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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87509073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7-01-24
책 소개
목차
prologue. 육아(育兒)는 육아(育我)다
하나. 내 눈이 더 컸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평생 바람을 피우지 않겠다는 다짐 / 눈에 넣고 싶다 / 가족보단 식구였어 / 우리 시대의 모든 이 여사님들을 위해 / 삶과 죽음의 이어달리기 / 아이들은 나에게 무엇인가
둘. 태평양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체력이 바닥날 때 / 저지레가 시작되었다면 / 깜찍하지만 끔찍하기도 한 / 달라도 너무 다르다 / 깊어지자, 깊어지자 / 육아해방절이 필요해 / 주부라는 이름의 영웅들
셋. 보이지 않던 꽃잎이 보이다니
결국에는 우리 모두 꽃을 피우리라 / 디지털 세상에서도 아날로그는 죽지 않는다 / 나는 새우깡만 보면 울컥한다 /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 양념치킨 짜파게티 초코파이 줘 / A형이라 그런 게 아니야 / 자장가가 왜 이리 슬퍼요
넷. 오늘을 팔아 내일을 살 수는 없잖아
내 인생에도 정전이 있다면 / 이런 게 바로 부전자전 / 시간이 정말 아깝다 / 독수리 5형제의 첫 번째 해수욕 / 욕실(浴室)은 욕실(辱室)이다 / 무더위, 끈적임 그리고 깨달음
다섯. 우리의 지속가능한 공존을 위한다면
순수한 어른이 되는 건 불가능한 일일까 / 1,500원에 손 떨리던 날 / 첫 번째 롤모델 / 놀이터의 이방인 / 나도, 너에게 묻는다 / 공부가 가장 쉽다는 말은 사실이다 / 이별 연습
여섯.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다
똥으로 얼룩진 인생/ 아빠, 또 볶음밥이야! / 군계일학? 군모일부! / 바뀐 것은 경로가 아닌 태도 / 아빠의 짜장면, 아들의 짜장면 / 육아란 이런 것입니다
일곱. 이것만큼은 꼭 함께 이루기를
보물 상자는 누가 열 수 있는가 / 인사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 두려움이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만든다 / 만족하되 안주하지 말자 / 손가락으로 밥을 먹어보니
여덟. 살면서 고맙지 않은 일이 없구나
묵언수행의 가르침 / 우린 모두 대머리가 될 운명 / 우리 동네 상거지를 소개합니다 / 국회의원이 부럽지 않다 / 비 오는 날의 운동화 / 계속 방학이면 좋겠다 / 적절한 방치심
아홉. 그때는 몰랐고 지금은 알겠다
택시와 빵 / 엄마 아빠는 왜 우는 걸까 / 무심한 여자의 속마음 / 순댓국을 먹으며 눈물도 먹었다 / 그 어떤 스토리도 엄마 앞에서는 고개를 숙여라 / 가까워지고 닮아가다 결국 하나가 된다 / 엄마 없는 빈 집
열. 오히려 커버린 것은 나였다
잠자고 있던 질문 본능이 되살아났다 / 아빠가 손 꼭 잡을게 / 매력적인 목표에 눈이 멀지 않으려면 / 그냥 놀게 내버려 둘 수는 없을까 / 사진을 보다가 / 결국 내가 바뀌어야 세상이 바뀐다
epilogue. 육아(育兒)도 도끼다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퇴근길에 아내와 즐겼던 맥주 한잔, 달을 보며 산책하다 마시는 선선한 밤공기, 정갈하게 정돈된 거실이며 서재. 무엇보다 혼자 보내는 시간의 풍성함.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아무것을 해도 누구 하나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그 시간. 아이를 키우는 한 사람으로서 가장 목마른 것은 바로 혼자 있는 시간입니다.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뭔가를 요구하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고, 도무지 영문을 모르는 현상에 대하여 명쾌한 답변을 원하는 아이들과 함께 24시간을 보내는 것은 많은 것을 포기하게 합니다. 즐거움의 원천이면서도 괴로움의 근원이기도 하죠. 생각만 해도 너무 간절하고 그립지 않나요. 글을 쓰는 지금도 막내가 깰까 한쪽 귀는 아이가 자는 방으로 안테나를 뻗고 있습니다. 언제 이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을까요. ‘혼자 있는 시간’은 소금이나 빛과 같습니다. 영혼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죠. 어떤 말도 소금과 빛을 빼앗긴 영혼에게 위로가 안 됩니다. 그러니 위로하지 마세요. 그저 아내 또는 남편에게 그 시간을 주면 됩니다. 그뿐입니다.
_ 둘, 태평양보다 더 넓은 가슴으로
‘육아해방절이 필요해’ 중에서
어디서 구린 냄새가 올라옵니다. 아휴. 너도 사람인데 말은 못해도 얼마나 찝찝하겠냐. 똥이 엉덩이에 눌리지 않게 겨드랑이에 손을 넣어서 번쩍 들고 욕실로 갑니다. 가는 길에 갑자기 발바닥의 통증과 함께 짜증이 밀려옵니다. 아, 저 망할 놈의 블록! 온 사방이 지뢰밭입니다. 거실로 갖고 나오는 게 아니었어. 하지만 아무리 빨라도 후회는 늦기 마련. 왼팔에 아이를 걸치고 씻다 보면 이 녀석이 세면대 옆의 세안제를 집어다가 변기에 빠뜨립니다. 아이, 진짜 여기에 두지 말라니까! 아무리 말해도 애들 엄마는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습니다. 아내도 저를 힘들게 하려고 태어난 게 분명합니다. 기저귀를 채우고 바지를 입히는데 옷에 똥이 묻어 있는 게 보입니다. 또 한숨만. 아이들 방으로 가서 적당한 옷을 하나 꺼내옵니다. 그런데 이놈이 또 그 틈을 타 식탁을 습격합니다. 양손은 물론이고 온몸에는 밥풀과 양념이 맛있게 발려 있습니다. 허망한 표정의 아빠를 보고 킥킥 웃습니다. 아이, 진짜 이걸 때릴 수도 없고!
_ 넷, 오늘을 팔아 내일을 살 수는 없잖아
‘욕실(浴室)은 욕실(辱室)이다’ 중에서
그렇다면 똥은 저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경험의 스펙트럼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넓혀준 존재입니다. 위생적으로 이보다 더러운 경험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게 무슨 의미냐고요. 아이를 키울 때 ‘더러워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때로는 맨손으로 아이들이 토한 것을 치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자기들 입에 묻은 것을 아빠 옷에 묻히는 건 너무나 빈번하죠. 제대로 꾸미지도 못하고, 때로는 씻지도 못하고 병원을 가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집 안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깔끔하게 굴기는 쉽지만 지저분함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을 가능하게 해준 게 바로 똥입니다.
_ 여섯, 이 세상에 못할 일이 없겠다
‘똥으로 얼룩진 인생’ 중에서



















