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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8743303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6-12-16
책 소개
목차
알비노의 항아리
암흑식당
라요하네의 우산
귀휴
피의 일요일
강 건너 데이지
누가 빈지를 잠갔나
왼손엔 달강꽃
아폴로를 씹었어
아빠는 시인이다
해설 | 박상준(문학평론가,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
삶의 저변에 대한 재현의 힘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알비노증인 아내를 사람들은 ‘백새’라고 칭했다. 그것이 흰 새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흰 뱀을 뜻하는 ‘백사’에서 모음동화 해 그렇게 말하는 건지는 나도 모른다. 다만 그 말을 할 때 풍기는 분위기는 어딘지 경멸스럽고 혐오스러웠던 것만은 틀림없었다. 사람들은 아내의 특이한 외모를 두고 뭔가 영험한 격으로 몰아 자신들의 무지한 신비주의를 정당화하려 했다. 아내의 초경마저 그런 시각으로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생물학적 지식이 부족한 어른들은 조금 다를 뿐인 아내의 신체를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무조건 주술적인 것으로 연결 지어 생각했다.
- 알비노의 항아리 중에서
여자가 다시 포크를 집어 든다. 둥근 올리브 열매는 요리조리 포크를 피하기만 한다. 답답한 여자는 숫제 손으로 올리브를 집어 먹는다. 처음엔 한두 개씩 씹으며 씨까지 얌전하게 빼놓더니, 이내 한 줌의 올리브 절임을 입 안 가득 털어 넣는다. 만족한 표정으로 과육을 우걱우걱 씹어댄 여자는 접시 위에 씨를 퉤, 하고 뱉어낸다. 여자 혀의 미뢰들은 칼날처럼 곧추 서 있을 것이다. 모니터를 지켜보던 김은 식욕의 노예가 따로 없다는 생각을 한다. 밝음의 거짓과 어둠의 진실. 적외선 카메라를 통해 암흑식당을 지켜볼 때마다 김은 이런 결론을 얻는다.
- 암흑식당 중에서
라요하네 마을은 호수가 마을보다 컸다. 굵고 곧은 자작나무와 아직 잎이 떨어지지 않은 은사시나무가 호수를 낀 먼 산등성이를 휘감고 있었다. 가까운 호숫가에는 대나무와 사이프러스나무가 번갈아 가며 병풍처럼 박혀 있었는데 그 속으로 크고 작은 물고기들이 물살을 가르며 헤엄치고 있었다. 호숫가를 따라 끝없이 이어지던 산책로, 그 길에서 잠시 멈추고 바라보던 호수안의 고요. 투명한 물속에서 헤엄치던 크고 작은 물고기 떼. 힐링을 위한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는 곳이었다. 호수 한 바퀴를 돌아 지미와 샌드리는 벤치에 앉았다. 머뭇거리듯 샌드리가 귓속말을 걸어왔다. “왜 귀걸이를 한 쪽만 해?
- 라요하네의 우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