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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쏟아지는 밤

장미가 쏟아지는 밤

유문자 (지은이)
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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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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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미가 쏟아지는 밤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장미가 쏟아지는 밤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413639
· 쪽수 : 236쪽
· 출판일 : 2019-10-31

책 소개

2007년 1월 격월간 수필전문지 『에세이스트』 신인상을 수상하며 등단한 유문자 수필가가 데뷔 12년 만에 첫 수필집을 출간했다. 『장미가 쏟아지는 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고독’이다.

목차

Part Ⅰ 꿈꾸는 지우개
겨울철새·13 | 꿈꾸는 지우개·19 | 사람이 무섭다·23 | 화경이의 편지·31
명아의 노래·37 | 눈이 내린다·42 | 마라토너 이봉주·46
물속에 모여앉은 동그란 돌들·51 | 내 친구 선·54

Part Ⅱ 장미가 쏟아지는 밤
칼 가는 노인·59 | 장미가 쏟아지는 밤·63 | 내 인생에 가장 젊은 날은 오늘이다·67 종이탑 쌓기·72 | 끈·76 | 사라진 명화(名畵)·81 | 팡파르가 울리는 집·86
세월이 준 선물·89 | 백설이 창문 앞에 날리네·94

Part Ⅲ 달개비꽃
나방·101 | 달개비꽃·105 | 하얀 씀바귀꽃·109 | 짝짝이 전성시대·114
10원 짜리의 숨은 역할·117 | 유영(遊泳)하는 오필리어·120
참새와 홍시·124 | 백세리(百歲梨)·127

Part Ⅳ 고수를 만나다
약속·133 | 변신·139 | 고수를 만나다·144 | 자모교(慈母橋)의 찻집·150
담배 피우는 물고기·153 | 순풍에 돛 단 듯·157 | 책·161
아웃 오브 아프리카·166 | 어떤 여행기·169

Part Ⅴ 어머니의 모습은
울음·175 | 어머니의 모습은·182 | 규야, 잘 가·187 | 김치를 담그며·192
연아, 높이 올라라·196 | 한밤의 에어쇼·201 | 2박 3일·204
내가 기억하는 것들·208 | 소소한 행복·216

발문 | 감췄으되, 감춰지지 않은 나날 | 한복용·220

저자소개

유문자 (지은이)    정보 더보기
대전에서 태어났다. 대전여자중학교와 대전사범학교를 졸업했다. 서울 언주초등학교 외 31년 동안 초등학교에서 교직생활을 했고 1996년 8월 말에 명예퇴직했다. 2004년 봄, 동아문화센터 고 임선희 선생님 강좌에서 수필 공부를 했다. 2007년 1월 격월간 『에세이스트』로 등단했으나 개인 사정으로 몇 년간 글을 쓰지 않았다. 2017년 7월 『한국산문』에서 임헌영 교수의 인문학 강의를 들었고 한국산문작가협회 회원이 되었다. 첫 수필집 『장미가 쏟아지는 밤』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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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장미가 쏟아지는 밤」

얼마 전 이사 온 우리 아파트 거실 통유리에는 장미무늬 커튼이 쳐져 있다. 내가 짠 것이다. 집에 오는 사람들마다 커튼을 보고 예쁘다, 이걸 어떻게 짰느냐는 둥 저마다 한마디씩 하며 칭찬한다.
사오 년 전, 매듭사로 커튼을 짠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내심 솔깃했다. 레이스 뜨기 전집에서 단독무늬 넝쿨장미 도안을 정한 후 내 식으로 무늬를 만들어 모눈종이에 확대 복사했다. 줄자로 잰 거실 폭에 주름분과 길이를 정해 필요한 분량을 가늠하여 청계천으로 갔다.
실을 사온 나는 코바늘로 밑단부터 짜기 시작했다. 하루에 세 단을 넘기지 않으려 했지만 한번 잡으면 좀처럼 바늘이 놓아지지 않았다. 일어났다 앉으면 도안을 다시 봐야 하고 어떤 때는 틀리게 짜기도 했다. 처음에는 잘못된 곳이 보이면 바로 풀었지만 짜다보니 생각이 바뀌었다. ‘넝쿨이 어느 방향으로 가든 그것은 장미의 마음이자 곧 내 마음이야.’ 순면 실은 모사(毛紗)와 달리 무거웠고 대작(大作)이라서 몇 배의 힘이 들었다. 잎이 두어 장 달리고 꽃잎이 몇 장 피어나면서 어깨가 결리고 허리도 아파왔다. 당장 팽개치고 싶었다. 그러다가 마음을 다스리며 한참을 쉬기도 했다.
육 개월 후 커튼 한 짝을 완성해 달았다. 그런데 꾀가 나 나머지 한 짝을 짤 엄두를 내지 못했다. 매일 미완의 커튼을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다. 무슨 일이 안 될 때는 내가 게으름을 피워 그런가보다 했다. 그러면서 커튼 탓을 하곤 했다. 언제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이었다. 보름쯤 지난 뒤에 다시 바늘을 잡았고 석 달 뒤에는 나머지 한 짝을 끝낼 수 있었다.
표백되지 않은 광목처럼 투박한데다 육중한 것이 세련되진 않았지만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나만의 커튼이었다. 뿌듯한 마음으로 거기 피어난 장미를 바라보았다. 내가 허공에 심은 장미는 언제나 활짝 피어 있었다.
나는 집안 분위기를 바꾸고 싶을 때마다 커튼을 내려 빤다. 부피가 커서 세탁기에 한 짝씩 넣고, 세탁이 끝난 후에는 무거운 커튼을 꺼내어 잘 펴고 손질하여 깨끗이 닦은 거실 바닥에서 정성껏 말린다. 다 마른 커튼을 달 때는 무거워서 힘이 들지만 커튼은 빨면 빨수록 눈이 부시도록 빛이 나, 그 일은 나에게 즐거움이 되었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방문을 열고 거실로 나오다가 눈앞의 광경에 숨이 멎는 줄 알았다. 거실 창 가득히 넝쿨장미가 활짝 피어 있었다. 달빛이 드리운 거실 마루에도 장미가 한창이었다. 조심스럽게 창문을 열었다. 더 밝은 달빛과 서늘한 바람이 들어왔다. 그때 넝쿨장미 사이로 바람이 일렁였다. 잠결인 듯 꿈결인 듯, 바람은 거실 마루의 장미넝쿨을 흔들었다. 나는 손바닥에 있는 장미를 잡으려고 손을 오므렸다. 꽃은 손가락으로 옮겨 앉으며 꽃잎을 흔들었다. 어느새 내 하얀 잠옷에도 온통 장미넝쿨이 감겼다. 나는 내 몸을 휘감은 장미넝쿨을 잡아보려고 손을 뻗었다. 쉽게 잡히지 않았다. 도망치듯 내 손등으로 옮겨 앉았다가 파르르 흔들리며 가슴으로 뻗어오른 장미넝쿨. 습관처럼 잠옷자락을 털었다. 넝쿨들은 그대로 잠옷에 붙은 채 사뭇 흔들리며 내 몸 안으로 스며들 듯 달라붙었다. 갑자기 창백한 넋 한 방울이 툭, 장미 꽃잎을 적셨다. 눈물, 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치밀고 솟아오른 그 눈물은 볼을 타고 후드득 흘러내렸다. 달빛에 쏟아지는 장미가 아름다워 더욱 슬픈 밤이었다.
이후로 달빛의 유현(幽玄)함이 가슴에 들어오는 밤이면 음악을 낮게 틀어놓고 장미 커튼 옆에서 차를 마신다. 은은한 향이 꽃잎에서 꽃잎으로 번져간다. 온전한 장미의 향기이다.

집에 놀러온 친구가 장미 커튼에 감탄했다. 문간방 커튼도 짜라고 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다시 시작한다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장롱에 넣어두었던 실뭉치를 꺼내어 거실 커튼과 같은 장미 문양을 축소하여 짜기 시작했다. TV 드라마를 보면서 뜨개질을 하는데 경비실에서 연락이 왔다. 택배를 찾아가라는 것이었다. 다음 날 아침에 가지러가려다 이삼 일 됐다는 말에 뜨개질감을 소파에 내려놓았다.
경비실에 있는 택배물은 우리 것이 아니었다. 돌아와 다시 뜨개질을 하려니 흐름을 잡기가 어려웠다. 바늘을 놓았다. 은근히 화가 났다. 며칠 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문득 얼마 전에 친구가 보낸 메일 내용이 떠올랐다.
어느 날 다윗 왕이 궁중의 세공인에게 명령했다.
“나를 위한 반지를 하나 만들라. 반지에는 내가 큰 승리를 거둬 기쁨을 억제치 못할 때 그것을 조절할 수 있는 글귀와 절망에 빠졌을 때 용기를 줄 수 있는 글귀여야 하느니라.”
세공인은 지혜로운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서 도움을 청했다. 그의 고민은 해결되어 아름다운 반지에 글귀를 넣었다.
ㅡ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는 사소한 일로 기뻐하고 사소한 일로 슬퍼하기도 한다. 행복이나 불행, 신명이나 짜증이 모두 아주 작은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을 때가 많다. 문득 기쁨과 슬픔, 자족했던 평온과 한유(閑裕), 이 모든 것이 달밤에 피어난 장미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뜨개질을 다시 시작했다.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이 글귀를 장미무늬 위쪽에 작은 글씨로 짜넣으면 어떨까 싶었다.
ㅡ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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