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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8741343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9-05-10
책 소개
목차
제1부 언덕 너머에
유월에·13
그해 겨울의 나날은·14
반달과 길을 가다·16
수국을 보며·18
언덕 너머에·20
비밀 정원에서 한때·22
아직도 뜰 앞의 잣나무·24
한랭전선(寒冷前線) 속에서·26
사월에·27
무이네 가는 길·28
달랏을 떠나며·29
복제인간·30
스텔라에서·32
사월의 마지막 날·34
그대를 지우다·35
구포동 성당을 지나며·36
개기월식을 바라보며·37
나이듦에 대하여·38
제2부 흐르는 봄날에
억새·43
젖은 낙엽에 대하여·44
꽃이 지다·45
일요일 저녁·46
새재 부근·47
오월에·48
설산을 떠나며·50
목탁새·52
가을을 보내며·53
같다·54
뜰 앞의 잣나무·56
흐르는 봄날에·58
눈[目]에 대하여·60
고원(高原)에서·61
사랑은·64
문득, 눈물이·65
마법의 카펫을 타고 우리는 어디로 떠나는 것일까·66
이스탄불의 아침·68
제3부 길 위에서 쓰는 편지
틈새·71
길 위에서 쓰는 편지·72
대숲에서·74
풍경(風磬) 1·75
풍경(風磬) 2·76
풍경(風磬) 3·77
풍경(風磬) 4·78
풍경(風磬) 5·79
풍경(風磬) 6·80
풍경(風磬) 7·81
풍경(風磬) 8·82
풍경(風磬) 9·83
이별 없는 꽃·84
그대에게·86
내 눈 안에 반딧불·87
상사화(相思花)·88
지는 꽃 피는 꽃·89
약수사·90
제4부 아버지의 나라
아버지의 나라·95
시(詩)·96
문득·97
나의 고백·98
먼 그대·100
매일·101
아름다운 사람·102
문신(文身)·103
프레스·104
지하철에서·106
춘천에서 쓰다·108
아빠 일기·110
가을 편지 1·112
사월의 편지·114
아내의 잠·116
말[言]을 보내며·118
넝쿨장미의 말·120
참회·121
해설 반달의 시간에 새겨진 서정의 꽃/ 오홍진·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반달과 길을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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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물 무렵 길을 나서다.
멀고도 가까운 길을 달과 함께 가다.
언젠가의 초승달, 엊그제의 보름달
오늘은 반달과 함께 가다.
절반의 쪽진 얼굴, 절반의 미소, 절반의 말[言]들
알 것 같기도 하고, 아는 것 같기도 하고
아는 사람 같기도 한 그와 같이 길을 가다.
절반의 기쁨, 절반의 사랑, 절반의 희망
그러나 딱 둘로 나눌 수 없는 기쁨과 슬픔이여
둘로 가를 수 없는 희망과 절망이여
반절의 추억, 반절의 속삭임, 반절의 꿈이여
스러져가면서 삭아지면서 부르는 노래
나비의 날갯짓처럼 소리도 없이 다가와
어깨에 쌓이는 반절의 달빛과 함께 가다.
머리에 절어 있는 반절의 어둠과 함께 가다.
들판마다 눈발처럼 쌓이는 달빛을 지우며
구름이 가다. 양떼 같은 구름이 가다.
뭉게구름 같던 네가 가다. 내가 가다.
달빛은 어둠을 지우고 구름은 달빛을 지우며 가다.
반만큼의 절망, 반만큼의 사랑, 반만큼의 그리움
반달과 함께 내가 가다. 네가 가다.
눈물로 빛나는 별까지 데리고 가다.
시(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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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을 뚫겠다던 의지도 녹슬어
이제는 버려지지 않으려 애쓰는…
관념 속을 비집고 들어가는
촌철살인(寸鐵殺人)의 말을 꿈꾸지도 않고
시간의 겹들을 꿰뚫는 영원함도
믿지 않고
피 흘리며 녹슬어가는
가슴 속 대못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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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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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워라, 비워라 하는데
이 중생은 채우기만 한다.
약수사 대웅전 너머 갈참나무들이
바람에 우수수 갈잎들을 날려 보낸다.
나는 쪼그려 앉아 생수통에 물이
가득 차기를 기다린다.
대낮의 쓸쓸한 풍경 소리
몇 마리 콩새가 저희들끼리 지껄이다 떠나간 뒤
단청도 칠하지 않은 천불전 앞마당에는
도토리 몇 알 떨어져 있다.
지난 밤의 통음,
담배연기와 취기 속에서 내가 지껄였던 말들은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물 한 모금으로 얼얼한 혓바닥을 씻는다.
마른 나뭇잎처럼 참 많았던 날들 동안
붓고 채우고 살았음에도
아직 내 욕망의 심연에는
빈 통들만 뒹구는 가을날,
두 팔 벌리고 미소 짓는 미륵불은
비워라, 비워라 하는데
무명 속의 이 중생은
아직도 채우기만을 꿈꾸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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