 표현하면서도, 자기연민이나 비난의 감정에 빠지지 않았다. 대신, 블루스는 카타르시스를 제공했고, 개인의 고난을 이상화했으며, 어찌 보면 이상하게도, 그 노래들에서 묘사된 참담한 상황을 오히려 극복한 듯한 고양된 감각을 안겨주었다. 이러한 점에서, 블루스는 고전 비극이 제기했던 것만큼이나 심오한 심리적 수수께끼를 우리에게 제공한다. 예술이 억압적이고 비극적인 것에 천착하면서도, 어떻게 예술가와 관객 모두에게 충족감을 주는지에 대한 문제는, 적어도 아리스토텔레스 시대부터 계속해서 논의되어 온 주제다. 이러한 논의들 대부분에서, ‘비극’이라는 단어를 ‘블루스’로 바꿔 놓기만 해도, 우리는 본질적으로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