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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

최지안 (지은이)
북인
13,000원

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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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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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413622
· 쪽수 : 206쪽
· 출판일 : 2019-11-06

책 소개

2015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하고 첫 수필집 <행복해지고 싶은 날 팬케이크를 굽는다>로 2017년 제6회 매원수필문학상을 수상한 최지안 수필가의 수필집. 첫 수필집이 발랄하고 신선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수필집은 조금 더 깊어진 작가의 사유가 곳곳에 펼쳐지고 있다.

목차

제1장 스무 살의 내가 물었다
꿈꾸는 카트…13 | 선글라스를 스캔하다…19 | 7일 동안…25 | 춘천에 가면…31
체크무늬의 철학…38 | 스무 살의 내가 물었다…40 | 까까…46 | 뿔 하나 가지는 일…53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56 | 천 원입니다…61

제2장 그 여름을 데려오다
숨이 소멸하는 지점…69 | 잊지 않았으면 좋겠어…72 | 물리다…74
늙지 않는 기억…76 | 물뱀을 위한 조문…78 | ‘ㄱ’해…82 | 뒷모습…84
그 여름을 데려오다…88 | 숙맥…95 | 할머니와 ‘짜파게티’…97 작은 아이…99 | 너무 매운 냉면…101 | 모르포 나비…104

제3장 이별 편지를 대필하다
오후의 차 한 잔과 브라우니…109 | 치아바타의 시간…116 | 귤잼…123
개 같은 경우…126 | 어느 유기견의 원칙…130 | 이별 편지를 대필하다…137
전두엽에 남은 어느 목소리…142 | 양재동 꽃시장을 가는 이유…146
잘 써야겠다…150 | 차라리 포기째 뽑아갔다면…156

제4장 기다려 일로일로
리턴…161 | 일상으로의 복귀…166 | 러시아 아줌마…172
반바지 입고 러시아…175 | 의뭉스런 과일장수…179 | 책 읽는 여인…181
페레델키노 그 남자…184 | 다낭의 맛…188 | 한방…197 | 기다려 일로일로…199

작가의 말 | 누군가의 저녁이 되어주는 일 · 5

저자소개

최지안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17년 매원수필문학상 수상 2021년 남구만 신인문학상 당선(시 부분) 계간 《에세이문학》 편집위원 수필집 『행복해지고 싶은 날 팬케이크를 굽는다』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2019 아르코 문학나눔 선정) 시집 『수요일의 브런치』 인스타그램 https://instagram.com/ studio.nam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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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비로소 나는 누군가의 저녁이 되었다」

저녁은 경계에 걸린다. 낮의 끝과 밤의 시작 사이. 낮이라 하기에도 그렇고 밤이라 하기에 어정쩡한 시간. 차를 마시기엔 늦고 술을 마시기엔 이르다. 무엇을 시작하기엔 좀 늦은 것 같고, 그렇다고 포기하기엔 아까운 인생의 절반을 지난 시점 같다. ‘아직도’와 ‘벌써’에서 망설이는 애매한 시간. 미적거리다보면 어느새 밤이 되고 만다. 인생이란 것이 모두 그러하듯.
저녁은 슬그머니 온다. 서쪽 산등성이에 걸렸는가 싶은데 어느새 그림자를 이끌고 그렇게 시치미떼고 온다. 고양이가 담 넘어 집 뒤로 사라지고 새들도 둥지 찾아 날아가면 그제야 저녁은 눈치보며 깃든다. 도로는 차량이 넘치고 조용하던 거리는 사람들로 붐빈다. 슬그머니 시작된 저녁. 길이 막히고 거리는 북적인다. 순간이다. 나이도, 시간도, 삶도. 마법처럼 처음엔 ‘슬그머니’ 오지만 어느 틈에 순식간이다.
저녁은 사물의 채도를 바꾼다. 저녁 하늘빛. 분홍색인가 하면 주황색이고 퍼플인가 하면 블루다. 그것마저 회색으로 바뀌면 농도가 짙어서 사방은 어둠에 잠긴다. 건물들도 색을 거두고 무채색의 명암으로 바뀐다. 밤처럼 캄캄하지도 않고 한낮처럼 환하지도 않은 확실치 않은 회색이 거리로 스민다. 확실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윤곽이 희미해지고 잡으려 해도 잡혀지지 않는다. 저녁 어스름. 그것이 저녁의 주조색이다.
저녁은 소란하다. 조용하던 집안은 갑자기 바빠진다. 도마에 칼질하는 소리, 된장 항아리 뚜껑 여는 소리, 압력솥 추가 흔들리는 소리, 물소리가 들린다. ‘지안아 상 펴라.’ 엄마의 바쁜 목소리, 일 끝낸 아버지가 돌아와 티브이를 켜는 소리가 들린다, 골목으로 난 문들은 주섬주섬 아이들을 빨아들인다. 마지못해 들어온 아이의 투덜대는 소리.
저녁은 냄새로 공복을 자극한다. 밥을 뜸 들이는 냄새, 찌개 끓이는 냄새, 고등어를 굽는 냄새. 그 냄새는 집 나간 것들을 불러들인다. 새끼들은 어미를 부르고 어미들은 새끼를 부른다. 아이를 부르고 회사 간 가장을 부른다. 일하던 사람들은 연장을 챙기고 서류를 챙기고 일터를 나온다. 자동차를 타고, 전철을 타고, 만원 버스를 타고, 환승을 하고 집으로 간다. 아침에 나갔던 가족들이 저녁 냄새에 꿰어 집으로 달려온다.
돌아갈 곳이 없는 것들의 저녁은 서글프다. 주인 잃은 개는 다리를 절며 남의 집 대문을 기웃거리고 집이 없는 노숙자는 이슬 피할 곳을 찾는다. 저녁이 되면 집이 없는 사람들은 갑자기 불안해진다. 사람들은 퇴근길이 피곤해도 조촐한 저녁상과 익숙한 얼굴이 기다리는 집으로 간다. 하지만 그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서글프다. 돌아갈 곳이 없는 사람은 거리에서 거리로 방황할 수밖에 없다.
결혼을 하고서 처음 얼마간은 퇴근할 때 친정으로 차를 몰았다. 시집으로 가야 하는데 가다보면 어느새 나는 친정집 앞에 가 있었다. 습관이란 이름의 기억은 그럴 때 서글프다. 시댁으로 다시 차를 돌릴 때의 아쉬움. 낮은 천장 아래 저녁 밥상에 둘러앉았을 친정 식구들 얼굴. 편하고 익숙하고 따뜻한 친정집으로 한 발짝 들여놓고 싶은 간절함을 깨물며 돌아가던 길. 시야가 흐려져서 도로 갓길에서 멈추고 다시 가다가 멈추면서 시집으로 가는 길을 천천히 돌아서 가야 했다. 나의 이십대에는 그렇게 시렸던 많은 저녁이 있었다.
저녁은 안식으로 들어가는 문이다. 가족이 없는 사람들에겐 두려움의 시간이지만 차려진 식탁이 있고 반기는 식구가 있는 사람들에겐 기다려지는 시간이다. 식탁등이 켜지고 반찬 그릇을 놓는 소리가 들리고 저녁 먹자고 식구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는 아늑하고 따뜻한 시간이다. 그 시간 안으로 들어가서 하루 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쉬게 한다.
나는 이제 더 이상 돌아갈 곳을 찾으러 헤매지 않는다. 아이가 내 키를 따라잡기 시작하면서, 된장찌개가 맛을 내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족이 돌아갈 식탁이 되었고, 보금자리가 되었고, 그리고 고향이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나는 누군가가 돌아와서 쉴 저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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